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었다. 경찰이 검사의 지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줄어든 만큼 경찰의 불송치 종결이 증가하였고, 관련된 수사기록을 관리하며 정보공개 및 이의신청 등 새로운 업무가 기존 업무에 추가되었다. 커다란 변화였다. 변화에는 혼란이 따르듯 상당수 경력이 있는 수사관들은 다른 부서로 전출을 나갔고, 그 자리는 경력이 없는 신임수사관들로 채워졌다. 수사업무를 경험해보지 않았던 이들이 빨리 수사업무에 적응하는 것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온라인 상담공간을 만들었다. 수사절차에서부터 구체적인 증명방법까지 다양한 질문과 의견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반복되거나 깊이 있게 다뤄야 할 주제가 떠올랐고, 이를 정리해서 묶은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형식적이고 가벼운 내용부터 세부적이고 무거운 내용들이 담겨있다.
각 주제별 구성은 사례, 판단·조치, 이유·근거의 순서로 되어 있다. 사례를 먼저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법인 판단과 판단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차례로 나열하였다. 사실, 이유와 근거를 먼저 검토해야 하나 독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판단을 앞에 두었다.
이 책은 다른 수사 관련 교재와 달리 크게 3가지 차별성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주제의 선정’이다. 수사관들의 책상에서 나온 주제들이라 신선하고 즉응적이지만, 일부는 참고자료가 없어 판례를 기초로 추론한 것들도 있다. 두 번째는 ‘판단사실’이다. 수사는 다양한 사실을 확인하여 범죄를 증명하는 행위이다. 수사관이 고민되는 쟁점에 대해 판단을 하려면 판단을 위한 사실들이 존재해야 한다. 이를 판단사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판단사실을 얼마나 많이 수집해서 연결하는지가 수사의 핵심이자 수사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사례풀이는 판단사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서로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범죄의 증명’이다. 위에서 말한 판단사실을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에 따라 혐의유무가 달라진다. 대부분 사건에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판단사실과 그렇지 않은 판단사실이 혼재되어 있다. 수사관은 전자를 강화하고 후자를 배척하는 방향으로 판단사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수사관을 둘러싼 환경은 아직도 변하고 있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동안에도 전건 접수제도 시행으로 접수사건 증가, 처리기간과 보완수사율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 스캠사기 등 추적이 어려운 신종범죄 발생 등 여전히 새로운 상황에 처하곤 했다. 그 와중에 2026년 10월 2일 시행되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은 변화의 정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수사관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021년 3월 2일부터 시작해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리한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현재도 매월 하나의 주제를 정리해서 수사관들하고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와 함께 했던 전북경찰청 수사심의계 동료들과 주변 선후배들 덕분이다.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신종원, 손호준, 박혜진, 정영은, 구윤정, 전봉욱, 안은오, 권오준, 최가인, 정재훈(이상 수사심의계), 이형근, 백윤석, 전경, 문성준, 장준원, 김경종, 장효진(이상 선후배) 님 감사합니다.
편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