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
혼여행을 망설이는 분들께는 용기가, 혼여행을 이미 즐기고 있는 분들께는 동행자가 되어주고 싶어 이 책을 썼습니다. 그리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즈음엔 나를 가로막고 있는 마음의 벽이 조금은 얇아져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 「Prologue」 중에서
‘지하철 창 너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잘 살아보려 애쓰는 표정이 퍽 슬퍼 보였다. 어떻게 하면, 이 답답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까.’ 그 길로 부산행 주말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왜 부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바다가 보고 싶었고 다대포항의 불그스름한 노을이 떠올랐어요. 실은 지금 이곳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다는 마음이었죠. 그 마음 하나로 도망을 쳤습니다. 도피였어요. 처음엔 스스로가 조금 나약하게도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이거 하나만은 확신했습니다. 지금 나에게 이 도피가 참 이롭다는 것.
--- p.24, 「도피를 선언합니다」 중에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언제 가장 편안함과 외로움을 느끼는지 저도 처음에는 어느 하나 쉽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혼여행을 이렇게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나와 친해지기 프로젝트’ 이렇게 이름을 붙이고 나니 느끼게 될 외로움도 심심함도 하나의 과정처럼 여겨졌습니다. ‘나를 부지런히 궁금해하고, 나에게 좋은 걸 많이 보여주고 들려줘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
--- p.35, 「내가 혼자 떠나는 이유」 중에서
실은 혼여행은 살아가면서 필수로 해야 하는 일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이를 경험하지 않을 수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이 책을 펼치고 혼자 떠나기로 결심한, 또는 혼자 떠나보고 있는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가요? 나만의 ‘혼여행의 이유’를 남겨보세요.
--- p.54, 「기록 이야기. 혼여행 자문자답」 중에서
자연 앞에 서면 저는 한없이 어린 아이가 됩니다. 바다를 보면 어김없이 발을 적시고, 첨벙거리며, 둥둥 떠다니고 싶어져요. 풀이 무성한 공원에선 그저 구르고 앉아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내 안의 어른과 아이,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저에게 자연은 그저 풍경을 건넬 뿐이죠.
--- p.61, 「DAY 0_ 자연이 내게 주는 것들 」 중에서
’그동안 내가 보고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만약 내가 머물고 있는 세상에 장애물이 수없이 많다면, 다른 세상으로 가보아도 괜찮다는 것. 가끔은 내가 바라보는 대로 이 세계가 유연하게 흘러가기도 한다는 걸, 그곳에서 배웠습니다.
--- p.83, 「유난히 따스하던 곳」 중에서
처음엔 기록이 그저 여행의 기억을 추억으로 바꿔주는 연료일 뿐이라고 여겼지만,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든든했어요. 문득 쓸쓸해지는 순간과 혼자 멀뚱히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는 마음 사이에서 기록은 믿을 구석이 되어주었죠.
--- p.161, 「기록이야기. 찰나의 순간을 오래도록」 중에서
돌이켜보면 혼여행에서 제가 낭만이라고 부르는 시간들은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아침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고양이를 만나고, 햇빛이 잘 드는 자리를 고르고, 여행지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듣는 일. 그냥 지나가도 될 순간을 굳이 붙잡아보는 것이죠. 어쩌면 혼여행 속에서 제가 찾은 낭만은 비효율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방식에 더 가까웠네요.
--- p.232, 「효율적 낭만과 사랑」 중에서
혼자 떠나는 여행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의 상태를 살피고, 내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를 골라 나만을 위한 코스로 하루를 채워가며, 그 여정을 기록하는 일. 혼자 떠나는 수고를 감수하고, 넓은 세상 곳곳에 나를 위한 고요를 차려가는 일. 이건 우연히 얻은 평화가 아닌, 내가 선택한 고요니까요.
--- p.239, 「Epilogu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