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분만실 문에 기대어 양가 부모님께 연락을 했다. 다들 안도하며 축하해주셨다. 아빠가 된 걸 축하한다는 문자를 읽자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 15~16쪽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럽다. 가끔은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기도 한다. 다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한한 사랑’이란 문장에 대한 느낌은 육아를 겪은 후 달라졌다. 이전엔 막연히 내가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감정은 그렇게 일관되지 않았다.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어떨 땐 힘들고 짜증이 난다.
미안한 마음에 곤히 자는 코코를 쓰다듬자 내 손가락을 꽉 쥔다. 아이가 깰까 조용히 속삭였다.
“미안해. 다음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할게. 사랑해.”
- 33쪽
“까~~악! 까~~악! 깍깍깍깍~!”
찡그린 표정이 조금씩 풀리더니 웃기 시작한다. 최근에 이렇게 크게 웃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다른 박자로 소리를 내고 얼굴을 갑자기 가까이하기도 하며 계속 울음소리를 냈다. 현관문 밖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들을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지만 잠깐의 생각이었다. 부엉이, 참새, 닭……. 내가 낼 수 있는 소리를 다 냈다.
- 60~61쪽
서둘러 방 안에 들어가보니 코코가 온 힘을 다해 울고 있다. 자다가 울면 쪽쪽이를 물려주곤 하는데 오늘은 통하지 않는다. 토닥거리다가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코코를 안아올렸다. 보통은 폭 하고 안기는데 오늘은 힘을 주며 버둥거린다. 울음소리도 평소와 다른 게 어딘가 아픈 것 같다. 서둘러 이마에 손을 올려봤지만 열은 없다. 성장통인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다리가 아파 새벽에 깼던 적이 있다.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는데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와 한참 동안 다리를 주물러줬다. 아파서 소리치자 어머니가 나지막이 속삭이던 말이 생각난다.
“괜찮아, 성장통이야.”
- 94~95쪽
“나온다!”
아내가 기쁜 표정으로 달려왔고 나는 서둘러 기저귀를 올려주고 손을 닦으러 갔다. 손을 닦고 나오자 코코는 방긋방긋 웃고 있다. 묵은 똥이 나온 게 틀림없었다. 기저귀를 벗기자 어른 주먹만 한 똥이 있었다. 이 큰 게 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으니 편할 리가 있나.
다 씻기고 나니 헛웃음이 난다. 힘들다고 말도 못 하는 아기랑 1시간가량 말 그대로 똥꼬쇼를 했다.
- 128쪽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아내가 환희에 찬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코코가 쪽쪽이 없이 잠들었어!”
아내와 나는 기분이 좋아 계속 키득거렸다. 쪽쪽이를 오래 물수록 구강 구조에 좋지 않은데 이제라도 끊게 되어 다행이었다.
- 155쪽
“코코야~. 쑥쑥이가 준비한 선물이야~.”
코코에게 쑥쑥이에 대한 인상을 최대한 좋게 심어주려고 준비한 뇌물이었다. 코코는 한두 번 쑥쑥이를 쳐다보더니 장난감에만 관심을 갖는다. 뽀로로 생일축하 케이크 장난감. 초 부는 것을 좋아하는 코코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코코는 장난감 포장을 뜯어달라고 했고, 우리가 쑥쑥이로 관심을 환기시켜도 장난감에만 집중했다. 한참 뒤 쑥쑥이를 가리켜 “아가! 아가!”라고 소리칠 뿐이었다.
- 191쪽
코코는 미아방지 목걸이를 하고 있다. 아내는 내가 프로포즈할 때 선물한 목걸이를 하고 있다. 나는 목걸이가 번거로워 차지 않았고 쑥쑥이는 아직 어려서 미아방지 목걸이를 해주지 않았다. 아내와 코코가 누워 있는데 코코가 정확히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코코 목걸이는 할미가 사줬어. 엄마 목걸이는 아빠가 사줬어. 아빠랑 쑥쑥이 목걸이는 없어. 코코가 사줄래. 택배로 와.”
- 226~227쪽
쑥쑥이가 맛소금이 들어간 계란빵이 맛있는지 양손으로 집어먹기 시작한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침이 꼴깍 넘어간다. 나도 모르게 쑥쑥이의 접시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결국 노른자가 탐스럽게 잘 익은 작은 조각을 얼른 내 입에 넣어버렸다. 자기 것을 뺏어먹어 울진 않을까 둘째의 눈치를 살피는데 쑥쑥이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내가 계란빵을 먹는 모습이 좋았던지 자기가 먹으려고 손에 쥐고 있던 계란빵을 내게 먹여주려 한다.
‘하……. 난 쓰레기다.’
- 343~3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