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이 입혀진 핵산 조각이 눈에도 안보이고 비말로 튀어나와 여기저기 옮겨 붙는다. 불시에 덮쳐온 코로나19가 파렴치하게 지구인 몸속에 숨어든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 상황이 되자 나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기가 두려웠다. 그래서 고즈넉한 곳을 찾아 마음의 평정을 얻고 싶었다. 경주에 한옥을 마련한 친구가 몇몇 친구를 초대해주어서 집들이 겸 경주지역 문화유산답사를 했다. 월정교, 최부잣집, 남산 탑곡 마애불상군, 서출지 등을 둘러보았다. 그 가운데 마애불상군에 관심이 많이 갔다. 마애불상군 전면엔 황룡사구층목탑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어찌 보면 탑의 설계도인 셈이고, 후면엔 삼존불이 새겨져 있는데 바위의 철 성분으로 인해 붉은 빛이 감돌아 신비감을 더했다.
답사를 마치고 한 친구가 무장산 억새가 아름답고 산 중턱 무장사지의 삼층석탑도 둘러볼만 하니 다음에 가보라고 귀띔한다. 이때부터 절도 스님도 없지만 석탑이 지키는 폐사지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텅 비어있는 폐사지가 아니라, 석탑이 있어 결코 폐허가 아닌 절터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 폐사지에서 건전지의 극에 혀를 댔을 때처럼 싸한 느낌과 아울러 찌릿하게 전율이 일 때도 있었고, 별빛 밤하늘에 일곱 개의 별을 이어서 북두칠성 국자를 완성했을 때처럼 희열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5년여에 걸친 폐사지 답사가 어느덧 백여 곳에 이르게 되었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