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추천 없이 시민 추천으로 다온시장 선거에 나선 한여민은 당론보다 시민의 삶과 요구가 우선되는 도시를 꿈꾼다. 시장이 된 그는 다온순환권, 오천 도시락, 돌봄 제도와 시민 공론장을 통해 골목의 생계와 말할 권리를 제도로 옮긴다.
그러나 127개 가맹점의 부정 거래 의혹이 드러나며 정책과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놓인다. 한여민은 사건을 감추지 않고 자신의 관리 책임을 인정한 뒤 관련 기록을 시민에게 공개한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시민들은 이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승자만의 권리가 아니라 소수의 우려를 기록하고, 맡긴 권한을 점검하며, 상대를 끝까지 시민으로 남겨 두는 책임임을 배워 간다.
『민의의 집』은 한 사람의 선의가 기록과 절차를 거쳐 제도가 되고, 다시 공동체의 습관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한국 장편소설이다.
한여민이 처음으로 민의의 집이라는 말을 메모장에 적은 것은 선거사무소가 생기기 전이었다.
그때 그는 아직 후보도 아니었다. 동네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식은 물컵을 앞에 두고 있었다. 유리창 밖으로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누군가는 전화를 하며 얼굴을 찌푸렸고, 누군가는 아이 손을 잡고 횡단보도 앞에서 멈췄다. 누군가는 서두르고,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말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한여민은 오래전부터 같은 질문을 품고 살았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은 직업을 묻는 말이 아니었다. 학력이나 이력을 묻는 말도 아니었다. 누군가 나를 모욕했을 때, 억울한 일이 나를 덮쳤을 때, 세상이 내 뜻과 다르게 흘러갈 때, 그 순간에도 내가 나의 존엄과 존귀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묻는 말이었다.
그는 메모장에 적었다.
유권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는, 먼저 시민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그 문장은 아직 서툴렀다. 그는 다시 줄을 그었다.
시민이 자기 안의 존엄을 목격할 때, 타인의 존엄도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