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푸드의 천국' 동남아시아. 그곳에서는 작은 손수레부터 길가 식당, 야시장까지 거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식당이다. 길을 걷다 보면 눈은 분주해지고, 코는 음식 냄새를 따라 움직이며, 입은 계속 무언가를 먹고 싶어진다.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4개국 5대 도시의 거리에 펼쳐진 이 기다란 차림표에서 당신은 무엇을 고를 것인가?
동남아시아는 다양한 매력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해외 관광지로 오랫동안 군림해왔다. 좀더 가까운 일본과 중국, 좀 더 이국적인 유럽 등으로 한국인의 여행 선택지는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비교적) 값싼 물가, 견딜 만한 비행시간, 에메랄드빛 바다, 다양한 종교와 역사가 빚어낸 문화 유적 등은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런 동남아시아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의 하나가 음식이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동남아의 길거리를 맛보다-방콕, 하노이, 호찌민시티,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에서 즐기는 스트리트 푸드》는 동남아시아 4개국 5개 도시의 음식, 그중에서도 길거리음식을 소개한다.
단지 길에서 먹는 음식이 아닌 동남아의 길거리음식
한국의 떡볶이, 어묵, 호떡 등처럼 어느 나라에나 그 나라를 대표하는 길거리음식이 있다. 여행자라면 모름지기 그 나라의 길거리음식 몇 가지는 먹어봐야 제대로 여행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동남아시아의 길거리음식은 여느 나라의 길거리음식보다 종류가 다양하고, 역할도 더 중요하다. 다른 문화권의 길거리음식이 대체로 '간식'에 집중되어 있다면, 동남아시아의 길거리음식은 간식을 넘어 '끼니'까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길을 향해 열린 주방, 길거리를 온통 점령한 간이 테이블 등, 거리와 식당의 경계가 희미한 동남아의 길거리음식점은 '거리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동남아시아를 "스트리트 푸드의 천국"이라 표현한다. 이 표현은 그저 동남아시아에 다양한 스트리트 푸드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인류학자로서, 또한 여행자로서 동남아시아의 여러 도시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저자에게 동남아시아의 길거리음식은 그 도시들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모두 품고 있는, 그 도시 자체다.
방콕, 하노이, 호찌민시티,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
이 책에서는 태국의 방콕,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찌민시티,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의 길거리음식을 소개한다. 한국과 일본의 음식 문화가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일상의 식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들 다섯 도시의 음식 문화도 비슷한 자연환경에서 유래한 식재료(대표적으로 쌀과 다양한 향신료)를 공유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중국과 인도의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며 형성된 음식 문화라는 점에서 기반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식민 지배를 받았던 과거나 불교와 이슬람 등으로 나뉘는 종교 등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로 인한 차이점도 분명하다. 특히 베트남의 두 도시 하노이와 호찌민시티는 서로 다른 나라의 도시인 쿠알라룸푸르와 자카르타보다 멀리 떨어진 거리만큼이나(쿠알라룸푸르-자카르타 간 직선거리 약 1,125km, 하노이-호찌민시티 간 직선거리 약 1,276km) 대비되는 음식 문화를 가진 것이 흥미롭다.
다 같은 쌀국수가 아니다!
그러면, 이 다섯 개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길거리음식은 무엇일까? 저자의 여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음식은 쌀국수다. 사실 한국에서도 쌀국수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현지에서 먹는다고 얼마나 다를까? 다르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빚은 것이라 뭉뚱그려 쌀국수라 하지만, 그 형태, 굵기, 육수의 종류, 양념의 종류, 토핑의 종류는 물론, 조리법에 따라 수없이 많은 종류의 쌀국수가 있다. 같은 볶음국수인 태국의 팟타이와 인도네시아의 미고렝이 다른 것은 물론, 같은 베트남에서도 하노이의 퍼와 호찌민시티의 퍼는 그 맛이 다르다. 쌀밥은 또 어떤가. 동남아시아에는 볶음밥만 있을 것 같지만, 디저트에 가까운 방콕의 망고밥(카오니여우 마무엉)과 여행자의 아침을 따뜻하게 감싸준 쿠알라룸푸르의 잉어회죽, 깨진 쌀로 짓는 호찌민시티의 껌떡 등 도시의 숫자만큼 다양한 쌀 요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남아시아에 쌀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다섯 개 도시 105곳의 길거리음식점에서 맛본 음식을 소개하는데,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태국의 팟타이나 똠얌꿍, 베트남의 퍼와 반미, 말레이시아의 바꾸떼,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과 사떼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음식에서부터 우렁이 국수, 베텔 잎에 싸서 찐 밥, 잭프루트의 과육을 끓인 스튜까지 우리로서는 쉽게 상상하지 못할 맛의 음식까지 망라되어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번듯한 레스토랑에서부터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허름한 길가 식당, 심지어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먹어야 할 노점까지, 식당의 종류와 규모 또한 다양하다.
이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보면 이 도시들의 모습이 보인다. 땀을 뻘뻘 흘리며 꼬치를 굽는 식당의 조리사들 뒤로 보이는 고층 빌딩들, 전통 양식의 사원과 차이나타운의 패루와 홍등, 식민지 시절 지어진 유럽식 건물이 공존하는 거리에 그 도시의 주민과 관광객이 어깨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다.
얼핏 보면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어디보다 생동감 넘치는 동남아시아만의 매력으로 이끌어주는, 그런 음식들을 먹으러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