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빈틈없이 맞댄 마음에 담긴 단단하고 다정한 위로
작년 한 해, 세상의 모든 둥근 것들을 모아 유연하고 포용력 있는 동심을 선물했던 김경구 시인이 이번에는 반듯한 ‘네모’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도형을 매개로 일상을 관찰하는 연작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반듯반듯 네모 동시』는 전작의 따뜻함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도, 한층 더 단단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재발견합니다.
흔히 ‘네모’라고 하면 반듯하고 가지런하지만 어딘가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인의 문학적 상상력 안에서 네모는 가장 다정하고 든든한 존재로 거듭납니다. 시인은 책, 칠판, 창문, 색종이 등 어린이들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는 일상적 소재들을 통해 네모가 우리 하루를 얼마나 조용히 받쳐주고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냅니다. 글자를 차곡차곡 담아내는 네모난 책과 햇빛을 고르게 들여보내는 네모난 창문을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사물에 대한 깊은 감사와 애정이 머물러 있습니다.
이 동시집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네모의 특성을 ‘연대와 조화’라는 인간적 가치로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네모는 다른 네모가 옆에 와도 결코 빈틈이 생기지 않습니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 모여 벽돌이 되고 교실을 이룰 때 더 단단해지는 네모의 성질은, 서로 다른 생각과 모습을 가진 아이들이 학교와 사회 속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한 입에 쏙 들어가게
먹기 편하게
네모나게
싹둑싹둑 썬
붉은 수박
아이들이 콕콕 찍어 먹을 때마다
깍두기들 눈이 휘둥그레
쟤네들은 뭐야?
좀 싱거운가?
밥도 안 먹고
한 접시 다 먹네
- 「붉은 네모」 전문
표제작격인 「붉은 네모」에서 싹둑싹둑 썬 수박을 보며 "밥도 안 먹고 한 접시 다 먹네"라며 눈을 휘둥그레 뜨는 깍두기들의 대화는 아이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기발함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줄 없는 공책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글자들을 보며 네모 칸 공책을 그리워하는 「놀란 글자」, 비밀을 꾹 참느라 입이 근질근질한 「일기장」 등은 초등학교 교실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생생하고 유쾌합니다.
『반듯반듯 네모 동시』는 단순한 도형 학습을 넘어,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입체적으로 관찰하고 빈틈없이 마음을 나누는 법을 알려주는 다정한 안내서입니다. 모나고 각진 마음마저도 서로 맞대어 단단한 사랑으로 만들어내는 이 시집을 읽고 나면, 매일 마주하는 네모난 창문을 향해 "네가 있어서 참 편해"라는 인사를 건네고 싶어질 것입니다.
◎ 시인의 말
네모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잘 어울린다는 거예요.
네모는 옆에 네모가 와도 틈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벽돌도 되고, 상자도 되고, 교실도 만들 수 있어요. 혼자보다는 함께 있을 때 더 튼튼해지는 모양, 그게 바로 네모랍니다.
사람도 네모와 조금 닮았어요. 서로 다른 생각과 모습이 있어도 마음을 맞추면 빈틈을 채울 수 있습니다. 친구와 나란히 서면 우리는 더 단단해져요.
이 동시를 읽으며 네모처럼 함께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교실에서, 집에서, 거리에서 네모를 만나면 살짝 인사해 보세요.
“고마워, 네가 있어서 편해.”
네모는 말이 없지만 우리 하루를 조용히 받쳐 주고 있으니까요.
붉은 네모 보자기를 어깨에 두르고
슈퍼맨이 되고 싶은 날에
김경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