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원도심을 중심으로 하나의 원을 그렸다.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사까지 약 1.1km. 그 거리를 지름으로 하는 원 안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원이 ‘오!대전’의 상징이자 이름이 되었다. 그해는 성심당이 창립 6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해서 오!대전은 성심당과 함께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출발해 10년의 시간을 쉼 없이 걸어왔다. - 20~21쪽
오!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인 2013년, 대전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강의실 한쪽에서는 학교라는 환경이기에 가능한 실험들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2학년 학생들에게 타이포그래피를 강의하던 유정미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책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26~27쪽
임진호 교수는 유정미 교수의 책 만들기 수업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수업의 과정이 그동안 생각해왔던 교육의 방향성과 일치했으며,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고 부딪혀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이 갖는 에너지를 몸소 경험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진호 교수는 유정미 교수의 개별 분과 수업에서 나아가 4학년이 1년 동안 진행하는 깊이 있는 연구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지역 리서치 기반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는 없을지 구상했다. - 37쪽
다들 멘붕 상태였어요. 아무런 가이드도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뭘 한다고요?’ 이런 분위기였죠. 사정회 준비만 하면 졸업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대전 원도심에서 뭔가를 한다는 거예요. ‘그게 뭐야?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65쪽
그는 단순한 조사나 사진 수집에서 멈추지 않았다. 철물점 골목 근처에서 용접 작업을 하는 곳에 어느 날 무작정 찾아가 “저 용접을 좀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혹시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아니면 소개라도 부탁드려요”라며 물어보았다. 몇 차례 거절을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며칠씩 근처를 서성이기도 했다 - 81쪽
2회 때는 공간이 너무 작아서 아쉬움이 컸어요. 저희는 2회 때보다 인원이 10명 정도 더 많았기 때문에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상태가…. 사람이 안 들어간 지 거의 10년은 돼 보였어요. 공간 전체가 집기류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구경했죠. 지나가다 옷이 집기에 스치면 때가 묻는데, 그게 안 지워질 정도였어요. - 93쪽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전시 공간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성심당에서 새 건물을 매입해 해썹(HACCP) 인증 공장을 지으려 준비하던 중이었다. 오!대전의 시작을 후원했던 성심당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었고, 유정미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성심당의 도움으로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여건상 기존처럼 화려하고 실험적인 설치 작업은 어려웠다. 이번 전시는 포스터 중심의 간결한 구성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 113쪽
코로나가 끝난 뒤 2021년이 시작되면서 오!대전을 준비하며 학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5년이 지나니 할 수 있는 건 웬만큼 다 했고, 나올 만한 건 다 나온 터라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학과 교수들은 논의 끝에 전시의 범위를 대전 전체로 넓히기로 했다. - 132~133쪽
기존의 오!대전이 단일 공간에 국한되었던 것과 달리, 소제동에서 진행한 오!대전은 젊은 세대가 자주 찾는 동네 특성을 살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찾아다니며 전시를 관람하도록 했다. 덕분에 전시가 한 공간에서 끝나지 않고 동네 전체로 이어지며, 관람객이 연속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을 제공했다.
- 163쪽
10년이라는 시간은 길잖아요. 한 도시를 그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응시한다는 것은 자신이 속한 도시에 대한 애정없인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봐요. 성심당이 대전을 떠나지 않고 이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대전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이 10년 동안 꾸준히 대전이라는 도시를 바라보고 작업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81쪽
다들 저랑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서울 사람인데 여기서도 충분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여유롭고 조용하고, 대전역도 가까워 교통도 편하고요. 식당 물가도 저렴한 편이고, 제가 부모님께 대전에서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부모님께서 “대전이면 좋지, 네가 일할 곳만 있으면 괜찮지.” 하시더라고요. -2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