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과학이라 부르는 것은 본래 서양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과학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반드시 서양의 맥락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과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우리 중국인들이 가진 가장 큰 오해는 과학의 독특성을 진정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 머리말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초과학의 취약성과 독창적 혁신의 부재는 심각한 문제이다. 과학의 본질과 근원을 깊이 성찰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과학기술정책과 연구 관리 방식은 과학 자체의 내재적 논리와 법칙을 거스르고 인위적으로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쓴 근본적인 동기이다. - 머리말
오늘날 중국인의 과학 개념에는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과학을 정치 영역이든 일상생활 영역이든 모든 분야에서 긍정적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이는 20세기 과학주의 이데올로기가 장기간 작용한 결과이다. 두 번째 특징은 과학을 실용적·응용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으로써 과학기술이나 기술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과학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 제1장 현대 중국인의 ‘과학’ 개념과 그 기원
서양인의 신분 개념에서 알 수 있듯, 이른바 ‘자기’, ‘자신’이라는 개념은 ‘동일성’, ‘확정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확정성과 내재성을 근본 특징으로 하는 그리스 과학(지식)은 ‘자유’로 향하는 필연적인 경로이다. 지식을 얻는 것이 곧 자유를 얻는다는 의미는, 지식을 통해 인식자 본인의 ‘자기’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물의 ‘본질’에 도달하게 되므로, 결국 ‘자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 제2장 서양 과학의 기원, 고대 그리스 이성과학
그리스인들은 연역과 추론의 수학 전통을 개척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수학이라는 학문을 자유민을 양성하는 데 필수적인 ‘자유’의 학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자유의 학문은 순수하게 그 자체를 위한 학문으로, 현실적인 이익이나 실리에 구속되지 않는다. - 제2장 서양 과학의 기원, 고대 그리스 이성과학
현대과학은 그리스 문명과 기독교 문명이 융합된 산물이다. 우리는 그리스 과학의 부흥 없이는 현대과학도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며, 기독교 없이는 현대과학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 제3장 현대과학의 기원 1 : 기독교 없이는 현대과학도 없다
고대 그리스 과학이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이라면, 현대과학은 힘을 추구하는 과학이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보다 인간과 자연의 지위 변화에서 드러난다. 그리스인에게 자연은 내재적 영역이자 이성과 진리의 장소였다. 인간은 자연을 인식하고 따르며 모방할 뿐, 자연을 개조하거나 창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독교는 이성적 자유를 의지적 자유로 전환시켰고… 자연정복이 현대과학의 주도적인 동기가 되었다. - 제4장 현대과학의 기원 2 : 수리실험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베이컨이 말하는 과학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다. 소리 없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한쪽에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잡아다가 인위적으로 환경 조건을 통제할 수 있는 실험실로 가져와 내 의지대로,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반복적으로 심문(고문)하는 것이다. - 제4장 현대과학의 기원 2 : 수리실험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박물학 정신으로의 회귀에는 세 가지 핵심요지가 있다. 첫째는 현대의 ‘힘에의 의지’가 주도하는 수리실험과학의 주류 전통을 멀리하고, 박물학 고유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되찾는 것이다. ... 박물학자는 자연을 신성하고 초월적인 존재로 여기며 경외심을 갖고 대한다. 그들이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무정함이 아니라 정을 담고 있으며, 자연물 자체에 대한 깊은 애정, 동정(교감),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 제5장 서양의 대안적 과학 전통, 박물학
서양 문명과 중국 문명을 각각의 정원에서 자라는 두 그루의 큰 나무에 비유한다면, 이 두 나무의 품종은 다르다. 편의를 위해 서양과 중국 문명의 나무를 각각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현대과학(사과)은 서양 문명의 나무가 맺은 열매로, 중국 문명의 복숭아나무에서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 - 제6장 중국의 전통과학
박물학적 시각으로 중국 과학기술사 서술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강조해야 할 점은, 이러한 서술이 단순히 중국 고대의 식물지, 동물지 내용을 중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박물학의 시각으로 중국 전통 자연지식 전체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식물지, 동물지, 광물지뿐만 아니라 천문학, 지학, 농학, 의학이 모두 박물학(자연지)에 해당된다. - 제6장 중국의 전통과학
중국인이 미래에 세계 문명의 발전방향을 이끌고 인류에 더 큰 기여를 하려면, 더 이상 단순한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과학을 배우고 활용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근원적 위치에 있는 고대 그리스 과학정신을 습득해 우리의 문화 토양을 개조하고, 과학이 중국 문화 속에서 뿌리내리고 싹트도록 해야 한다. - 결론
현대과학기술 문명은 이미 지구상의 모든 민족을 인간과 자연의 대립 속으로 끌어들였으며, 전 인류를 가속화된 발전과 동시에 지속 불가능한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과학기술 문명의 위기는 중화 문화의 위기보다 더 포괄적이고, 더 심각하며, 더 시급하다. 인류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인이 현대과학과 그 기술의 본질을 전혀 모른다면, 현대성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 중화 고대 문화를 지키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 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