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을 돌아보니, 모두가 은혜였습니다”
일면 스님 팔순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 출간
덤으로 얻은 생명에서 나눔의 길로… 수행과 자비로 채운 80년의 여정
한 사람의 팔십 년을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으며, 그 삶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지를 묻는 일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인 두산(斗山) 일면(日面) 스님이 팔순을 맞아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를 펴냈다.
이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출가와 해인사 수행, 종단 교육과 행정, 포교와 사회활동에 이르기까지 일면 스님이 걸어온 일생의 자취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회고록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는 화려한 경력이나 직책이 아니다.
나는 누구의 은혜로 오늘까지 살아왔는가.
일면 스님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도달한 질문이다.
스님은 회고록 머리말에서 자신이 살아오며 만났던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기 위해 이 책을 남긴다고 밝힌다. 부모와 형제, 은사와 법사, 수행의 길에서 만난 선지식과 도반, 종단과 사회에서 맺은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명을 다시 이어준 이름 모를 한 청년까지. 팔순에 이르러 돌아본 스님의 삶은 결국 수많은 인연과 은혜가 모여 이루어진 한 생이었다.
𝅛 스물두 살 청년이 건넨 두 번째 생, ‘연장전’이 시작되다
그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인연은 2000년 1월 8일 찾아왔다.
간 이식 수술을 통해 일면 스님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장기를 내어주고 세상을 떠난 이름 모를 청년 덕분이었다. 스님은 그를 ‘선재 영가’라고 부른다.
그 일을 경계로 스님의 삶은 달라졌다.
간 이식을 받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생명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고, 자신에게 다시 주어진 생명을 더 이상 자신의 것만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스님은 간 이식 이후의 삶을 ‘덤으로 사는 삶’, 축구에 비유하면 ‘연장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연장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는 일에 남은 삶을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받은 생명을 다시 세상에 돌려주는 것.
이것이 일면 스님의 두 번째 삶을 관통하는 원력이 되었다.
𝅛 받은 생명을 다시 세상에 돌려주다
2005년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에 추대된 뒤 스님은 장기기증과 조혈모세포 기증, 헌혈증 지원, 생명존중과 자살 예방 등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섰다. 스님 자신이 “생명나눔의 수혜자인 내가 맡지 않는다면 누가 맡겠는가”라는 마음으로 이사장 소임을 받아들였다고 회고할 만큼, 생명나눔은 다른 사회활동과는 의미가 달랐다.
불교에서 자비는 마음속의 연민에 머물지 않는다. 고통받는 생명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며, 받은 은혜를 다시 세상에 돌려주는 실천으로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일면 스님의 생명나눔은 불교의 자비를 오늘의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한 하나의 보살행이라 할 수 있다.
『생명나눔, 일면입니다』가 일반적인 원로 스님의 회고록과 다른 지점도 여기에 있다.
책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교육원장, 학교법인 광동학원 이사장 등 한국불교의 여러 현장에서 맡아온 역할도 기록되어 있다. 어린 행자 시절부터 해인사 강원 생활, 종단 개혁과 교육·포교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불교사의 한 시대를 통과한 기록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직책과 성취가 아니다.
𝅛 팔순에 돌아보니, 끝내 남은 것은 ‘은혜’였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내가 살아가고, 누군가의 가르침으로 내가 성장하며, 누군가의 도움으로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가 받은 것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 한 생을 잘 사는 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책 후반부의 한 장에는 ‘살아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은혜이다’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팔순을 맞아 자신의 삶을 돌아본 일면 스님은 결국 자신이 만났던 수많은 사람이 모두 부처님이었다고 고백한다. 성공한 일과 잘한 일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준 인연과 은혜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은혜에 보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나눔’을 이야기한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이 모두 부처님이었음을.”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는 받은 은혜를 어떻게 갚으며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책이고, 불교의 자비가 오늘의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실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한 사람의 죽음이 다른 사람의 삶을 이어주고, 그렇게 살아난 사람이 다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에 자신의 남은 삶을 바쳤다.
생명에서 생명으로, 은혜에서 나눔으로 이어지는 이 과정 자체가 불교가 말하는 연기(緣起)와 회향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면 스님은 두 번째 생을 살아오면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귀중한 날은 바로 오늘이며, 가장 소중한 자리는 바로 지금 이곳”이라고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입적하는 순간까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다.
『생명나눔, 일면입니다』의 출간은 한 원로 스님의 팔순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생명이 다른 생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받은 삶을 어떻게 세상에 회향할 것인지를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일면 스님의 삶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