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중심에는 특별한 교육법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가 있습니다. 저자는 아이를 성적이나 결과로 설명하지 않기 위해, 먼저 자신의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오래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 불안을 아이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 말의 속도를 늦추고, 판단보다 기다림을 선택합니다.
『아이의 존엄을 의심하지 않았던 시간』은 부모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좋은 부모가 되겠다는 선언보다, 아이 앞에서 덜 해치는 사람이 되려는 조용한 실천에 가깝습니다. 거실에 붙은 성적표, 어린이집 문 앞의 아침, 대형마트의 바닥, 여행지의 밤과 기차 안의 시간은 모두 아이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던 한 집의 기록으로 이어집니다.
이 수필집은 독자에게 묻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말이 때로 아이를 재촉하는 말이 되지는 않았는지, 부모의 걱정이 아이의 가능성을 미리 좁혀 버리지는 않았는지, 성적보다 먼저 지켜야 할 아이의 얼굴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잊고 살아왔는지.
그 물음 끝에서 이 책은 조용히 한 문장을 남깁니다. 아이는 부모의 불안을 증명하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삶의 시간을 살아가야 할 존엄한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