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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 존재만으로도 - 평면표지(2D 앞표지)
아버지, 그 존재만으로도 - 입체표지(3D 표지)
아버지, 그 존재만으로도 - 2D 뒤표지

아버지, 그 존재만으로도


  • ISBN-13
    979-11-24078-04-4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나무향 / 나무향
  • 정가
    10,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4-2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정하정 외 12명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00 mm, 132 Page

책소개

아버지라는 존재를 떠올릴 때면, 말보다 먼저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묵묵히 등을 돌린 채 일터로 향하던 걸음, 아무 말 없이 내민 손, 그 모든 순간이 말이 되지 않아도, 설명되지 않아도, 오래도록 나를 지탱해 준 힘이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우리 각자에게 서로 다른 얼굴로 남아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늘 곁을 지켜준 든든한 어깨로,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기억 속에조차 온전히 담지 못한 그리움으로 자리합니다. 이 책에는 그런 서로 다른 아버지의 모습들을 담았습니다.

누군가는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글을 썼고, 또 누군가는 단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아버지’라는 이름을 마음속에서 조심스레 꺼내어 적었습니다. 그 안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흐르고 있습니다.

《아버지, 그 존재만으로도》는 바로 그 다양한 마음들을 한 자리에 모은 책입니다.

목차

-책을 내며

 

정하정

- 빈집

- 낡고 스러져 가는 것들의 흔적

 

고추월

- 아버지의 두 얼굴

- 빈터

 

박정옥

- 사발고기

- 아버지의 지게

 

박춘혜

- 밥상머리 교육

- 아버지의 사랑 한 점

 

신동숙

- 아버지의 등

- 아버지의 마음

 

이영숙

- 아버지의 눈물

- 무너진 계단

 

임영애

- 아버지의 부재

- 한번도 불러본 적 없는 아버지께

 

장희숙

- 솔가비의 시간

- 다시 불러 보고 싶은 아버님께

 

정미숙

- 왕벚나무가 있는 작은 도가 

- 가을을 따던 날

 

최점순

- 유유히 흐르는 강

- 아버지와 논두렁

 

권오신

- 뒤로 1등도 괜찮아 

 

지용헌

- 가지 못한 길 

 

최순교

- 나의 아버지

본문인용

마루 한쪽 책상 위에 장식품 하나가 놓여 있다. 아버지는 농사에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살 줄을 모르던 분이었다. 끼니를 잇기 위한 것이 아니면 낭비라고 생각하고 깨어진 플라스틱 바가지도 꿰매어 쓰던 그런 분이 암탉과 수탉, 그리고 알이 두 개 있는 닭 가족 모형을 손수 사왔다. 옆에서 소리를 내면 ‘꼬끼오’ 하고 소리를 내는 장식품이었다. 여름휴가 때 내려가니 아버지는 그것을 내놓고 닭이 소리를 낸다며 계속 박수를 치며 닭을 울렸다. 

그때 아버지의 그리움을 봐야 했다. 아버지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닭 울음으로 번져 나옴을 진작 알아야 했다. 아무도 아버지의 공허함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신기해서 쳐다만 봤을 뿐, 그렇게 울고 있는 아버지의 하직 인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장식품의 닭 울음도 아버지의 부재와 함께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다.

-〈빈집〉 중에서

 

아버지는 평생 두 얼굴을 가진 분이었다. 세상 앞에서는 상처를 숨기기 위해 더 강한 얼굴을 해야 했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엄한 아버지로 살아야 했다. 그러나 막내딸 앞에서는 그 모든 무게를 내려놓고 따뜻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 두 얼굴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살아온 세월이 만든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아버지의 두 얼굴〉 중에서

 

“너거 할배, 할매 다 돌아가시고 작은집에 얹혀사는데, 동생들도 있고 눈치가 보여서 겨울에는 깊은 산속 숯가마에서 일했다. 숯 나무를 해서 지고 오다가 넘어졌는데 너무 아파서 산에서 엉금엉금 기어서 마을로 내려왔다. 작은아버지가 알면 혼날까 봐 무서워서 머슴살이하는 친구 머슴방에서 한 달을 꼼짝 못 하고 누워서 똥물을 먹고 나았다.”

초점 흐린 아버지의 눈동자가 허공을 맴돌았다. 아버지의 눈을 쫓던 내 눈에서도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한 아버지의 등에는 낡은 지게가 다시 붙었다. 자식들이야 건성건성 쉬어가며 하시라든가 그만하라고 하지만 그 말이 아버지 등에서 지게를 떼어주지는 못했다.

-〈아버지의 지게〉 중에서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아프리카 난민 프로그램을 보았다. 더러운 물을 마시고 몸속에 벌레가 자라도 물이 부족해 알면서도 마실 수밖에 없는 처지, 의사가 진흙으로 만든 과자를 먹이지 말라고 해도 먹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터질 듯 볼록한 배를 가진 한 아이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이 오히려 생명을 좀먹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느슨해지는 정신에 나사를 조이기 위해 수첩을 꺼내 읽어보지만, 그때마다 굶주리는 그들을 향한 싸한 슬픔이 가슴에 방울방울 맺힌다.

그동안 우리의 풍요 지향적 습관이 그들의 굶주림에 일조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면서,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이 기아 문제와 환경 문제까지 아우르는 훌륭한 교육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밥상머리 교육〉 중에서

 

아버지 없는 빈집에도 꽃은 피어 있었다. 방문과 장롱문을 활짝 열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그 속엔 아버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할아버지의 모시 두루마기를 어머니가 다시 솔기를 풀어 만든 아버지의 모시 남방은 묵은해를 몇 번이나 보냈는지 빛바랜 옷에 누런 얼룩들이 묻어 있었다. 오래된 코트 호주머니엔 읍에 가는 버스표 영수증이 들어 있고 양복 몇 벌은 목깃 부분이 닳아 있었다. 돌아와서 다시 입으리라던 아버지 옷은 체온이 닿았던 곳곳이 좀이 쓸었다. 그중 제일 멀쩡한 양복을 걸쳐 보았다. 마당에서 앞산 산소 쪽을 보다가 해를 등지고 양복을 감싸며 열린 방문을 향해 돌아섰다. 아버지가 방 안에 계신 것 같았다. 봄 햇살에 등이 따뜻하다. 아버지 등의 온기 같다. 

-〈아버지의 등〉 중에서

 

시골집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 장의 사진 속 교복 입은 아버지 모습을 본다. 푸른 청춘이다. 그러나 그 청춘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무게와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짐을 일찍 짊어져야 했다. 

마루 벽 액자에는 당신이 습작으로 쓴 易地思之(역지사지)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아마도 아버지는 삶의 힘든 모퉁이를 돌 때마다 그 말뜻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나도 늘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아버지의 뜻을 되새기며 살아간다. 

아버지는 당신의 꿈을 앞세우지 않았다. 늘 뒤에서 우리를 받쳐주며, 말없이 삶의 무게를 견디는 방식으로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 사랑은 늘 뒤에 있었지만, 언제나 우리를 지탱하고 이끌어주는 힘이었다.

-〈아버지의 마음〉 중에서

 

나이가 일흔을 훌쩍 넘긴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날개는 부모가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달아야 한다는 것을. 아버지는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삶을 버티느라 마음을 드러낼 여유가 없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버지가 자신만 생각하고 엄마와 우리 남매에게 무심했다고 믿었고, 심지어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까지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이제야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아버지는 살아서 얼마나 많은 순간을 울음을 웃음으로 바꾸며 견뎌냈을까. 그렇게 참고 삼키며 살아낸 세월이 얼마나 길고 추웠을까. 아버지 때문에 처음으로 가슴이 아팠던 그날은, 이미 아버지가 이 세상을 떠난 지 스무 해가 흐른 뒤였다.

“조실아, 결혼식 날 네 손을 조서방에게 주고 돌아설 때 ‘딸들이 다 나에게서 떠나는구나’ 싶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도 나는 끝내 아버지 손을 잡아드리지 못했다. 병중에 계실 때 들은 그 한마디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다. 아버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눈물을 드러내지 않고 견디며 살아낸 사람이었다. 그 눈물의 의미를 나는 너무 늦게야 이해했다.

-〈아버지의 눈물〉 중에서

 

오늘은 왜 이리도 아버지가 아쉬운 것일까요? 아버지가 전에 없이 그립고, 그 그리움이 제 가슴에서 촛불의 심지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칠십 년 이상 고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이제는 차고 넘쳐, 촛농처럼 흘러내리는 것인가 봅니다.

아버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리움은 함께한 기억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의 빈자리에서도 자란다는 것을요. 저는 그 빈자리를 너무 오래 당연한 듯 품고 살았습니다. 그 빈자리가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다른 이의 아버지가 딸에게 건네는 몇 줄의 편지가 내 마음속 오래된 문을 조용히 열어젖혔습니다. 그 문 너머에는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이름을 수십 년 동안 속으로만 부르고 있던 어린 날의 제가 서 있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이렇게 늦게 찾아온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합니다. 비록 당신께 닿을 길은 없지만, 이 마음을 이렇게라도 꺼내어 놓는 것이 저에게는 작은 위안이 됩니다.

아버지!

이제야 불러봅니다.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그 이름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아버지께〉 중에서

 

남편이 칡넝쿨로 엮은 솔가비를 짊어지고 내려가는 뒤를 따라, 나도 머리에 이고 내려오는데 문득 아버지의 뒷모습이 겹쳐 보였다. 지게를 지고 허리를 굽혀 산길을 내려오던 아버지 나뭇짐이 남편의 등에 얹혀 있는 것 같았다. 그 당시 가족을 향한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까. 대부분의 집이 가난하게 살던 시절, 우리는 그것이 가난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저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계시고, 오빠가 함께하던 그 시간이 전부였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있었다. 말없이 가족을 지탱하던 그 뒷모습이 지금도 마음속에 선명하다.

-〈솔가비의 시간〉 중에서

 

낮게 달린 감은 내가 직접 간짓대로 땄다. 감이 달린 가지를 찾아 새 부리의 긴 쪽을 지지대 삼아 걸친 뒤 힘껏 밀어 올려 고정하고, 두 손으로 간짓대를 비틀었다. ‘뚝.’ 머리 위에서 가지가 꺾이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위로 쳐다 보느라 아픈 목이 시원해지는 소리였다. 반복적인 일로 힘들고 지루함이 밀려올 즈음 아버지가 나무에서 내려왔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버지의 등이 땀에 젖어 있었다. 그 젖은 등에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었고, 그 짐 때문에 등이 조금씩 굽어가고 있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든든한 울타리, 변함없는 버팀목이라고만 생각했다. 아버지와의 가을 연례행사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줄 알았다.

-〈가을을 따던 날〉 중에서

 

돌아보면 아버지는 거친 환경에 잘 적응한 분이었다. 늘 가슴에 꿈을 품고 살았지만, 삶은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지듯 혹독했다. 온갖 풍파를 건너온 아버지는 자식들을 인자한 손길로 어루만졌다. 그 손길은 마른 강바닥을 적시는 봇물 같았다. 큰 강이 낮은 곳으로 흘러 생명을 품듯, 아버지의 강도 언제까지나 우리를 품어주었다.

인간사도 흐르는 강과 닮았다. 아버지와 나의 강은 서로 크기와 다른 속도로 흘렀다. 낮은 곳으로 흐르던 아버지의 강은, 결국 나에게 닿자 그 물에서 인내와 끈기를 길어 올렸다. 그 강은 오늘도 말없이 내 자식들의 내일을 향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강〉 중에서

 

어느 날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하자 아버지는 “사둔네 식구 왔나?” 하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뾰로통해 돌아서려 했지만 아버지는 내 손을 덥석 잡고 “농담이야” 하며 껄껄 웃으셨다. 운동회 달리기에서 5명 중 늘 4등만 하던 나를 향해 “앞으로 1등 못 하면 뒤로 1등 하면 되지, 그것도 못해?” 하고 놀리던 아버지. “아버지! 죽을 때 글재주 나 주고 죽어!”라고 철없이 외치던 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던 그 손길을 잊을 수 없다. 그땐 아버지가 나를 그토록 사랑했다는 것을 몰랐다. ‘사둔네 식구’라는 농담 속에는 딸을 시집보낼 때의 아픔과 걱정, 그리고 사랑이 숨어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법이었다.

-〈뒤로 1등도 괜찮아〉 중에서

 

 

 

해마다 동짓달이 지날 무렵이면 아버지는 작은 소나무를 구해 왔고, 누나와 나는 색종이로 트리를 장식했다.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이면 작은 가족 학예회가 열렸다. 누나는 캐럴을 불렀고, 나는 신이 나서 막춤을 추었다. 유리창마다 성에 꽃이 피었지만 방 안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밤이 깊어지면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잠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베개 위에는 장난감과 초콜릿, 그림책 같은 선물들이 놓여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년의 신비가 조용히 자리를 비운 것은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베개 위에 선물을 놓던 그날 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버지는 이 낡은 학생증을 끝내 사용하지 못했다. 그가 가지 못한 길 위에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책 속에 남아 있다가 지금 내게로 온 이 종이 한 장의 침묵 속에는, 꿈을 접고 지나온 아버지의 시간이 남아 있다.

-〈가지 못한 길〉 중에서

 

낮인데도 방 안에서 아버지가 배를 쓰다듬으며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저 자식들 걱정을 하고 계신 줄만 알았다. 아마 그 무렵부터 아버지의 몸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시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었고, 결국 서울의 큰 병원에서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시골로 내려가던 날, 차창 밖으로 흔들던 그 손짓이 아직도 선명하다. 자식들을 위하여 성한데 없이 굳은살이 박혔던 투박한 손을 나를 향하여 흔들고 계셨다. 그날따라 왜 그렇게 장대비가 쏟아졌는지…. 나 역시 눈물과 빗물이 뒤섞인 채 손을 흔들며 울며 배웅했다.

-〈나의 아버지〉 중에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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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정하정 외 12명
정하정, 고추월, 박정옥, 박춘혜, 신동숙, 이영숙, 임영애, 장희숙, 정미숙, 최점순, 권오신, 지용헌, 최순교
  • (54866)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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