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단순히 지식을 많이 쌓아 올리는 ‘지식형 인재’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 소명을 다하는 ‘지혜로운 인재’가 더 인정받는 시대가 올 거라 예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식이 아예 필요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지혜로운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에 걸맞은 지식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식을 쌓으려는 노력 없이 그저 앉아서 지혜가 저절로 찾아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지식의 축적이야말로 지혜를 발현시키는 진정한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도달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오로지 지식을 쌓는 데만 열중했지, 그 지식을 삶의 깊은 통찰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혜로 발현시킬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를 것입니다. 지식은 지혜를 쌓는 데 필수적인 기반임과 동시에, 열심히 쌓아 올린 지식을 지혜로 승화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미지의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온 것입니다.
_ p.12
앞서 말한 제 두 친구처럼 남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어마어마한 경제적 자산을 물려받았다면, 제 성격상 저는 이 삶을 진지하게 탐구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아마도 ‘삶은 도전이다’라는 명제를 그저 꼰대들의 허무한 언어라고 치부했을 것입니다.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제가 이러한 경제적 자산을 물려받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제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가슴이 뛰는 삶을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진정한 부모의 사랑은 물질적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고 그 여정에서 의미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내적 나침반을 선물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소중한 유산이며, 또한 제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진정한 재산입니다.
_ p.76
큰형은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독서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책상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그런 형의 모습을 보며 책상에 앉았죠. 책상 위에는 늘 다양한 책이 놓여 있었고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로는 누가 더 오랫동안 책을 읽나 경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책은 결코 어렵거나 지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일상이고 놀이이자 배움의 통로였습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세요. 정작 자신은 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자녀들에게 “책 좀 읽어라”라고 말하는 부모의 충고는 아이들에게 그저 의미 없는 공명으로 들릴 뿐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부모의 등과 행동을 통해 삶을 배웁니다.
_ p.126
제 아이가 세계를 바꿀 위인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서라도 창의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향기 나는 노래를 틀자”는 산울림의 가사처럼 황당하고 엉뚱한 상상을 마음껏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황당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정답’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기도록 돕는 것이죠. 이는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_ p.214
부모가 된 지금, 저는 아이에게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갖추라고 가르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질문에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무엇을 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라면 삶의 고단함을 기꺼이 견디겠는가?”
제가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내 아이들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부자가 되기보다는,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통해 삶이란 때로는 고통스럽고 힘든 것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살아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돈과 사회적 지위는 중요한 수단일 수 있지만,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되는 순간 우리는 길을 잃습니다. 저는 내 아이들이 이른 시기에 이 진실을 깨달아, 삶의 진짜 목적을 향해 자신 있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랍니다.
_ p.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