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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매번 우리를 첫 페이지에 앉혀둔다 - 평면표지(2D 앞표지)
세계는 매번 우리를 첫 페이지에 앉혀둔다 - 2D 뒤표지

세계는 매번 우리를 첫 페이지에 앉혀둔다


  • ISBN-13
    978-89-7973-672-4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전망 / 도서출판 전망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8-12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195 mm, 223 Page

책소개

비행기 트랩을 오르며 심장이 쿵쾅대던 그해 여름의 공기. 회수권 한 장을 쥐고 문학의 세계로 뛰어들던 그 시절의 서툰 열정. 그리고 삶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묵직한 철학적 사유까지. 함께 써 내려간 이 단행본은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인생의 수많은 '처음'을 찾아가는 책입니다. 저자들은 저마다의 기억 저장고에서 가장 뜨겁고 낯설었던 시작의 순간들을 꺼내놓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처음'은 하늘 위를 나는 물리적인 설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회수권과 바꾼 활자 속 문학적 해방감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을 뒤흔드는 철학적 질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처음이라 좋았다'는 식의 흔한 감상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28인 28색의 문장이 날것 그대로 살아 숨 쉬며, 독자 저마다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첫 페이지를 강렬하게 들추어냅니다. 뻔한 위로 대신, 당신의 무뎌진 감각을 깨울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에세이집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처음'을 마주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넵니다. 28개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소중한 '처음'의 기억도 환하게 불을 켜게 될 것입니다.

목차

서문

 

Ⅰ

 

우리 집 장금이 _강영미

나만의 작은 노트 _김난숙

관동별곡에서 시작된 일 _김선희

나의 첫 비행기 탑승기 _김태수

서툰 처음 _김필옥

인생 후반전 _김혜경

무한을 꿈꾸다 _김희영

 

Ⅱ

 

회수권 몇 장과 바꾼 문학의 벗 _노경자

최초의 기억 _류휘영

햇볕에 데워진 돌처럼 _박보성

낯선 초대장 _박은숙

무척이나 사사로운 음악 재생의 역사 _박향란

썰물의 끝과 밀물의 끝이 만날 때 _서이서

우리가 처음이었던 시간 _송우정

 

Ⅲ

 

필라테스는 처음이라 _우미례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_원양희

처음 너머를 꿈꾸며 _윤국희

여름은 그곳에 남았고 _이강선

제3의 선택 _이경희

늘 처음인 미래 _이명혜

푸른 투피스와 빨간 구두 _이상연

 

Ⅳ

 

이름표를 떼어낸 세계 _이수경

오늘도 수영장에 갑니다 _이수진

상견례 _이용철

우리의 봄  _임영매

완벽한 처음 _진미현

첫사랑, 설렘과 맹목 _하영란

그래도 해보는 날들 _황선화

본문인용

이름표를 떼어낸 세계 :

로캉탱의 밤나무 뿌리와 나의 다정한 멀미

 

이수경

 

1. 일상의 완벽한 질서, 그 가느다란 틈새에서

 

오후의 서늘한 볕이 베란다 투명한 창을 넘어 방바닥 깊숙이 주황색 선을 긋는 시간이다. 방 안은 고요했고, 오직 책장을 넘기는 부스럭거림과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규칙적인 타자 소리만이 공기를 채우고 있다. 마감에 쫓겨 굳어버린 손가락을 잠시 멈추고, 버릇처럼 책상 위 머그잔으로 손을 뻗는다. 수백 번도 넘게, 어쩌면 수천 번도 넘게 쥐었을 손잡이다. 손가락 마디에 착 감기는 매끄럽고 미지근한 도자기의 감촉, 그 안에 담긴 검은 커피 위로 피어오르는 은은한 탄내와 쌉싸름한 온기까지.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내 완벽한 통제 아래에 있는, 매일의 평화롭고 안전한 일상을 지탱하는 작고 충직한 소품이다. 커피를 입에 머금으려던 찰나, 기묘한 감각이 손끝을 타고 척추를 향해 올라온다. 잔을 입술에 대는 대신 가만히 눈앞으로 가져와 들여다본다. 순간, 머릿속에서 ‘머그잔’이라는 단어가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나간다.

용도를 지워버린 그것은 더 이상 음료를 담는 편리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중심이 둥글고 깊게 파인, 정체 모를 백색의 흙 구운 덩어리에 불과했다. 하얗게 유약을 바른 표면 위로 오후의 햇살이 부드럽지만 낯설게 반사되고 있다. 손잡이의 둥근 곡선은 누군가의 손가락 모양을 기억하려는 듯 애처롭게 굽어 있고, 잔 밑바닥의 거친 촉감은 이 물건이 한때 뜨거운 가마 속에서 숨을 쉬던 거친 흙이었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고발하고 있다. 순간 가슴 언저리가 휑하니 비어버리는 듯한, 일종의 다정한 현기증이 피어올랐다. 3년 동안 내 책상 위에서 가장 안전한 배경이 되어주었던 물건이,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감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알던 익숙한 세계의 가느다란 질서에 틈새가 벌어지고, 그 사이로 정체불명의 날것이 고개를 내민 것 같았다.

이 기묘한 멀미의 정체를 나는 철학의 언어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장 폴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의 주인공, 앙투안 로캉탱이 마주했던 바로 그 존재론적 경이로움이었다. 소설 속 로캉탱은 어느 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흔하디흔한 밤나무 뿌리를 보며 끔찍하면서도 매혹적인 경험을 한다. 평소라면 검고 거친 나무의 일부분으로, 혹은 길가에 널린 흔한 풍경의 일부로 무심히 지나쳤을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시선에 걸려든 밤나무 뿌리는 전혀 다른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 사르트르는 그 기묘한 순간을 소설 속에서 이렇게 명징하게 묘사한다. "그 뿌리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밤나무 뿌리라는 명칭 밑에 감추어져 있었다. 명칭은 사라졌고, 사물들은 무겁고 고집스럽게, 있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로캉탱이 마주한 것은 사물의 ‘존재Existence’ 그 자체다.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든 사물에 이름표를 붙인다. 밤나무 뿌리, 잔디밭, 벤치, 가로등, 그리고 내가 쥐고 있던 머그잔까지. 우리는 이러한 편리한 명사들을 통해 세상을 분류하고 통제하며, 그것들이 지닌 ‘기능’과 ‘용도’만을 소비한다. 의자는 앉는 것, 펜은 쓰는 것, 컵은 마시는 것. 인간이 부여한 이 본질적 기능성 안에서 사물들은 얌전하게 길들여진 채 일상의 무채색 배경으로 숨어든다. 사르트르는 이를 인간에 의해 이미 규정된, 스스로 변화할 수 없는 상태인 ‘즉자존재En-soi’라 불렀다. 그러나 로캉탱이 목격한 것은 사물들이 인간이 붙여놓은 이 편리한 이름표를 일제히 뜯어 발기고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밤나무 뿌리에서 ‘나무’라는 개념을 지워버리자, 설명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날것의 거대하고 생생한 존재감이 사방에서 덤벼들었다. 사르트르는 이 순간 로캉탱이 느낀 감각을 ‘구토’라고 명명했지만, 그것은 추한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아니었다. 인간의 빈약한 이성과 언어로 감히 재단할 수 없는 세계의 생생한 날것을 있는 그대로 목격했을 때 밀려오는 정신의 거대한 현기증이자, 세상이 인간에게 건네는 가장 진실한 첫인사였던 것이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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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엮음/냄 : 문화사랑백년어
초연결의 시대,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립을 경험합니다. 스마트폰 너머로 정보는 범람하지만, 타자의 삶에 진심으로 공명하는 언어는 점차 사라져갑니다. 이러한 단절의 시대 속에서 문화사랑백년어는 바다와 골목, 사람과 역사가 만나는 부산 중앙동에서 새로운 연대의 문화를 일구어가는 비영리 글쓰기 공동체입니다. 앞으로는 문화사랑백년어는 ‘무한서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오랜 시간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원도심의 품에 모인 50여 명의 회원들은 거창한 서사 대신 삶의 이면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감각적인 시선들을 지향합니다. 서로의 글을 읽고 다듬는 다정한 연결을 통해 원도심에 젊은 활력과 온기를 불어넣으며, 평범한 일상을 문학으로 길어 올립니다. 28명의 작가가 함께 쏘아 올린 첫 단행본 『세계는 매번 우리를 첫 페이지에 앉혀둔다』 역시, 지치지 않는 우리의 문학적 설렘이 모여 완성되었습니다.

출판사소개

1992년 설립된 부산 소재 출판사.
* 시, 소설, 수필, 문학평론 등 문학 중심 서적 발간.
* 그 외 문화비평, 인문학, 번역서, 사진집 등 단행본 다수 발간.
* 1999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 발간(현재 통권 95호 발행)
  • (54866)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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