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통과해 온 계절을 일기에 담는 ‘계절일기’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가을이라고 하면 흔히 단풍과 독서, 쓸쓸한 낭만을 떠올리지만, 이 책이 들여다보는 가을의 얼굴은 조금 다르다. 떠난 고양이의 사진을 다른 폴더로 옮기고, 오래된 물건을 정리하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고, 사랑했던 시간을 되짚는 사람들. 저자들은 익어 가는 일과 떨어지는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가을 한가운데서 기억과 상실, 사랑과 슬픔을 ‘일기’라는 가장 솔직한 형식에 담아낸다.
저자들에게 슬픔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가을야구와 프로배구를 기다리고, 자몽청을 만들고, 책을 읽고, 산책하고, 음악을 듣는다. 거창한 해답 대신 작고 구체적인 일상으로 슬픔을 방어한다. 떠나보낸 뒤에도 기억하고, 상실한 뒤에도 다시 사랑하며, 나를 나답게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가을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마음에도 오래 남아 있던 기억 하나가 선명해질 테다. 그리고 전과는 조금 다른 눈빛으로 그 기억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