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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너머의 금융 - 평면표지(2D 앞표지)
은행 너머의 금융 - 입체표지(3D 표지)
은행 너머의 금융 - 2D 뒤표지

은행 너머의 금융

21세기 화폐금융론


  • ISBN-13
    979-11-5706-578-3 (0332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메디치미디어 / (주)메디치미디어
  • 정가
    2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7-0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차현진
  • 번역
    -
  • 메인주제어
    화폐경제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화폐경제학 #화폐금융론 #지급 #결제 #어음 #수표 #예금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CBDC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8 * 215 mm, 392 Page

책소개

지급수단의 역사로 다시 쓰는

진짜 21세기 화폐금융론

 

스테이블코인과 CBDC가 화폐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화폐금융론은 여전히 주식과 채권, 투자와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금융을 설명한다. 정작 돈이 어떻게 움직이고, 지급과 결제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는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은행 너머의 금융》은 지급과 결제가 은행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 기능이라는 저자의 오랜 문제의식을 집대성한 책이다. 기원전 7세기 금속화폐에서 어음과 수표, 중앙은행을 거쳐 핀테크와 스테이블코인에 이르기까지 지급수단의 역사를 따라가며 금융의 본질을 새롭게 읽어낸다. 조선의 금융 관행과 기독교·이슬람 금융의 역사를 통해 금융의 진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역사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지급결제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스테이블코인, CBDC 시대의 정책 과제를 짚으며 K-금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돈과 은행은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은행 너머의 금융》은 그 질문에 답하는 진짜 21세기 화폐금융론이다.

목차

프롤로그·004

 

1장 주화

돈과 법•013│금과 은 •022│동양과 서양•030

2장 어음

환어음•041│약속어음•049│배서•057

3장 은행

원시은행•067│법인은행•077│중앙은행•87

4장 수표

지금논쟁(地金論爭)•099│교환소•110│여행자수표•120

5장 예금

500년에 걸친 논란•133│새로운 고민거리•143│예금보험•152

6장 기술

통신•165│컴퓨터•174│신용카드•182

7장 한국

한국은행 설립으로 완성된 고려의 꿈•193 │조선의 품위 있는 지급 관행•204

│삼성이 남긴 한국의 금융 헌법•213

8장 세계

BIS(국제결제은행)•227│SWIFT(국제 은행간 통신협회)•238

│CLS Bank(국제 외환결제전문은행)•249

9장 현재

페이팔과 알리페이: 선불충전수단•263 │비트코인: 돈과 물건 사이•274

│스테이블코인과 CBDC: 용쟁호투•285

10장 미래

제1원칙: 이용자 보호•299 │제2원칙: 개방•310 │제3원칙: 거버넌스 개선•327

 

부록 한국의 10대 과제•343

 

본문인용

이 책은 전문서와 교양서의 경계에 있다. 지급과 송금이라는 지극히 기술적인 주제를 다루는 점에서는 전문서가 틀림없다. 동시에 금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교양서이기도 하다. 요즘 신문을 펼쳐 들면, PG니, P2P 결제니, SWIFT니, CLS 은행이니 하는 기괴한 영어 약자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21세기 금융을 이해하는 데는 필수적인 단어와 개념들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그런 전문용어와 개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6쪽, 프롤로그 중에서

 

지급수단으로서 어음을 가장 먼저 쓴 곳은 중국 당나라다. 도시가 커지고 상거래가 늘어나자 무거운 동전을 갖고 다니는 불편을 없애려고 비전(飛錢)을 발명했다. 문자 그대로 날아다니는 돈이다. 상인들이 지방 관청에 주화를 맡긴 뒤 현금보관증을 받아서 상거래에 이용했다.

비전이 당나라 지방 관청의 현금보관증이라면, 200년 뒤 송나라의 교자포(交子鋪)라는 민간업자가 발행한 교자(交子)는 어음이었다. 교자는 '양면 인쇄된 것'이라는 뜻이다. 닥나무로 만든 종이에 붓으로 글을 쓰면 뒷면까지 먹이 스며들어 뒷면에는 글을 쓸 수 없다. 하지만 교자는 송진을 잔뜩 섞은 유성 잉크를 쓴 까닭에 뒷면에도 인쇄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엄청나게 놀라운 신기술이었다. 중국인들은 그 신기술을 돈을 만드는 데 적용했다. 

-43쪽, 2장 어음, '환어음' 중에서

 

오늘날에는 환어음이든 약속어음이든 배서를 통해 양도된다. 또한 배서를 통해 환금성이 보장된다. 어음이 현금에 버금가는 지급수단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배서에 있다. 참고로 채권을 매매할 때는 배서하지 않는다. 그래서 채권의 만기일에 원금 상환이 어려워지면, 그것은 발행자와 마지막 소유자가 해결해야 할 양자 문제로 귀결된다. 반면 어음이 부도나면, 어음에 배서한 모든 사람이 연루된다. 배서라는 특별한 요건은 연쇄 어음부도 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어음의 단점이라고 비판받지만, 동시에 어음의 장점이기도 하다. 어음은 배서가 많은 어음일수록 담보력이 좋다. 

-61~62쪽, 2장 어음 '배서' 중에서

 

그러나 1821년 금태환 제도가 복원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영란은행이 금 보유액에 맞추어 대출을 회수하자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중략) 여기에 1825년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영란은행을 향한 원망과 증오는 더 커졌다. 심지어 영란은행이 일부러 위기를 조장한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영란은행은 결국 돈을 풀라는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 마지못해 유동성을 공급하며 경쟁 은행들에 대출을 내주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시중의 자금 경색이 거짓말처럼 완화되었고, 불안에 휩싸였던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것이다. 금융시장이 무너질 때 중앙은행이 마지막 구원자savior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작 영란은행 자신도 그때 처음 깨달았다. 1694년 설립 이후 130여 년이 지난 1825년에야 비로소 중앙은행의 진짜 역할이 드러난 셈이었다.

-91~92쪽, 3장 은행, '중앙은행' 중에서

 

수표의 법적 성격은 예금인출지시서다. 즉 미리 예치해둔 자금의 인출을 지시하는 것이라서 무조건적 지급이 핵심이다. 그 지급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예금주(또는 발행은행)가 수표 용지에 서명한다. 그런데 여행자수표에는 서명이 두 번 요구된다. 수표를 살 때 은행 창구에서 한 번 서명하고, 현지 상점이나 식당에서 수표를 사용할 때 또 한 번 서명한다. 그것을 부서(countersignature)라고 한다. 상점이나 식당 주인은 여권과 함께 두 서명을 비교해보고 서명이 틀리면, 인수를 거절한다. 분실한 수표임이 확인되어도 인수와 지급을 거절한다. 그래서 “현금보다 안전하다”는 광고 문구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여행자수표는 수표이면서도 무조건적 지급지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환어음, 약속어음, 수표와 다르다. 여행자수표는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만 합법적 지급이 수행되므로 오늘날로 치자면, 스마트 계약 기능이 탑재된 이더리움(암호자산의 일종)의 선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혁신이 전 세계적 확산의 원동력이었다.

- 127~128쪽, 4장 수표, '여행자수표' 중에서

 

요즘에는 은행의 파산과 정리에는 일반 파산법을 적용하지 않고 별도의 절차(특별정리제도)를 밟는 것이 대세다. 나아가 은행 파산 시 예금을 여타 채권보다 우대하는 방법(예금 우선변제)도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년의 경험으로 볼 때 '바라 공포'와 뱅크런을 예방하는, 가장 일반적이며 효과가 검증된 방법은 예금보험제도다. 2022년에는 학문적으로도 그것이 인정되었다. 더글러스 다이아몬드와 필립 다이빅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예금보험제도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잘 설명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예금보험제도는 유용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예금이 보호된다는 생각이 들면, 예금주들은 부실한 은행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금리를 좇아서 돈을 맡기게 된다. 이를 도덕적 해이라 한다. 그래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예금의 일부분만 보호한다. 하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부분 보호 원칙을 깨뜨렸다. 그리고 예금 전액을 보호(blanket guarantee)했다. 

-161쪽, 5장 예금, '예금보험 중에서

 

한편 ATM은 은행만 보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업자가 시장, 광장, 지하철역에 ATM을 설치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나아가 전화나 PC, 직불카드를 통해서도 송금과 지급이 가능하다. 은행과 예금주 사이에 ATM 설치업자, 직불카드사, 통신사가 끼어드는 것이다. 전자거래의 적법성과 고객 보호를 위해 각 기관의 책임과 권한을 나눌 필요가 있다.

그래서 1978년 미국에서 전자자금이체법(Electronic Fund Transfer Act)이 제정되었다. 전자적 방법으로 자금을 인출하고 송금하는 근거를 제공하는 법이다. 그 법은 1980년 제정된 DIDMCA와는 달리 은행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접속장치나 단말기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예금 대신 계좌(account), 결제(settlement) 대신 자금이체(fund transfer)라는 말을 쓴다. 그런 용어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은행의 독점적 업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예금수취와 송금에서 제3자가 들어설 공간이 허용되는 것이다. 이 법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법이 제정되었다. 우리나라의 전자금융거래법(2007년)도 그중 하나다.

- 181쪽, 6장 기술, '컴퓨터' 중에서

 

그런데 삼성(제일제당)을 포함한 4대 기업이 은행 하나씩을 차지했다. 일부는 돈도 없이 입찰에 참가한 뒤 자기가 소유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정부에게 매각 대금을 치르기도 했다. 두 달 뒤 대한증권거래소의 개장과 함께 이들 상업은행 주식이 상장되자 4대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거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정서가 확고해졌다. 금산분리 혹은 은산분리다. 이에 1961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사정부는 금산분리라는 국민감정을 읽고, 재벌들한테 은행주를 환수했다(형식상 자율 반납이었지만, 재벌들이 속으로 군사정부를 원망했다). 그럼으로써 5년 만에 은행이 다시 국유화되었다. 

하지만 1972년 상업은행(주)을 시작으로 1980년대까지 은행 민영화가 다시 조금씩 추진되었다. 1990년대에는 외환, 국민, 주택 등 특수은행들도 민영화되었다. 이번에는 일인당 보유한도를 8%로 제한하는 등 금산분리 원칙이 철저히 지켜졌다. 그러나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경영이 부실해진 은행에게 감자를 명령한 뒤 정부가 출자하는 은행 국유화다. 그렇게 해서 자본금이 확충된 은행들은 외국에 매각(제일, 외환)되거나 대형 은행에 흡수(평화, 서울, 조흥)되었다.

-222~223쪽, 7장 한국, '삼성이 남긴 한국의 금융헌법' 중에서

 

1960년대까지는 상업은행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고객의 재산(주식)을 맡겼다. 증권 보관 장소가 흩어져 있다 보니 거래 체결과 결제 사이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3년 중앙 증권예탁기관인 DTC(Deposit Trust Company)를 설립하고 증권을 한군데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1976년에는 증권청산소(NSCC, National Securities Clearing Corporation)를 설립했다. NSCC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체결된 모든 거래를 확인한 뒤 주고받을 금액과 주식을 확정하는 기관인데, 증권 거래에서 일종의 교환소 역할을 한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주식 거래 이후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이 열흘에서 이레(1980년대)로, 닷새(1993년)로, 사흘(2004년)로, 이틀(2017년)로 짧아졌다. 마침내 2024년 5월에는 하루로 앞당겼다. 이제는 EU, 영국, 스위스, 호주, 한국(이틀) 등보다도 짧다.** 서류 위기와 주식 배달 사고가 만든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우연한 행운)다. 위기와 사고가 없었다면 자유방임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절대로 시도하지 않았을 결과다.

-251~252쪽, 8장 세계, 'CLS Bank(국제 외환결제전문은행)' 중에서

 

 일부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을 이미 법정화폐로 채택했다(는 주장이 있다). 엘살바도르(2021년)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2022년)이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비트코인이 유일한 화폐는 아니다. 예산 편성과 세금 징수는 여전히 기존 화폐(미 달러화나 CFA 프랑화)로 집행된다. 실생활에서는 비트코인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화폐라는 주장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즉 '비트코인이 화폐인가'라는 초기 논쟁은 해프닝으로 끝나가고 있다. '화폐'라는 말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암호자산(crypto-assets)'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비트코인을 고수익 재산의 일종으로 보면서 기존의 화폐와 금융제도에 대한 도전을 포기한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은 각국의 법정화폐와 금융시스템을 대신할 정의로운 대안”이라는 주장은 비트코인 태동기에 관심과 가격 상승을 노린 업자들의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마케팅은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가까운 장래에 비트코인 생태계가 붕괴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비트코인을 경원시하던 기존 금융계가 오히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 283~284쪽, 9장 현재, '비트코인: 돈과 물건 사이' 중에서

 

바야흐로 비은행 지급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알리페이, 미국의 벤모, 동남아시아의 그랩페이(GrabPay), 인도의 페이티엠(Paytm), 아프리카의 엠페사 등이 그 예다. 이들 비은행 지급 서비스 업자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수취하지만 이자는 지급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슬람 뱅킹에 근접한다. 그렇다면 혁신적 지급수단의 등장에 맞추어 감독체계, 즉 지급수단에 대한 거버넌스도 이슬람 세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복수의 감독기구를 설치하거나 유관 기관이 모두 참가하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은 각종 신형 지급수단의 등장과 확산에 맞추어 제각기 법과 제도를 정비했으나 거버넌스까지 손을 본 나라는 없다. 미국은 지니어스법에 따라 유관 기관이 모두 참가하는 특별위원회(SCRC)를 구성했지만,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자격을 심사하는 데 한정되어 있다. 페이팔과 벤모 등의 지급 서비스는 여전히 주정부의 송금업 허가를 토대로 수행되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가 신종 지급수단을 관리하는 거버넌스를 혁신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 337~338쪽, 10장 미래,  제3원칙: 거버넌스 개선 중에서

 

PG는 판매업자와 이용자(소비자)를 연결해서 안전한 거래를 도와주는 전자상거래의 촉매다. 엔지니어들은 정보처리자(processor) 또는 데이터 취득자(data acquirer)라 부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외국에서 PG 사업은 금융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에서 PG사는 전형적인 IT기업이며, 유명 PG사는 그 흔한 자금송금업허가(MTL)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MTL에는 자금세탁방지와 의심 거래 보고 등 여러 가지 규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PG를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결제대행'이라고 부르다 보니 해당 업체가 돈을 다루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한마디로 말해서 티몬과 위메프가 소비자한테 받은 자금을 잠시라도 자기 사업에 돌려쓰고, 판매자에게는 '정산'이라는 이름으로 천천히 지급하는 부당한 일을 정부가 법률로써 보장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체제에서는 전자상거래 규모가 늘어날수록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PG가 관리하는 자금의 규모가 커진다. 그것이 티몬·위메프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하지만 사태 직후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는 여전히 '1차 PG'니 '2차 PG'니 하는 개념이 남아있다. 

- 357~358쪽, 부록 한국의 10대 과제, '과제 4: PG업 조정' 중에서

 

 

서평

주화에서 신용카드, 핀테크까지

금융의 본질을 꿰뚫는 지급 시스템의 역사

 

 

스테이블코인과 CBDC가 화폐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은행이 독점하던 지급과 송금은 플랫폼과 핀테크 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금융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화폐금융론 교과서는 주식과 채권 등 투자수단에 관한 이야기만 가득할 뿐 어음과 수표 등 지급수단에 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다. 지급수단의 작동 원리를 다루는 화폐금융론 교과서가 비화폐만 다루는 것은 모순이자 반칙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은행 너머의 금융》은 지급과 결제가 은행의 존재 이유이자 금융의 핵심 기능이라는 저자의 오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금융을 투자 중심이 아닌 지급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금융의 역사를 풀어내는 교양서가 아니라 지급수단의 역사를 통해 금융의 본질과 미래를 함께 읽어내는 21세기 화폐금융론이다.

책의 내용은 기원전 7세기 리디아의 금속화폐에서 출발해 어음과 은행, 수표의 탄생을 거쳐 21세기의 핀테크와 스테이블코인까지 지급수단의 역사를 따라간다. 지급수단의 변화가 국가와 시장, 금융제도의 진화를 어떻게 이끌어왔는지를 방대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조선의 독창적인 금융 관행과 이토 히로부미를 놀라게 했던 지급제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기독교 금융과 이슬람 금융의 역사 등 30개의 주제로 풀어내는 다양한 이야기는 오늘날 금융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중반부에서는 시선을 현재로 옮겨 금융 인프라가 진화해온 역사를 살핀다. 전신과 컴퓨터, 신용카드와 인터넷은 지급결제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한국의 지급결제 제도는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BIS와 SWIFT, CLS로 대표되는 국제 지급결제 인프라는 세계 금융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어느 책에서도 다루지 않는 진짜 화폐금융론 이야기가 펼쳐진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CBDC를 둘러싼 논쟁을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한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급수단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이 책은 스테이블코인을 찬반의 대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급질서를 어떤 원칙으로 설계해야 하는가를 묻고, 디지털 화폐 시대 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부록에서는 대한민국 금융이 앞으로 풀어야 할 10대 정책 과제를 제안한다. 지급결제 제도의 구조적 문제부터 이용자 보호,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 금융 규제 혁신에 이르기까지 정책과 법률을 다루는 사람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읽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려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며, 21세기 K-금융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38년 동안 한국은행에서 지급결제와 금융제도를 연구하고 금융 관련 법률의 개정 작업에도 참여해온 차현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금융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금융의 중심은 투자가 아니라 지급이며, 지급수단의 역사를 이해해야 미래 금융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은 어떻게 움직여 왔으며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은행 너머의 금융》은 그 질문에 답하며, 지급수단의 역사를 통해 21세기 화폐금융론을 새롭게 써 내려간다.

저자소개

저자 : 차현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1985년부터 38년 6개월간 한국은행에 근무한 베테랑 '한은맨'으로, 조사국과 금융시장국, 자금부 등을 거쳐 워싱턴사무소장, 인재개발원장, 금융결제국장, 부산본부장 등을 지냈다. 대통령비서실과 미주개발은행(IDB)에서도 근무했으며, 예금보험공사 이사를 거쳐 현재는 호서대학교 비즈니스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을 바탕으로 화폐와 중앙은행 제도에 관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부터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을 제안했고, 외환위기 직후에는 정부와 함께 오늘날 국채시장의 틀을 설계하는 데 참여했다. 한국은행법, 은행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금융 관련 법률의 개정 작업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코로나19 위기 초기에는 한국은행의 특별융자를 제안해 금융기관에 8조 원을 공급하는 정책의 물꼬를 텄다.
저서로는 《중앙은행 별곡》,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법으로 본 한국은행》, 《금융 오디세이》, 《돈 밝히는 세계사》, 《숫자 없는 경제학》 등이 있다.
메디치 가문은 중세 말 근대 초기에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리더이자 후원자였습니다. 지구상에 여러 명문가가 있었지만 메디치 가문은 이름을 오래 남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금융업으로 기반을 다져서 피렌체의 시정을 담당했고, 문화와 예술을 후원했습니다. 르네상스, 문예 부흥에는 메디치 가문의 기여가 컸습니다. 단테, 페트라르카,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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