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라는 말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사과가 서툰 아이들을 위한 관계 동화
알감자는 가족과 친구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도 쉽사리 사과하지 못합니다. 알감자는 친구를 툭 치고 지나
가서 넘어뜨려 놓고도 실수로 그런 거라며 어물쩍 넘어가 버립니다. 자주감자에게는 마음에 크나큰 상처
주는 말을 해 놓고도 자꾸 변명거리만 찾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습니다. 결국 알감자는 친구들과 자연스레
멀어지게 됩니다. 알감자는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사과하는 것을 유독 어려워합니다. 알감자는 사과하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합
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막상 얘기하려고 하면 부끄러워지고 속마음과 다른 나
쁜 말이 툭 나가 버립니다. 또 사과하는 순간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어렵거나 잘못한 사람으로 규
정될까 두려워서 사과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인데 꼭 말로 해야 하냐며 사과를 회피하
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건 아이들만 겪는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어른들 역시 쉽게 사과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책임지지 않는 어른, 사과를 잃어버린 아이들
사과를 배우지 못한 나를 돌아보다
‘사과’는 태어날 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 보고 배우는 것입니다. ‘학습’의 영역인 것이죠. 아
이들은 어른의 모습을 보며 관계 맺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다면 어른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자주,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을까요? 혹시 어린아이에게 무슨 사과냐며 은근슬쩍 잘못을 넘어가려 했던 적
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어른이 없는 현실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투영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책 속 알감자 또한 사과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라서 사과하는 걸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었지요. 책은 아이들의 속사
정을 따뜻하게 들여다봅니다. 사과하는 행위가 부끄러운 패배가 아니라, 친구와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꼭 필요한 '용기'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 줍니다. 전작 『거절은 너무 어려워!』가 건강한 개인의 울
타리를 세우는 법을 다뤘다면, 『사과는 너무 어려워!』는 무너진 관계 속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핵심 열쇠인
‘사과’의 중요성을 짚어냅니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해!
이번 작품에도 귀여운 구슬감자들과 몇백 살인지 모를 쪼글할머니가 등장합니다. 알감자는 이들을 만나서
자기 행동을 돌아보고, 조금씩 자신의 마음도 들여다보게 됩니다. 구슬감자들과 쪼글할머니가 알감자 앞에
서 ‘거울 치료’를 제대로 보여 줬기 때문이죠. 알감자는 그렇게 자신의 잘못을 역지사지 입장에서 바라보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한 잘못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알게 되지요. 이런
반성의 시간 덕분에, 친구들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말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사과
와 책임'이라는 주제를 개성 넘치는 감자 캐릭터들이 통통 튀고 유쾌하게 풀어 주었습니다.
이 책은 완벽한 어린이를 만들려고 훈계하지 않습니다. 대신 실수하고 후회할지언정, 다시 용기 내어 관계
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아이들에게는 마음을 표현하는 용기를 주고, 어른들에게는 관계를
회복하는 말의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다정한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