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 눈앞의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몰입시키려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하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무라카미 하루키 로드 에세이 3부작의 완결편
한국에 사누키 우동 붐을 일으킨 바로 그 책!
작가와 배우들의 성지인 미국 이스트햄프턴에서 서부 로스앤젤레스로의 아메리카 대륙 횡단, 일본의 무인도 까마귀섬과 사누키 우동 맛집, 멕시코의 해변과 산간지대, 몽골의 대초원,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고베까지… 스스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되어 풍경에 자신을 몰입시키는 하루키만의 아주 특별한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은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2015)의 개정판으로,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튀르키예까지』에 이은 무라카미 하루키 ‘로드 에세이’ 3부작의 완결편이다. 이번 개정판은 책제목을 바꾼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이전 판에서 일본식 발음에 따라 잘못 표기된 고유명사들을 표준국어대사전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대거 바로잡았으며, 부자연스럽거나 오역된 번역투 문장 또한 원문의 맛을 살려서 매끄럽게 다듬었다.
“여행이 나를 키웠다”고 말하는 하루키는 지금은 “변경이 소멸한 시대”라고 단언한다. 여행이 일반화되면서 ‘특별한 일’이라는 인식이 많이 사라졌고, 사막이나 극지방을 다녀온 사람까지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여행의 본질이 ‘의식 변화’를 이끄는 것이라면, 여행기 또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행기를 쓰는 것은 나에게 매우 귀중한 글쓰기 수업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공감을 얻을 만한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글쓰기의 목적 중 하나라면, 여행기라는 형식 또한 거기에 부합해야 한다. 하루키는 여행을 통해 경험과 감각의 외연을 넓히는 한편, 자신의 여행에 대한 기록을 부단히 함으로써 소설 쓰기와 연결되는 정치하고도 미려한 필력을 갈고 닦은 셈이다.
자신이 정말 그곳에서 느낀 것을, 그 감정의 차이 같은 것을 생생하게 상대방에게 전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하지만 그런 생각을 어떻게든 하게 만드는 것이 프로의 글이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거기에는 기술도 필요하고, 고유의 문체도 필요하며, 열의나 애정이나 감동도 물론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기를 쓰는 것은 소설가인 나에게도 아주 좋은 공부가 되었다. 처음엔 그저 좋아서 썼지만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하루키는 자신이 어떻게 여행하고 여행기를 집필하는지, 그 비밀을 밝힌다. 여행지에서는 스스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되어 풍경에 자신을 몰입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와 배우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미국의 이스트햄프턴에서 동료 작가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고, 며칠을 버틸 작정으로 일본의 한 무인도를 찾았다가 벌레 때문에 하루 만에 도망을 치기도 한다. 멕시코에서는 자꾸 식중독에 걸려서 고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누키 우동을 맛보러 시코쿠로 가서는 우동 가락이 코에서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먹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멕시코의 산간 오지에서 그 땅의 주인임에도 여전히 궁핍한 생활에 시달리는 원주민들의 서글픈 처지에 한탄하고, 몽골의 노몬한/한힌골에서는 현재에도 엄연히 살아 있는 엄중한 역사의 무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잊지 않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면서.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는 것은 그의 소설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소설보다도 더 즐거운 일이다. 지극히 경쾌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이 세계와 나 자신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하루키식 에스프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