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 영상에 비해 모윤숙은 북한군의 탄압과 폭력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겪은 고난 체험의 모티프는 불안과 공포라는 감정적인 층위에서 부각된다. 북한군을 피해 숨어 지내야 했던 고통은 정주할 수 없는 불안한 이동의 내러티브로 구현된다. 도강하는 피난민처럼 모윤숙도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하지만 “넓은 강이 가로놓”여서 번번이 “남행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잔류민의 피난은 다시 “서울시내로 뚫고 들어가”는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 제3장 | 미국 심리전과 모윤숙의 한국전쟁 수기와 영상 중에서
그렇다면 1950년대 후반에 자전적 비평으로서 다시 등장한 「술노래」는 식민지 말기의 「술노래」와 과연 동일한 텍스트인가. 분명한 것은 1958년의 자작시 해설 「술노래」와 1942년의 시 「술노래」에 대해 그는 “시방도” 다를 바 없는 자기 자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방 후 김동명의 시세계가 초반과 비교해 큰 변모를 가져 왔음은 연구사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그런데 정치적 암흑기의 고조된 감정 속에 새롭게 선보인 지구 이미지와 우주적 상상력 등은 『진주만』과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강조된다. - 제2장 | 1950년대 후반 전후 인식의 『자유문학』의 ‘자작시 해설’ 담론 중에서
전후문학에서 아메리카니즘은 서부 개척정신, 프런티어라는 19세기 미국화의 노선을 매개로 특권화된다. 유럽의 전통과 절연하는 과정은 서부 개척의 프런티어 정신으로 표방되는 새로운 에피스테메의 출현을 의미하며 동시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세계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야만의 문명화, 자연의 인공화, 더 나아가 세계의 냉전화는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박인환의 번역은 아메리카니즘의 핵심 중 하나로 프런티어 정신을 소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제1장 | 김수영과 박인환의 번역과 냉전 인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