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한쪽 눈을 잃은 무녀 ‘영아’
불쏘시개가 되어 복수의 살을 날리다!
모계를 따라 흐르는 신령을 받은 영아. 누름굿을 해주던 외할머니가 죽자 숨길 수 없는 신기 때문에 왕따가 된다. 미술시간, 국어 교사였던 도평의 아들 태오가 영아의 눈을 연필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고 영아는 한쪽 눈을 잃은 채 무당의 길로 접어든다.
“거지 같은 학교 계속 다녀서 뭐 해. 내 앞길은 불 보듯 훤하고, 물 흐르듯 뻔한데. 왜? 중졸보단 고졸 무당이 더 용하대? 이모. 내 눈 이렇게 만든 애 과학고 갔대. 안심중 앞에 플래카드가 붙었대. 걔 부하였던 애가 나한테 알려줬어. 태오 걘 좀 있으면 좋은 대학 가서 의사가 되겠지. 하얀 가운 입고 수술 칼을 쥘 거야. 걔네 엄마가 거기 목숨을 걸었으니까. 나는 그 꼴 못 봐. 남은 한쪽 눈에 또 칼침을 맞는대도 좋아. 독을 차고 가서 그 모자, 아니 그 가족 다 도륙을 낼 테야. 두고 봐. 그러니까 얼른 무업이나 가르쳐줘.”
_본문 중에서
“잊지 않을 거야. 소처럼 곱씹어서 곱으로 갚아줄 테야.
난 가짜 말고 진짜 시왕도를 그릴 거라고.”
무당이 된 영아, 방울애기씨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태오와 그 가족이 자신이 겪은 고통만큼이나 깊은 절망 속으로 떨어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더 높은 곳에 올려놓아야 했다. 방울애기씨의 부적이 효험이 있었던 걸까. 시골 중학교 국어 교사였던 도평은 대학교수 임용에, 3수까지 한 태오는 서울대에 의대에 합격하고, 가족은 고가의 강남 아파트에 입성한다. 그리고 마침내 복수의 때가 왔다.
악을 쓰며 부적을 그릴 때마다 장군님이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저 집안이 망하는 걸 그분도 원하는 것 같았다. 꿈속 여인이 준 붓으로 부적을 그려 그들을 에워쌌다. 래미안은 이제 세 식구가 벗어날 수 없는 그물, 날아갈 수 없는 사육통이었다. 표본 통에 눕혀놓고 날개에 핀셋을 들입다 꽂은 뒤 바삭바삭 말려줄 작정이었다.
_본문 중에서
방울애기씨의 복수는 거침없고 처절했다. 학교폭력의 상처와 한쪽 눈을 잃은 고통, 아무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시간까지, 자신을 짓밟았던 사람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그러나 그 복수의 끝에서 마주한 것은 뜻밖에도 통쾌한 승리가 아니다. 가해자들이 무너진 자리에서 발견한 건 함께 폐허가 된 자신의 삶일 뿐. 복수는 과거를 지울 수 없고, 누군가의 불행이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낫게 해주지도 않는다.
복수의 끝에서 마주한 진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오드 아이』는 학교폭력이라는 현실적인 상처에서 출발해 오컬트적 상상력과 복수극의 긴장감을 더해 내달리며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숨 가쁜 질주가 멈춘 순간, 우리에겐 무엇이 남는지에 대해 고요한 질문을 던진다.
“……진실을 알게 되면, 붓에 피 대신 물감을 묻힐 테냐?”
“진실?”
나도 모르게 픽 웃고 말았다. 진실 운운하는 석도호를 비웃던 태오처럼.
“그래,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 물었다. 보이는 대로 읊어대면 돌을 맞고 피멍이 들지 않느냐. 모르는 척 굽이굽이 넘어가는 것도 살아가는 한 방법이다.”
_본문 중에서
영아에게 복수는 삶을 이어가는 유일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복수가 완성되면 정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오드 아이』는 복수에 모든 것을 걸었던 무녀의 삶을 통해 용서도 화해도 아닌, 복수를 끝낸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서늘하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