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가지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왜 어떤 나라에서는 비슷한 정책과 구호가 되풀이되고, 결과마저 놀라울 만큼 닮아 갈까?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제도를 가진 나라들인데도 성장 정체, 분배 갈등, 정치 불신이 겹치는 순간 비슷한 선택이 반복되고, 그 대가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우연이라기보다 되풀이되는 패턴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 구조는 정치의 언어로만 설명되거나, 반대로 경제 지표로만 환원되는 경우가 많았다.
포퓰리즘은 정치와 경제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나타난다. 대표성의 위기, 불평등에 대한 분노, 성장의 정체 같은 정치적 긴장은 결국 재정, 금융, 산업, 환율, 보조금, 가격 통제 같은 경제정책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 둘을 함께 분석하는 시각은 생각보다 드물다. 정치학은 담론과 권력 구조를, 경제학은 정책 효과와 거시지표를 주로 따로 다뤄 왔다. 그 결과 포퓰리즘의 등장 이유와 작동 방식, 그리고 성패가 갈리는 경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 책은 그 단절을 메우려는 시도다. 포퓰리즘을 특정 이념이나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기보다 하나의 정치경제적 메커니즘으로 살펴본다.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시기와 지역에 걸친 27개국, 41개의 사례를 검토했다. 남미의 재정 확장형 포퓰리즘, 동유럽의 민족주의적 포퓰리즘, 아시아의 발전주의적 포퓰리즘, 선진국에서의 감세·금융·브렉시트형 포퓰리즘까지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사례들을 한자리에 놓고 비교했다. 각 사례는 출발점도, 정책 언어도, 정당성의 근거도 달랐다. 그런데도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선택의 방향은 놀라울 만큼 비슷해졌고, 경제적 부담과 정치적 결과도 서로 닮아 갔다.
이 책은 특정 지도자나 사건을 비난하거나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왜 그런 선택이 정치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였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경제적 경로를 통해 장기적 제약으로 되돌아왔는지를 추적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포퓰리즘은 단순한 실수나 일탈이 아니라, 특정 정치경제 조건에서는 ‘합리적 선택’처럼 보이는 전략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조건이 유지되는 한 비슷한 선택은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난다.
오늘날 여러 나라에서 포퓰리즘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정치의 한 축이 됐다. 저성장, 인구 구조 변화, 세계화의 재편, 기술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환경에서 분배 갈등과 대표성의 위기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 포퓰리즘은 사라지기보다 형태를 바꾸며 다시 등장한다. 과거의 재정 확장형 포퓰리즘이 오늘날에는 감세형, 민족주의형, 금융완화형, 혹은 산업정책형 포퓰리즘으로 변주돼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반복과 변형의 패턴을 따라가며 포퓰리즘이 작동하는 공통의 메커니즘을 찾고자 한다. 개별 국가의 역사와 제도, 정치적 선택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아래에서 반복되는 재정 제약, 기대의 붕괴, 신뢰 상실의 악순환을 하나의 틀로 정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퓰리즘 이후의 선택은 무엇일 수 있는지?”, “반복을 줄이기 위한 제도와 정책의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포퓰리즘을 단순히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왜 그것이 반복되는지를 이해하고, 그 반복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다. 서로 다른 시대와 대륙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면, 포퓰리즘은 특정한 나라의 예외가 아니라 현대 정치경제가 반복해서 마주하는 하나의 경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책은 그 경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반복되는지, 그 구조를 추적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