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오스크 앞에서 기락국수를 사정하던 시인이 AI가 작성한 해설을 곁드린 시집을 발간다 이것은 모험이 아니고 도전이다. 두 번째 시집을 상재하는 이계섭 시인은 현대문명을 따라가기에 다소 숨찬 세대이다. 그러나 그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노력으로 스스로를 갈고 닦는 중이다. 그의 시는 자연과 가족과 인간관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저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밝히고 껍질도 못되는 쭉정이들을 질타한다. 시가 가져야하는 사회적 책임을 또박또박 적을 줄 아는 그의 문학이 경외스럽다.
이번 시집은 민화를 공부하는 아내 정재숙의 그림 몇 점과 함께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시 에 몰두 하다가 뜻밖의 질병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동안 한결같이 옆을 지켜준 아내에게 전 하는 따듯한 마음인 것을 안다. 아름답지 않은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노부부의 날들이 잘 익은 노을처럼 깊고 그윽하다. '홍시처럼 붉어질 수 있다면 /이제 신발을 신어도 되겠습니 까' 라고 묻는 시인의 시세계가 더욱 붉게 익어 완숙의 '꼭지점'까지 이르기를 바란다. '팔 리지 못한 하루를 툭툭 ' 터는 노숙자에게 '소주 한 병을 비상약으로' 건네는 그의 시가 얼 어붙은 세상에 작은 불씨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박미라 시인)
이계섭 시인은 도시의 빠른 걸음 한복판에서 멈추어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도 팔리지 못한 하루”를 털고 돌아서는 김 씨와 서울역 지하도의 웅크린 몸들, 아기 울음이 사라진 골목, 익명의 군중 속에 밀려난 소외된 존재들을 바라본다. 그의 따뜻한 시선은 이렇듯 세상의 환부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시는 현실의 골목에만 머물지 않는다. 선과 경계, 약과 독, 사실과 진실, 삶과 죽음의 사이를 더듬으며 인간 존재의 조건을 묻고, 잘게 나누어진 인간의 시간을 우주의 시간 속에 다시 놓아본다. 한 그루 소나무에서 우주를 발견하는 그의 상상력은 개인적 체험과 내면의 정서를 광대한 사유의 바다로 확장한다.
또한, 이 시집에는 세상의 갈등과 모순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이 있고, 그 질문 끝에서 피어나는 해학과 아이러니가 있다. 삶의 무게를 오래 견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성찰도 있다. 이계섭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의 기억을 신발처럼 신고 도시와 자연, 현실과 우주 사이를 걷는다. 그리고 이제, 다시 길을 나서도 되겠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생의 많은 굽이를 지나온 자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황정산(문학평론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