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얼굴색으로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을,
상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면 무조건 좋을까?
‘마음이 보이는 마을’에서는 감정이 얼굴색으로 드러납니다. 화가 나면 빨간색, 신나면 주황색, 슬프면 파란색, 지루하면 회색……. 얼굴색으로 상대의 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이런 상황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상대방의 마음은 어떤지 알아차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손쉬운 방법으로 마음을 파악하는 게 좋기만 한 일일까요?
정해진 얼굴색으로 감정을 파악하는 것은, MBTI 성격 유형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E(외향형)이냐 I(내향형)이냐, T(사고형)이냐 F(감정형)이냐 하는 구분은 상대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저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성격 유형이라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하나의 단서일 뿐, 그 사람을 온전히 알려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이러한 사실을 놓친다면, 마음이 보이는 마을 사람들처럼 ‘내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힘’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정해진 틀에 매이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
그림책 《마음이 보이는 마을》의 주인공은 ‘투명하지 않은 아이’입니다. 투명한 얼굴에 자신의 감정이 색깔로 드러나는 마을 사람들과 달리, 이 아이의 얼굴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이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마을에 정체불명의 회색 비가 쏟아진 뒤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기쁠 때, 슬플 때, 사랑을 전하고 싶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얼굴색으로 감정을 파악해 왔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이제 사람들은 가장 이상하게 여겼던 투명하지 않은 아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감정은 복잡하고 수시로 변하는 것,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한라경 작가는 아이에게 다양한 감정을 가르쳐 주는 책을 보여주다가 ‘감정을 정해진 색깔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고,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마음이 보이는 마을》의 글 원고를 썼습니다. “분노는 빨강, 슬픔은 파랑”과 같은 방식으로 기본적인 감정을 익히는 과정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고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린 릴리아 작가는 마음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얼굴색으로 감정이 드러날 때는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얼굴색을 잃고 나서는 표정과 행동과 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작가 특유의 섬세한 그림체로 설득력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마음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