“거부할 경우 독점금지법 제94조에 따라 벌칙이 부과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벌칙이라고! 하하하.”
운카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알아. 일 년 이하의 징역이나 삼백만 엔 이하의 벌금이라지. 마음대로 해, 벌칙을 내려도 괜찮아. 나를 감방에 처넣을 건가?”
가자미는 잠자코 있었다.
“못하겠지? 그 벌칙 규정은 발동된 적이 없어. 입회 검사를 거부당하면 공정위 담당자가 책임져야지. 바쁜 검사님이 당신들 뒤치다꺼리를 위해 움직여 줄 리도 없고. 체포할 수 있으면 해 봐.”
운카이는 코웃음을 쳤다.
시로쿠마는 주먹을 꽉 쥐었다.
눈앞에 악을 두고도 아무 짓도 할 수 없다니.
118p.
“착해빠졌다기보다 겁이 많을 뿐이에요. 어릴 때부터 가라테를 해서 꽤 강했지만, 대련 상대를 다치게 한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규칙대로 정확하게 슨도메를 했죠. 상대에게 부상을 입힐까 봐 두려워서요. 하지만 현실 사회는 대련 같은 게 아니잖아요. 약한 사람이 지고. 이번에는 아쉽게도 제가 졌네요, 라는 말로 끝나지 않죠. 진 쪽은 치명상을 입고 죽음에 이르기도 해요. 경쟁이란 게 그렇게 좋은 걸까요? 강자가 이기고 약자가 지는 거. 그런 세상이어도 괜찮은 걸까요.”
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엉뚱하게 고쇼부에게 던져 보았다.
고쇼부는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가만히 말했다.
“반칙을 범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보다는 낫겠죠.”
196-197p.
“공정위 일은 재미있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나는 일본의 섬나라 근성이라든지 혈연·지연 같은 끈적끈적한 환경이 싫은 겁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각자 알아서 살게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기분 나쁜 폐색감을 찢어 버리는 일, 현존하는 직업 중에서는 공정위가 가장 가깝지 않습니까.”
25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