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의 원리부터 관리까지 쉽게 풀어낸 통증과학 안내서
역자는 임상에서는 물리치료사로, 교육 현장에서는 물리치료 교수로 오랫동안 만성 근골격계 통증 환자들을 만나 왔습니다. 그러나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고,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당시 역자는 통증의 원인을 조직 손상이나 구조적 결함에서 찾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치료가 기대만큼 반응하지 않으면 놓친 조직이나 구조의 문제가 아직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시 확인하고 여러 생체역학적 치료 개념을 찾아 적용해 보곤 했습니다. 환자들이 잠시 나아지는 듯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통증을 안고 다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런 반복은 역자에게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통증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선구자인 David Butler를 만나면서 새로운 방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호주로 넘어가 Explain Pain과 Graded Motor Imagery 과정을 밟으면서, 역자는 그동안의 임상적 시야와는 다른 현대 통증과학의 관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가르침은 통증을 특정 조직이나 구조의 문제로만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통증을 겪는 그 사람 전체를 바라보게 해 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역자는 Explain Pain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그 마음이 결국 Explain Pain 원서를 한국어판 “통증의 역설”로 옮기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이 책은 먼저, 자신의 통증이 왜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지 알고 싶어 여러 병원을 오가며 답을 찾아 온 환자들에게 권합니다. 또한 기존의 생의학적(biomedical) 접근만으로는 설명과 치료의 한계를 느껴 온 의료 및 건강 전문가들에게도 통증을 다시 바라보는 데 꼭 필요한 책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책이 전하는 통증의 핵심 개념은 크게 네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통증은 단순한 조직 손상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특히 오래 지속되는 통증에서는 조직의 상태와 통증의 크기가 항상 비례하지 않습니다. 둘째, 만성 통증을 이해하려면 과도하게 민감해진 통증 시스템, 즉 몸을 보호하려는 경고 시스템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셋째, 통증은 손상된 조직에서 뇌로 그대로 전달되는 단순한 입력이 아니라, 뇌가 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만들어 내는 출력입니다. 넷째, 통증은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차원의 다양한 요인이 서로 얽혀 만들어지는 맥락 속에서 달라지며, 그 맥락은 통증의 강도와 지속, 변화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개념들을 통해 모든 통증은 실제라는 것,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통증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회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쉽고 설득력 있게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