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여행’할 수 있을까?
“아버지, 북한 가실래요?”라는 말로 시작된 북한 여행
유튜브 영상 1049만 회 조회, KBS1 이웃집 찰스 출연
지도를 열고 서울에서 평양으로 가는 경로를 찾아보자. 검색해도 찾을 수 없다는 안내만 보게 될 것이다. 분명 땅은 이어져 있지만 엄중한 철책으로 모든 길이 막혀 잇어 갈 수 없는 곳, 우리와 가까이 있지만 결코 발을 디딜 수 없는 곳, 바로 북한 땅이다. 친숙하면서도 낯설고, 누군가에게는 슬픈 또 누군가에게는 분노의 대상이 되어 그 누구도 북한에 대해서는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다. 닫힌 나라, 밀폐 왕국으로 불리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북한을 여행할 수 있을까? 과연 어떻게 말인가?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저자에게는 북한 관광이 가능했다. 세계적으로 대한민국과 미국 여권 외에는 모두 북한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공인된 특정 여행사를 통해야 하고, 여행지에서도 관광이 자유롭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폐쇄된 나라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꾸준히 북한을 향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버지로부터 구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저자가 북한을 가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아들은 아내와 여자친구를 두고 북한 땅에 들어선다.
북한 여행은 ‘안전’할까?
수도 평양, 남한이 보이는 개성, 신의주, 사리원까지
짧아도 알찼던 북한의 새해맞이 투어를 만나보자.
여행을 갈 수 있다고 해서 그 여로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2008년에 일어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2015~2017년에 일어난 오토 웜비어 사건은 여러 논란을 떠나, 과연 이 폐쇄된 나라를 여행해도 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특히 “오토 웜비어처럼 되지 않도록 조심해”라는 걱정은 북한 여행을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돌아온 말이었다고 한다.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유튜브 구독자에게 북한 여행을 이야기한 저자는 며칠 뒤 비행기와 기차를 이용한 30시간의 이동 끝에 평양에 도착한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당한 다리의 모습,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극명한 풍경 차이를 보이는 중국과 북한의 모습, 긴장감이 감돌았던 세관 검사를 무사히 통과한 이후의 일이다.
저자가 직접 들여다 본 북한은 광공해가 없는 칠흑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자 아름답고 웅장한 평양역, 교통보안원이 몇 대 되지 않는 차들을 통제하고 간판 없는 가게들이 즐비한 신기한 세상이었다.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북한의 풍경은 분명 신선하게 다가왔다. 쇼핑도 하고 공연도 보며, 현지 아이들과도 만나며 북한을 관광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시에 “‘No Freedom 자유는 없다’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이 나라에서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게 파렴치하게” 느껴지는 세상이었다. 저자는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화장실을 갔을 때, 거리 가판에서 가지고 있는 돈으로 음식을 사먹을 수 없을 때, 알던 것과 다른 설명을 가이드에게서 들었을 때, 도서관에서 전시된 듯한 일부 책을 만났을 때, 판문점에서 남쪽을 바라볼 때 등 여행 순간순간 이러한 기시감을 만난다.
그럼에도 저자는 북한을 한 번 더 갈 수 있을지 기대하고 걱정한다. “문제는 내가 과연 북한을 한 번 더 여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유튜브에 북한에 대한 많은 영상을 올렸고, 북한이 나의 입국을 다시 한번 허락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한 갔을 때 가이드 김 씨와 박 씨를 다시금 만날 수 있을지 여러 질문을 품은 채 대한민국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기념품으로 모란봉 악단의 노래 앨범을 사왔고, 지금도 많은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고 한다. 북한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있소, 언제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다. “미래에는 남북한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이나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밝히며 책을 끝맺는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에서 보내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니… 믿겨지세요, 아버지?”
북한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추억이 되지 않도록
저자가 북한을 다녀온 것은 2018년 새해가 밝아올 때였다. 그 이후로 북한에서는 관광객을 받고 있지 않지만, 다시 재개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 저자가 이용한 고려투어의 홈페이지에서도 ‘다음 투어 일정’으로 근시일 내의 여행 코스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한은 갈 수 없는 곳이다. 외국인들의 여행기를 통해 그 일부를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직항은 없다』에서 다룬 여행기는 저자의 유튜브 채널인 ‘iGOBart’에서 현장감 있는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 북한 여행의 특수성을 알리기 위해 ‘북한에 가는 관광객들이 지켜야 하는 8가지 규칙’과 ‘일러두기’를 마련했다. 언젠가는 이런 규칙이 완화되고, 경고를 담은 일러두기를 굳이 적지 않아도 되는 북한 여행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