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처럼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이 유독 식사를 어려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입맛이 까다롭거나 식습관이 잘못 들어서가 아닙니다. 예민한 아이들은 음식의 맛, 냄새, 색깔, 온도, 질감에 또래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냄새가 낯설고, 색이 너무 진하고, 손에 닿는 느낌이 불쾌하고, 온도가 조금만 뜨거워도 선뜻 입을 벌리지 않습니다. 또한 예민한 아이들은 식사 환경에도 민감합니다. 식탁 주변이 시끄럽거나 어수선하면 먹는 데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외식을 하면 더 안 먹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_언제쯤 잘 먹을 거니
그날 남편을 잡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이 복잡미묘했습니다. 그 동안 아이를 얼마나 많이 다그쳤던가, 후회와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윽박지르고 답답해하고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저도 모르게 커져 있었는데, 그 마음을 선생님께 다 들켜 버린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제 되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제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방법을 알았으니까 덜 헤맬 것 같은 안심이 되었지요.
별이가 예민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제 육아에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아이를 고치려 하지 않고 이해하는 쪽으로 육아의 방향이 바뀐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바꿔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아이의 까탈스러움이 버거웠습니다. 제 기준으로, 제가 편한 방식으로 아이를 이해하려 하니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모든 행동이 고쳐야 할 문제점으로 보였지요. 그런데 아이가 타고난 성향은 교육으로, 훈육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_왜 자꾸 혓바닥을 내밀지?
예민한 기질의 과학적 명칭은 감각 처리 민감성(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SPS)입니다. 이 기질을 가진 사람을 고감각인, 영어로는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고 부릅니다. 아이의 경우에는 HSC(Highly Sensitive Child)라고 합니다. 199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가 처음 개념화한 이 기질은,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5~20퍼센트에 해당합니다. 다섯명 중 한 명꼴입니다.
예민한 기질은 생명체가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이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양한 동물 중에서도 예민한 기질의 개체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무리 중 일부가 환경을 더 세밀하게 감지하고 위험을 먼저 알아채는 역할을 맡는다는 겁니다. 이는 감각 처리 민감성이 생명체의 진화에 필수적인 생존 전략 중 하나임을 시사합니다.
_무엇이 예민한 아이를 만들까?
HSS-HSP 성향의 아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강렬한 자극을 찾아다니고, 말이 많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여기까지 읽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단어가 있을 겁니다. 바로 ADHD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놓고 보면 HSS-HSP와 ADHD는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과거의 저처럼 병원을 찾고, 실제로 ADHD 진단을 받는 예민한 아이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ADHD와 예민한 기질의 아이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ADHD는 신경발달과 관련된 의학적 진단입니다. 주의력과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기능에 발달적 차이가 있어, 일상에서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반면에 예민한 기질은 의학적 진단이 아니라, 자극을 깊이 처리하는 신경 특성이며 기질의 한 갈래입니다. 비유하자면 ADHD는 ‘진단을 받고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 상태’에 가깝고, 예민한 기질은 ‘왼손잡이처럼 타고난 특성’에 가깝습니다. 두 가지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_강렬한 자극을 찾는 아이
키즈카페가 모든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간이라면, 박물관은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조용하고, 동선이 정해져 있고, 아이는 자기 속도대로 공간에 머물 수 있습니다. 예민한 아이에게 박물관, 미술관처럼 정적이고 고요한 장소는 온전히 아이가 원하는 것을 탐색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입니다.
박물관에 가면 예민한 아이의 관찰 능력이 빛을 발합니다. 별이는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전시물도 오랜 시간 뚫어져라 보고 또 봅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나 작품 앞에서 하염없이 질문을 쏟아내기도 하고, 그림 속의 아주 작은 디테일에 꽂혀서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저는 아이 옆에서 조용히 따라다니며, 아이가 발걸음을 멈추는 곳을 기억해 두고 사진을 찍습니다. 집에 와서 오늘 박물관에서 찍었던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만들기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또 관련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_키즈카페 대신 여기로
일반적인 영어 학습법은 대부분 ‘많이, 자주, 반복’할 것을 권장합니다. 예민한 아이의 영어 공부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데, 바로 ‘좋아하는 것을 많이, 좋아하는 것을 자주, 좋아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라는 필터를 거친 콘텐츠를 들이밀어야 예민한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민한 아이를 위한 영어 공부는 ‘최소한의 개입’과 ‘최대한의 취향 존중’이라는 두 축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저는 이 두 가지 기준으로 예민한 아이를 위한 맞춤 영어 공부법을 다시 설계했습니다. 이를 통해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주도적으로 즐겁게 공부하는 영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_예민한 아이의 특별한 영어 공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