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자꾸 물속으로 뛰어드는 나를 붙잡고 고기 한 점, 수박 한 조각씩을 더 입에 넣어줬다. 물 밖에 나와서 엄마가 주는 음식들을 받아먹는 동안 젖은 등이 햇볕에 마르는 그 바삭한 느낌이 아직도 또렷하다. 아, 이번 생에는 아무리 더워도 여름이 제일 좋을 것 같다.
-30쪽, 〈어린 날 강 수영〉
예전에는 내 시점으로만 기억하던 사건이었는데 이제는 아저씨가 어떤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을지, 저 멀리 자기만 아는 명당으로 우리를 데려가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이 뜨끈해서 떠올릴 때마다 울컥한다. 말도 안 되는 마법 같은 일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48쪽, 〈펑!〉
꿈속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괴물을 만나고 친구가 돼 함께 이상한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온갖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때로는 서럽고 슬픈 일도 생긴다. 극복할 때도 있고 잠식될 때도 있다. 하지만 꿈속이니까, 엔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155쪽, 〈바다로 가는 버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깔깔댔던 기억이 난다. 잊지 않으려고 우리가 놀았던 날을 기록했다. 만화를 그리는 것도 또 다른 놀이처럼 재밌다. 이 만화도 그리는 동안 계속 웃었다. 여름과 만화는 정말 좋은 장난감이다.
-193쪽, 〈바다에서 재밌게 노는 방법 연구〉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푸하하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한다. 서러워지기도 하고 충만해지기도 한다.
마지막은 항상 장대한 해피 엔딩이다. 그래서 결말에 도달하면 ‘내 마음속에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220쪽, 〈장마〉
물에서 노는 동안 혼자서 돌탑을 많이 쌓았다. 돌탑마다 소원을 빌려고 했는데 삶이 너무 충만해서 특별히 간절하게 빌 소원이 없었다. 몇 개를 쌓다 말고 그냥 커다란 바위 위에 드러누웠다.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더니 스르륵 잠이 왔다. 무척이나 신비롭고 좋은 꿈을 꿨다.
-245쪽, 〈무릉도원〉
여름에는 거의 매일 충만함을 느낀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따뜻하기만 해도, 무성한 나뭇잎만 봐도 온전히 만족스럽다. 상상 속 미래는 사라지고 현실의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니까, 여름의 나는 무언가 추구해야 할 것이 없다.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영원하고 유일한 현재에 마음껏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자유롭다.
-269쪽, 〈축제〉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는데 밤바다를 보고 떠오르는 것들은 왜 이렇게 유치한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았다. 누가누가 더 유치한 상상을 하는지 대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생각나는 대로 내뱉어도 웃으면서 한술 더 떠가며 받아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끝도 없이 신이 났다. 환한 보름달을 보면서 ‘그냥 이런 애들이랑 같이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325쪽, 〈밤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