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느리고 다정한 방법
풍경 하나, 사물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일 『나를, 당신을 읽어내기 위해』
아름다운 문장으로 삶을 쓰는 작가 조은아의 신작, 『나를, 당신을 읽어내기 위해』가 출간되었다. 이번 신작은 ‘마음’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작가는 소란한 일상 속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에게 가만히 손을 내민다. 책 속 문장에 깃든 작은 틈에서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모든 걸 이해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가만히 앉아 하나하나 조심스레 살펴보자고. 그러면 저마다의 존재 이유를 옅게나마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우리의 씨앗들에게 모두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고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 한마디만으로도 씨앗은 위대하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한 뼘 더 품을 거니까……. 뭐든 거룩하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니 말이다. (36p)
작가의 문장은 자연을 닮았다. 책 속에는 유난히 자연이 많이 등장하는데, 초록 잎을 한아름 머금은 문장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렵지 않은 단어들이 모여 이렇게나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흔하게만 보이던 가로수도, 그 곁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도, 푸르른 하늘도…. 매일 마주하던 모든 게 한데 모여 속삭이는 듯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 어지럽고 소란스럽기 짝이 없는 이 세상도 가만히 바라보면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고 말이다.
돋아나는 싹들을 보며 종종 생각한다. 삶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져보는 기쁨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싹을 틔울 수 있는 사람은 분명 행복을 아는 사람일 거라고……. 소소한 순간도 부풀려 자신의 것으로 한껏 안을 줄 아는 사람일 거라고……. 그 누구보다도 삶에 관대하고 용기 있는 사람일 거라고……. (48p)
빼곡하게 채워진 현실 속에 작은 쉼 하나, 넣어보기로 한다. 가방 안에 이 책을 살포시 넣고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공원 벤치에 앉아서 펼쳐보기를. 무료한 일상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련과 아픔 사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생의 반짝거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다시 바라본 나와 당신, 그리고 이 세상은 달라도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