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게 심어도 싹은 나고, 애써 키워도 쓰러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단단해지는 마음과, 늦게야 알아가는 사랑의 방식에 대하여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씨앗을 심는 일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다정해진다.
이 책은 도시에서 살아온 저자가 강원도 영월의 텃밭을 오가며 보낸 시간들을 담은 농사 에세이다.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부재를 마주한 뒤, 아버지가 남긴 땅을 일구며 시작된 ‘5도 2촌’의 삶은 기대와 달리 고단하고 서툰 날들의 연속, 그 속에서 저자는 조금씩 삶의 다른 결을 배워간다.
처음 해보는 농사는 실패투성이었다. 모종을 심는 시기를 몰라 싹을 얼려 죽이기도 하고, 잡초를 이기지 못해 밭이 풀밭이 되기도 한다. 애써 키운 작물은 비에 쓰러지고, 벌레와 짐승에게 빼앗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씨앗을 심는다는 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와 기다림을 견디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끝에 맺히는 열매는 단순한 수확이 아니라, 시간과 마음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깨닫는다.
텃밭에서의 시간은 점점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는다. 비가 오지 않아도 걱정이고, 너무 많이 와도 문제인 자연 앞에서 인간은 늘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애써 키운 작물은 쉽게 무너지지만, 심지 않은 잡초는 누구보다도 잘 자라는 아이러니 속에서 저자는 자연의 질서와 삶의 균형을 배운다. 농사를 짓기 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채소와 과일 하나에도 수많은 손길이 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누군가의 수고를 쉽게 말하지 못하게 된다. 직접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고, 기다리는 시간을 지나며 비로소 ‘키운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농사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애도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가 남긴 땅을 일구며 저자는 아버지의 삶을 다시 따라 걷는다. 그가 왜 새벽마다 밭으로 나갔는지, 왜 그토록 묵묵히 농사를 지었는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흙을 만지는 시간은 결국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시간이자, 아버지를 마음속에 다시 들이는 과정이다. 저자는 자신의 글과 그림으로 이 과정을 풀어나간다.
계절은 반복되고, 씨앗은 다시 심어지고, 텃밭의 시간은 계속된다. 서툰 손끝으로 시작한 농사는 어느새 삶을 견디는 방식이 되고, 작은 텃밭은 마음을 돌보는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