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을 향한 강한 어머니의 사랑은 꺾일 줄 모릅니다. “내 꺼/다 가져가도 괜찮아//너희가 행복하다면/그것만으로도/엄마는 괜찮아”(「빈 손」)에서처럼,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입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무쇠보다 강인했던 그런 어머니가 이제 늙고 병든 몸이 되어 혹여라도 자식에게 짐이 될까 전전긍긍합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시인은 마음이 아립니다. 이 시집은 치열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지난 세월, 그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에 대한 시인의 헌사입니다.
◎ 시인의 말
채봉 씨는 올해 아흔이 되었습니다. 나이마저 잊어버린 채봉 씨지만, 그녀의 하루에는 여전히 웃을 일이 가득합니다. 때때로 대소동이 벌어지고 비상 연락망이 분주히 가동되기도 하지만, 곁을 지키는 가족이 있기에 그녀의 매일은 눈부시게 흘러갑니다.
어머니의 기억이 흐려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의 시간을 훌쩍 건너뛰기도 하고, 며칠간의 소중한 기억들이 통째로 도려내지기도 합니다. 방금 한 질문을 되풀이하는 어머니를 보며 망연자실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가 끝내 놓지 못하는 단 하나는 ‘가족’입니다. 혹여 병든 몸이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그 마음만은 지워지지 않나 봅니다. 자신의 처지가 문득 인지될 때마다 심란해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릿해 옵니다.
글을 쓰는 딸로서, 어머니의 흩어지는 기억을 이대로 두기가 못내 아쉬웠습니다. 어머니가 미처 붙잡지 못한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 이 시집에 담았습니다. 비록 기억은 흐릿해져도, 당신이 살아온 찬란한 세월만큼은 이 글들 속에 온전히 살아 숨 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26년
채봉 씨의 3번 딸 박산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