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의 어둠에 맞선
한 헌법학자의 치열한 1년, 그 고투의 기록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날 밤 자신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또렷이 기억할 것이다. 그 겨울밤, 피곤한 몸을 누이려다 비현실적인 소식을 접한 저자는 다시 일어나 찬바람 맞으며 사태를 파악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이 발생한 서울에서 800리 떨어진 부산의 천변을 걸으며, “헌법을 밝혀 오늘 밤과 같은 상황을 교정·극복하는 데 다가서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능력껏,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필요한 활동을 마다하지 않겠다”(2024. 12. 3. 일지)고 다짐했다. 이후 헌정 유린의 시기 동안 헌법학자인 저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8년 전 대통령 박근혜 퇴진을 위한 탄핵 정국에서 그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닥치는 대로 거리로 나갔다. 서울 국회 앞에서, 부산 서면에서, 대구 동성로에서 대통령 윤석열 퇴진·탄핵 촉구 시위에 참여했다. 초라했지만 그래도 근육을 움직이니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시위 후 귀가하면 뭔가 모를 허탈감과 불안감이 더 크게 밀려왔다. 계엄·내란으로 촉발된 각종 현실적 문제와 의문들에 대해서 헌법적 차원의 분석·평가를 시도하고 헌법에 부합하는 실천적 대안을 생산하는 나름의 작업을, 하기 싫어도 해야, 헌법학자일 것 같았다. 또 작업의 결과를, 거칠고 정치함이 부족하더라도, 현실의 변화무쌍에 발맞추어 거리를 지켜온 대중들과 이들의 열망을 구현해야 할 현실 정치행위자들에 신속하게 전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이 헌법 연구자로서 최선의 참여일 수 있겠다, 싶었다.
(중략)
문제는 12·3 계엄·내란으로 인해 촉발되고 제기된 혹은 답을 요청받게 된 헌법적 쟁점들은, 지금까지 헌법학계에서 깊이 논의되지 않은 것이거나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것들이다. 아마도 대통령과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자가 권력을 그렇게 사용할 것이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고, 또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가치들을 당연하지 않다거나 혹은 왜곡하는 현실적 힘들이 이렇게까지 발광할 것이라고는 헌법학계에서도 크게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공부해온 혹은 쌓아온 학문적 결과를 가져와서 현실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또 연구자들이 함께 생각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서로 검증하면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본문(2025. 1. 14. 일지) 중에서
12.3 계엄과 이후의 사태가 명백한 위헌적 내란임을
헌법학자로서 끝까지 규명한 책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대통령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 3일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성명한 2025년 12월 3일까지, 김해원 교수가 쓴 일지와 행적들로 채워져 있다.
해당 기간은 1년에 불과하나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가 다섯 번이나 교체될 정도로 헌정 질서의 혼란함과 급박함은 내전에 버금간 시기였다. 이러한 헌정 위기 속에서 헌법학자로서 가졌던 생각과 감정 및 경험을 담았다. 이 기억들이, 우리의 존엄을 지속해서 지켜 낼 진정한 버팀목이자 성찰의 계기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 하루하루의 일기 속에 담겨 있다.
제2부는 두 개의 장으로 나뉜다.
제2부의 제1장(“12·3 내란의 징조”)에는 2023년 12월부터 12·3 계엄·내란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기고했던 저자의 칼럼 11편을 실었다. 이들 중 10편의 칼럼은, 공교롭게도 집권 초기부터 무능과 폭정에 기대어 민주적 법치국가의 기본 질서를 유린하고 헌법 무시를 일삼았던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비판과 경계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 장을 통해 12·3 계엄·내란은 느닷없이 닥친 불행이거나 회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일이 아니라, 전조가 있었던, 특히 위헌적 행태들의 반복과 점증, 이에 대한 무관심과 무력감에 기댄 관용을 통해서 누적된 사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제2장(“12·3 내란에 대한 학문적 응답”)에는 2024년 12월 3일 이후 약 1년간 헌법학자로서 12·3 계엄·내란으로 새롭게 촉발된 헌법 이론적 문제들과 대결하면서 쓴 논문 5편의 서지 사항과 해당 논문의 제목·목차·초록을 수록했다. 제1부의 일지와 연관해, 급박하고 참담했던 내란 앞에서 헌법학자의 고뇌와 고투가 어떻게 학술 작업으로 이어졌는지를 살피는 것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들이 헌법적 사유와 실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권력의 헌법 유린에 맞서 주권자인 시민이
무엇을 감시하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민주시민의 기본서
“12·3 계엄·내란으로부터 시작된 헌정 위기와 그 수습 과정을 권력은 마땅히 ‘위대한 승리의 과정’으로 칭송하며 이를 역사적·혁명적 상징과 의례로 만들어 우리를 받들어야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해당 수습 과정을 ‘위대한 승리의 과정’으로 기억하기보다는 권력으로부터 노골적으로 모욕당한 주권자의 부끄러운 시간이자 간신히 패배를 면한 아픈 기억으로 각인하고 이를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는 것을 우선해야 할지도 모른다. 권력자에 의해서 자주 능멸당해온 주권의 역사를 끊어내고 ‘국민주권의 날’을 온전히 계속 그리고 매일같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주권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먼저 진정한 주권자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후기 중에서
우리 헌정사가 두고두고 참조해야 할 헌법적 진단서이자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처방전
12·3 계엄·내란 이후 수많은 전문적인 분석들과 목소리 속에서도 이 책이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혼란스러운 내란의 전 과정에서 필요한 해답을 ‘준비된 학문적 기반’ 위에서 명쾌하게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관계를 천착해온 저자의 논문들과, 최근 저자가 매진해온 주권에 관한 연구들은 이번 위기 속에서 흔들림 없이 헌법적 답을 내놓을 수 있었던 든든한 뿌리가 되었다.
또한 저자가 쏟아내는 뜨거운 분노와 비판의 기저에는 파괴된 헌법 가치를 복원하고자 하는 헌법학자의 학문적 양심이 흐르고 있다. 연구실에서 광장으로 이어진 이 실시간 응전의 기록은, 헌정 질서가 교착된 순간마다 이론과 실천이 결합한 지성의 정수를 보여준다. 『내란 앞에서』는 우리 헌정사가 두고두고 참조해야 할 헌법적 진단서이자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