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잘하면 만사형통? 치열한 경쟁 속
금쪽이가 되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 주다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말이 있습니다. 금처럼 귀한 자식이라는 뜻이지요. 하지만 텔레비전 육아 프로그램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면서 ‘금쪽이’는 말을 듣지 않는 안하무인의 대명사로 인식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왜 이 아이들은 금쪽이가 되었을까요?
제성은 작가는 교육을 그 원인의 하나로 보았습니다.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기보다 모든 것을 경쟁 구조로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경쟁과 이기심을 가르치는 부모들에게 길러지는 아이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죠. 물론 부모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일 등만을 기억하고, 승자 독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을 테지요. 《스마트폰 속 금쪽이》에서 윤서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벅찬 일정을 견딥니다. 친구와 놀기 위해 학원을 빠지고 싶고, 다니는 학원 수를 줄이고 싶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들먹이며 부담을 주는 부모님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지요.
그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던 중 윤서는 같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어떤 게임을 알게 되었어요. 바로 원하는 대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지요. 윤서는 게임 속 캐릭터의 이름을 엄마 이름과 비슷한 ‘유니’로 짓고, 유니를 키웁니다. 진짜 엄마가 된 것처럼 유니를 먹이고 재우고 돌보지요. 그리고 유니를 공부 천재로 키우기로 결심합니다. 자기가 되고 싶지만 되지 못하는 그것을 게임 속 유니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이지요. 윤서는 유니를 위해 시간표를 짜고 일정을 수행시키고,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기까지 합니다. 유니는 윤서의 바람대로 묵묵히 일정을 소화하고 전교 1등까지 이루어 냈어요. 하지만 점점 금쪽이가 되어 가지요. 현실 속 윤서가 점점 지쳐 금쪽이가 되어 버린 것처럼요.
《스마트폰 속 금쪽이》는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금쪽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민채와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선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하며, 경쟁에 뒤처질까 항상 불안해하는 윤서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 주지요. 부모가 짜둔 시간표에 갇혀 살아온 윤서는 사실 외로운 아이였어요. 엄마와 아빠의 사랑도 시험 점수를 잘 받았을 때만, 공부를 잘하는 상태에서만 유지된다고 생각했지요. 윤서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감과 사랑이었던 거예요.
게임 형식으로 재미와 흥미를 UP!
역지사지 방식으로 공감과 이해를 UP!
《스마트폰 속 금쪽이》는 게임 형식을 활용하여 윤서가 유니를 키우는 과정을 생생히 담았습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윤서가 선택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게임 속 캐릭터인 유니가 금쪽이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지요. 책을 읽다 보면 금쪽이 유니가 윤서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익숙한 게임 형식은 재미를 높이고, 윤서와 함께 유니를 키우는 느낌을 주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또한 열두 살 윤서가 게임 속 캐릭터의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설정은 역지사지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가 되어 자식에게 사랑을 베풀어 봐야 자기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알게 된다는 의미이죠. 윤서는 게임 속 캐릭터의 엄마가 되어 직접 아이를 키워 보는 과정을 통해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윤서는 엄마가 자기에게 하듯 게임 속 딸 유니에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공부 천재를 만들기로 결심한 후부터는 엄마보다 더 심하게 유니를 몰아붙이지요. 처음에는 엄마에 대한 복수심으로 엄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유니에게 풀려 했지만, 점차 유니를 공부 천재로 만들고 말겠다는 욕심이 더 커지지요. 현실에서 받았던 압박과 공부 스트레스를 까맣게 잊고 유니를 대했던 거예요. 유니가 현실 속 자기와 같은 입장이라는 걸 잊은 채. 그러다 문득 깨달아요. 자기가 유니를 금쪽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을요. 그제야 윤서는 유니를 키우는 자신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유니에게서 자기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리고 더는 외면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현실의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지요.
금쪽이를 양산하는 경쟁 사회에서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다
유니를 공부 천재로 만들기 위해 몰입하는 윤서의 모습은 우리네 부모들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경주마처럼 몰아붙이는 모습을요. 내 아이를 금쪽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는 없을 거예요. “다 널 위해서”라는 말에는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부모의 진심도 담겨 있지요. 아이를 위한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자기 욕망이 더해져 아이를 몰아붙였을 수도 있어요.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이제라도 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멈출 수 있길 바랍니다. 부모가 바라는 건 결국 아이의 행복한 삶일 테니 말입니다.
전국 1등은 유니의 목표일까요, 윤서의 목표일까요.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바라는 마음은 아이의 바람일까요, 아니면 부모의 바람일까요. 윤서가 공을 들인 덕분에 유니는 전교 1등이 됩니다. 하지만 게임에 빠져 지내느라 현실에서 윤서의 생활은 엉망이 되지요. 그럴수록 윤서는 게임에 집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복병인 사춘기가 찾아왔고, 유니는 통제 불능이 되어 버립니다. 금쪽이가 된 유니를 보며 윤서는 생각합니다. ‘저게 지금 내 딸일까? 아니면 내가 만든 괴물일까? 나는 유니의 엄마일까? 아니면 내가 유니에게 괴물일까?’
이 책에서 제성은 작가는 모든 상황을 경쟁 구도로 바라보며 최고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이 사회에서 어우렁더우렁 잘 사는 것을 지향해 보길 권합니다. AI가 세상을 온통 바꿔 놓았지만, 여전히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이러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를 보듬어 주는 인간다운 마음이라고 말하지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혹시 윤서처럼 벅찬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윤서처럼 용기를 내서 부모님께 솔직하게 내 마음을 전해 보세요. 나만의 시간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거예요. 《스마트폰 속 금쪽이》가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는 내가 아이를 금쪽이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윤서와 같은 상황의 아이들에게는 내가 금쪽이가 되어 버린 건 아닌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