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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의 대한민국 탐문


  • ISBN-13
    979-11-24638-00-2 (03910)
  • 출판사 / 임프린트
    서해문집 / 서해문집
  • 정가
    18,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6-1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병한
  • 번역
    -
  • 메인주제어
    아시아사
  • 추가주제어
    사회학 및 인류학 , 사회, 문화: 일반 , 정치 및 정부 , 국제관계 , 산업 및 산업연구 , 산업화 및 산업사 , 정보기술: 일반 주제 , 사회예측, 미래연구
  • 키워드
    #아시아사 #사회학 및 인류학 #사회, 문화: 일반 #정치 및 정부 #국제관계 #산업 및 산업연구 #산업화 및 산업사 #정보기술: 일반 주제 #사회예측, 미래연구 #한국현대사 #박정희 #김대중 #김우중 #김지하 #백남준 #이수만 #이상혁 #페이커 #미래학 #문명사 #디지털문명 #인공지능 #AI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280 Page

책소개

뜨거운 화제작 〈아메리카 탐문〉 〈테크노-차이나 탐문〉을 잇는

‘뉴 노멀 탐문’ 3부작 완결판!

 

출간 즉시 뜨거웠던 화제작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을 잇는 ‘뉴 노멀 탐문’ 3부작 완결판. 이번에는 대한민국이다! 아메리카에서 실리콘밸리를 주축으로 한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복음이 울려 퍼지고, 중국이 첨단 미래기술로 무장한 ‘테크노-차이나’로의 질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은 과연 무엇인가. 이 책은 단도직입, 산업문명의 라스트 선진국에서 디지털/AI 문명의 퍼스트 설계자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과감하게 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오늘날 세계는 산업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문명의 대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입기, 어느 나라도 디지털 문명의 새로운 표준(OS)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G2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은 한참 패권전쟁에 골몰하느라 새 패러다임을 창조해낼 여력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해볼 만한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문명의 모범적인 패러다임을 설계한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전 세계가 환영할 것이다. 제국주의 식민 지배 역사가 없는 도덕적 권위에 기반한 제3의 리더십을 획득할 수 있다. 제발 한국이 그러한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해주기를, K에 열광하는 세계의 수많은 미래 세대가 마음을 활짝 열고 한껏 기대를 품고 있다. 

 

2026년 한국의 위상이 절묘하다. 명실상부 선진국, 이제는 유럽과 일본에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제조업과 디지털산업 모두를 겸장한 세계 유이(唯二)의 나라, 중국과 한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과 더불어 디지털 문명의 표준을 설계해볼 수 있는 지구상의 3대 국가의 하나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의 조공국에서 일본의 식민지를 지나 미국의 동맹국도 졸업하여, 세계를 경영하고 미래를 창조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첫 번째 나라가 되어보자는 것이다. 라스트에서 퍼스트까지, 대한민국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산업문명의 라스트 선진국에서 

디지털 문명의 퍼스트 설계자로

 

AI 혁명, 미․중 패권전쟁, 기후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는 문명사적 질문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미래는 어떻게 열릴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22세기의 역사가가 되어 21세기를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미래의 역사를 미리 써본다는 감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산업문명의 마지막 선진국을 지나 디지털 문명의 첫 번째 설계자가 되어가는가?” 그 주춧돌로 일곱 개의 역사적 화두를 제시한다. 산업화, 민주화/정보화, 세계화, 생명화, 행성성, K-컬처, K-신화. 

 

그리고 그 각각의 상징적인 인물들을 통해 과거에서 길어낸 오늘, 오늘에서 길어낸 내일로, 책은 마치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높은 탑의 계단처럼 굽이굽이 뻗어간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과거의 인물과 사건들에 대한 천착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맥락으로 과감하게 과거를 소환하여 재구성하고 미래를 예견한다.

 

퍼스트 코리아― 한국을 제국으로 만든 일곱 개의 별

 

하나. 잿더미의 제로에서 산업화를 이루어내 세계 속의 하나로 우뚝 서는 초석을 다진 한국형 기술공화국의 원조, 박정희를 거울 삼아 다시 한번 ‘제로 투 원’ 문명 전환의 그랜드 디자인을 그려본다. 기술입국, 과학보국, 자립경제, 총력안보, 국민총화, ‘국적 있는 교육’ 등의 화려한 구호들을 다시금 참조하여 디지털 신문명의 새로운 OS를 발명해내자는 것이다.

 

둘. 민주화 이후 제2의 건국운동을 일으켜 제3의 물결(정보화)이라는 반석을 놓음으로써 오늘날 디지털-K의 서막을 연 김대중을 사표로 삼아, 다시금 화해와 연대의 새 정치와 큰 정치를 도모하고 디지털 문명의 허브 국가로 도약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이를테면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드는 AI 수도, AI 시대의 표준 도시, AI형 미래도시 네트워크를 남해안 다도해 벨트에서부터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형 표본 도시와 표준 문명의 거버넌스를 세계에 퍼뜨려가는 것이다.

 

셋.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닌 K형 세계경영의 원조, 한국 최초의 종합상사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다국적 기업으로 ‘대우’의 성공 신화를 일구어낸 김우중을 통해 세계경영의 딥마인드를 복기해본다. 그럼으로써 아시아를 다시 위대하게, 장차 시베리안드림까지 실현해내는 것이다.

 

넷. ‘저항 시인’ 김지하가 아닌, 우주생명사상의 선각자로서 김지하의 또 다른 삶을 복원해냄으로써 K-생명문명의 탄생을 그려본다. 개화우파 산업화 세력과 개화좌파 민주화 세력을 아우르고 넘어서는, 동학에 뿌리를 둔 ‘후천개벽’(後天開闢) 세계관을 통해 ‘1987년 체제’ 너머의 상상력을 길어 올린다. 에콜로지와 테크놀로지의 합류, 김지하의 〈한살림 선언〉과 실리콘밸리의 〈홀어스 카탈로그〉(Whole Earth Catalog)의 조우, 그리하여 또 하나의 유엔 ‘유나이티드 네이처스’(United Natures)를 꿈꾸어보는 것이다.

 

다섯. 방랑하는 노마드로서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등 일찍이 행성을 주유하며 행성 차원의 행위예술을 최초로 선보였던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을 통해, 디지털 문명의 ‘행성성’(Planetary)을 사유해본다. 생물과 기후와 AI까지 모두가 주체이자 행위자가 되는 시대, 산업문명의 낡은 국가중심적 세계질서를 대체할 수 있는 행성적 거버넌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여섯. 넥스트 레벨― 국민국가로 조각난 지구를 하나의 가상 네트워크 국가로 연결해낸 이가 바로 케이팝의 광개토대왕, 이수만이다. 컬처-테크놀로지의 광야를 개척하고 K-컬처라는 새로운 문화적 유니버스를 창시한 SM타운의 건국신화를 통해, 전 세계의 미래 세대를 홀리는 압도적인 문화강국, ‘프로듀서의 나라’가 되어보자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과 AI 혁명이 선사할 급진적이고 막대한 풍요를 다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의 OS를 우리가 앞장서서 창조해보자는 것이다.

 

일곱. 게임 체인저― 문화에서 신화로의 진화, 그 최전선에 게임이 자리한다. 게임이야말로 미국과 중국과 한국, 디지털-삼국지의 가장 치열한 전장이다. 그리고 그 가상세계의 극강의 챔피언이자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불사대마왕이 바로 이상혁(페이커)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바람의 나라’가 되어 ‘단군의 땅’에서 오래된 미래를 되살려내고, 마침내 ‘리그 오브 레전드’, 반지의 제왕을 격파하는 전설의 고향을 시작할 차례다. 

 

해방 100주년, 한국표준 2045를 꿈꾸며

 

산업혁명의 출발은 영국이었다. 그러나 산업문명의 표준을 설계해 완성품을 만든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산업문명의 표준을 만들어갔던 것처럼,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에서 자립해 디지털 문명의 패러다임을 창출해가야 한다. 그 새로운 문명의 표준적 OS를 가장 먼저 설계해볼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80년이 흘렀다.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20년이 남았다. 100미터 달리기에 빗대어본다. 스타트는 무척이나 뒤졌다. 꼴찌 중의 하나였다. 중반기부터 무섭게 치고 나온다. 1960년대부터 50년 동안 거의 모든 나라를 추월했다. 이제는 마지막 스퍼트, 결승 라인이 눈앞에 보인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낼 때다. 온 마음 온몸으로 전력질주해야 대반전의 서사를 완수할 수 있다. 그것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를 모두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다음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부디 더 이상은 우리 내부의 분란으로 에너지를 갉아먹지 않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좌파와 우파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각각 그 단계에서 주어진 역사적 과업을 훌륭하게 완수해냈다. 이제 자잘한 파워 게임일랑 그만두고, 서로를 다독이며 가슴 뛰는 신문명의 재창조 게임으로 갈아타야 한다. 전 세대와 모든 진영을 아우르는 원대한 목표가 없으니 정치권은 번번이 반목하고 국민은 수시로 갈등하는 것이다. 반도(半島)도 모자라 반국(半國)에 함몰된 협애하고 옹졸한 마음을 걷어내고, 중화제국과 미합중국 사이, 디지털-아메리카와 테크노-차이나 사이에서 21세기의 새로운 ‘USA’(United States of ASIA), 그 동부(East Coast)로서 한반도를 폭넓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목차

머리말 _ 라스트와 퍼스트, 챌린저와 챔피언

 

프롤로그 _ 개천과 제천: 스타링크와 뉴럴링크

 무엇을 할 것인가: 시무십여조

 특이점, 변곡점, 임계점: 말세와 창세

 만국활계 남조선: United States of ASIA

 

01 제로 투 원 _ 박정희: 세계 속의 K

 전환시대의 논리: 테토남과 테크남

 하면 된다: 극일과 탈미

 잘살아보세: 레전드와 레거시

 

02 제2의 건국, 제3의 물결 _ 김대중: 디지털-K의 서막

 크로스: 용서의 용기

 케이블: 벤처와 밸리, 네트워크 스테이트

 클라우드: 장보고와 메디치

 

03 아시아를 다시 위대하게(MAGA) _ 김우중: 세계를 경영하는 K

 도전: 신화 창조

 희생: 천하무적

 창조: 천지개벽

 

04 유나이티드 네이처스 _ 김지하: 후천개벽으로 K-생명문명을 꿈꾸다

 아이돌: 타는 목마름으로

 아이콘: 한살림과 홀어스

 아이-유: 우주와 민주

 

05 디지털 문명의 네오르네상스 _ 백남준: 노마디즘과 코스미즘의 K-스타일

 노마디즘: 실향과 귀향

 샤머니즘: 모성과 신성

 코스미즘: 각성과 행성

 

06 넥스트 레벨 _ 이수만: 새로운 문화 유니버스, K-팝의 탄생

 멀티-미디어: 문화 생산

 멀티-내셔널: 제국 건설

 멀티-유니버스: 신화 창조

 

07 왕좌의 게임 _ 이상혁: K-크리에이터들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AI: 루덴스와 데우스

 페이커: 구도와 득도

 뉴 그레이트 게임: 롤(Role)과 룰(Rule)

 

에필로그 _ 제2의 창세기: 선사와 후사

 오픈 월드: 아바타

 오픈 소스: 아리랑

 오픈 엔드: 아사달

 

 

본문인용

그 팔란티어가 정조준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미 HD현대와 KT와 협업을 시작했다. 과연, 마스가(MASGA)의 조선소와 핵심 기간산업인 통신사를 첫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 미국이 필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빅데이터 징발령, 한국을 장악해야 한다. (…) 이제 서양과 동양 사이, 미국과 중국 사이, 공화당과 공산당 간의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결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 테크노-패권전쟁의 최전선에 팔란티어가 자리하고, 그 팔란티어의 CEO가 첫사랑도 한국인이었다며 도톰하게 살이 차오른 한국을 찜 쪄 먹기로 점 찍은 것이다. _본문 25~26쪽

 

그래서 선택과 집중, 일군의 뛰어난 기업가 집단을 선별적으로,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자동차, 조선소, 전자산업 등 일본이 한참 자랑하는 기업들을 벤치마킹하여 끝내는 일본을 넘어서는 초일류 세계 기업들로 키워내려고 한 것이다. 단, 전제가 하나 있었다. 선박도 차량도 전자제품도, 공히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이 필요했다. (…) 식민지의 수모를 겪고 살아냈던 조상의 핏값으로 세우는 제철소이니만큼 허투루 임할 수가 없었다. 실패하면 다 같이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결기로, 철철철 흘러나오는 오렌지 빛깔 쇳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끝끝내 청출어람, 포스코는 스승 격이었던 신일본제철을 추월하며 세계 최강의 철강기업으로 등극한다. 그 기세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현대자동차도 삼성전자도 대우조선도, 승승장구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훗날 AI 혁명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CEO가 깐부를 맺자며 코엑스를 방문해 치맥 파티를 벌이는, 제조업 강국 K의 시발이 1968년이었던 것이다. _본문 59~60쪽 

 

나라 전체를 삽시간에 월드와이드웹(www)의 그물망으로 촘촘히 엮어낸 것이다. (…) 실리콘밸리를 참조해 판교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디지털-새마을 만들기, 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게 된다. 김대중이 퇴임하던 2003년 2월,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3000만 명에 육박했다. 1998년 30만 명에서 백 배가 늘어난 것이다. 영국도 프랑스도 네티즌 수가 1000만 명이 되지 못하던 시절이다. (…) 금융위기의 Doom(불운)을 IT산업의 Boom(붐)으로 극복해낸 것이다. (…) 공장이 텅텅 빈 미국에는 제조업이 없다. 일본과 유럽은 디지털 전환에 한참을 뒤처졌다. AI 3강을 넘어 2강으로, 나아가 AI 문명의 표준을 설계해볼 수 있는 기반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 마련된 것이다. 박정희가 한국의 하드웨어를 건설했다면, 김대중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냈다. 눈떠보니 선진국이 된 것이 아니다. 선구자적 안목을 가진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차근차근 선진 국가까지 올라선 것이다. _본문 87~89쪽

 

[김우중이] 세계경영을 공식화한 해가 1993년이다. 단순히 외국에 수출하는 중진국 전략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하나의 단위로 보고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대전략을 제시했다. 전 세계에 분산된 자원과 인재와 기술과 자본을 통째로 사유하고 사용하는 글로벌 전략을 입안했다. 그 경영전략의 세계화는 경영활동의 현지화와 쌍을 이룬다.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작 외국에 가보면 한국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다들 식민지 경험이 있는 탓에, 선진국 기업보다 한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작다는 것이다. 한국이 단 20년 만에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한 생생한 경험을 전수받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우는 진출하는 나라에 공장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워주고 정책 서비스를 컨설팅해주는 격이었다. 이처럼 제조, 건설, 금융 등 통으로 구성된 풀 패키지 전략을 ‘복합화’라고 정리했다. _본문 114~115쪽

 

돌아보면 [김지하는] 출옥 이후 1981년 로터스상 수상 연설문에서부터 ‘생명’을 표방했다. 군사독재라는 일국적 차원이 아니라 생명의 위기라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당대를 조망했다. 자유주의나 사회주의 같은 이데올로기의 한계도 설파했다. 생명의 세계관에 기초한 온생명의 온톨로지(Ontology, 존재론)를 탐구한 것이다. (…) 원주에서 싹튼 생명사상과 해남에서 일군 생명운동이 통합되어 산출된 문건이 바로 1989년 〈한살림 선언〉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바로 그해다. 남북과 좌우와 동서를 망라한 하나의 거대하고 거룩한 한살림을 모색했다. (…) 오히려 거대한 뿌리에 접속해 더욱 더 한국적인 것, 아주 더 오래된 토착적인 것으로 더 멀리 돌아간다. (…) 21세기 새천년을 맞이해서는 세계와의 소통을 도모했다. 전 세계 사상가·평화운동가·환경운동가·시인·과학자·예술인들을 초청해 ‘세계생명문화포럼’을 개최한다. 2003년에 시작해서 2006년까지 네 차례 진행되었다. 다보스에서 진행되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나 제3세계에서 열리는 세계사회포럼과도 일선을 그었다. 좌파와 우파가 아닌 개벽파의 생명문명을 탐구하는 첫 번째 국제 회합을 한국에서 조직해낸 것이다. _본문 142~143쪽

 

판교의 테크노밸리에서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서사가 없다. 인류와 미래와 우주에 대한 위대한 이야기를 발신하는 사람들이 없다. 사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렉스 카프는 판교가 아니라 성수동에 팔란티어의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다보스포럼에서 블랙록의 래리 핑크와 대담하는 것과는 딴판인 것이다. 젠슨 황 역시도 깐부들과 치맥 파티를 즐겼을 뿐이다. (…) 한국의 서학개미들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에 열광하는 것처럼,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아시아의 미래 세대가 경험할 탈노동사회와 투자사회의 대안으로 한국의 빅테크들을 주목하도록 고유한 네이티브 내러티브를 주조해가야 한다. (…) 머스크도 허사비스도 카프도, 디지털 문명의 여명기에 등장한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인 것이다. 새로운 나라를 일으키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겠노라 담론을 팔고, 무리를 지으며 팬덤을 만들어가고 있다. 삼성도 SK도 LG도 네이버도 ‘최고철학책임자’(CPO)가 필요하다. _본문 150~151쪽

 

과천 현대미술관에 가면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다다익선〉을 감상할 수 있다. 1003개의 TV로 쌓아올린 디지털-첨성대다. 지상과 천상을 잇는 세계수이자,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우주목이다. 1003개는 10월 3일, 개천절을 상징한다. 과연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저 하늘이 크게 열린 날을 기념하는 단군의 나라다. 인공위성과 인공지능 시대, 사피엔스 또한 더는 하늘과 땅 사이 천지인의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저 활짝 열린 오픈 스카이에서 펼쳐질 우주생명문명의 테크노-샤머니즘을 구현하는 사이보그를 형상화한 것이다. 인류 최초로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공위성 쇼를 연출했던 디지털-샤먼으로서, 시공간 3차원을 초월한 5차원과 11차원의 우주로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다. 오대양 육대주 지구를 유랑하던 사피엔스가 태양계와 은하계의 우주를 유영하는 사이보그가 되어간다. _본문 176~177쪽

 

2003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스 서비스를 출시한다. 2007년에는 아이팟이 1억 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바로 그해에 드디어 아이폰도 등장한다. 와중에 2005년에는 유튜브도 출시되었다. (…) 유튜브와 아이폰 모두가 실리콘밸리의 창조물이었다. 하지만 정작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문화 콘텐츠는 K-팝이 되었다. (…) 인쇄술 시대에는 중국이 압도적이었다. 라디오 시대는 영국이 앞서갔다. TV 시대는 미국이 선도했다. 인터넷 시대부터 한국이 비상한 것이다. 지금의 SNS 시대에는 K가 압도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팬덤의 영혼을 물들이며, 공산품 제조 국가에서 문화․예술을 파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마중물이 K-팝이 된 것이다. 이수만은 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라 했다. 강대국의 문화가 약소국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 선진국이 경제 강대국으로 비약한다는 역발상이 통했던 것이다. _본문 194~195쪽 

 

마침내 [2023년] 11월 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웨이보게이밍(WBG)과의 결승전이 열렸다. 입장권은 판매 10분 만에 매진되었고, 경기장 밖에서는 20배가 넘는 암표가 거래되었다. 수만 명의 홈 관중이 몰려들어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경기장에 가지 못한 열혈 팬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이 경기를 실시간으로 상영하는 영화관도 전국에 수십 곳에 달했다. 이날 페이커는 기어이 우승컵을 거머쥔다. 무려 7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단숨에 세계 정상에 등극했던 열일곱 살 때보다 더욱 값진 우승이었다.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극적으로 반등해 재차 최정상에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최연소 우승자에 이어 최고령 우승자까지 되었다. (…) 2024년에도 우승했다. 2025년에도 또 우승한다.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깨고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두 해 연속 우승의 기록을 넘어 스리핏, 3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운다. (…) 20세기 중반 김용이 창조한 무협지의 영웅문 세계가 대륙과 동아시아를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20세기 후반 오우삼이 빚어낸 홍콩의 누아르가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을 과시하던 때도 있었다. 21세기 초반 이제는 불사대마왕, 천마 페이커가 디지털 지구촌을 석권하는 신시대, 신의 시대가 된 것이다. 문화에서 신화로의 진화, 문명의 차원 변경을 하드캐리하고 있는 최전선에 게임이 자리한다. _본문 229~231쪽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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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이병한
20대는 사회과학도였다. 서방을 선망했고, 새로운 이론의 습득에 골몰했다. 30대는 역사학자였다. 동방을 천착하고, 오랜 문명의 유산을 되새겼다. 자연스레 동/서의 회통과 고/금의 융합을 골똘히 고민했다. 그 소산으로 1000일 《유라시아 견문》(전3권)을 마무리 짓고 40대를 맞이했다.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 개벽학은 동학 창도 이래, 이 땅의 자각적 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동녘의 오래된 유학과 서편의 새로운 서학이 합류한 문명의 융합을 거대한 뿌리로 삼는다. 그러함에도 한국학, 한 나라에 한정되지 않는다. 북구에서 남미까지, 인도양에서 시베리아까지, 지구적 규모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구적 단위로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특히 인간이 창조한 인공의 세계, 인공지구와 인공생명과 인공지능의 도래를 주시한다. 인간 이전의 자연적 진화는 물론이요, 인간 이후의 자율적 진화에, 인간만의 자각적 진화를 두루 아울러야, 지구의 진화에 일조할 수 있는 미래학자의 자격이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진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공진화, 생물과 활물과 인간의 공진화, 생명과 기술과 의식의 공진화, 만인과 만물과 만사의 공진화, 개벽학과 지구학과 미래학의 공진화,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깊은 미래(Deep Future)를 탐구하는 깊은 사람(Deep Self), 무궁아(無窮我)이고 싶다.
고전에 사진과 그림이 없다고?
그랬습니다. 2000년 무렵, 고전들은 한결같이 원문이 들어가고, 주가 들어가는, 말 그대로 고전이었습니다. 그때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고전을 만들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그림과 사진, 지도가 들어가는 최초의 고전 번역서를 출간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오래된 책방〉 시리즈입니다. 서해문집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헌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의 보존과 미래를 위해 출판사의 역량을 투입하는 출판사. 서해문집은 그런 출판사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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