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문화이론에서 주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급진적 이론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이론들이 인간중심적 사유를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인간주의의 종언 이후의 주체의 문제까지 부정하는 것은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주체의 위치와 주체성이 사라진 곳에서 역사의 진리와 의미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주체성이 말소되거나 주체의 위치가 사라진 곳에서 사회 비판과 정치적·윤리적 행위와 책임은 어떻게 사고될 것인가? 하는 질문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문화이론
『문화이론과 주체의 위치』의 글은 우리 사회는 물론 서구 사회에 불어 닥친 위기와 곤경에 맞선 주체들의 이론적·실천적 대응과 그런 위기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계기들을 찾고 있다. 이 글들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문화이론에서 사회변화와 그에 대응하는 주체의 위치에 관한 것이다.
『문화이론과 주체의 위치』는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미셀 푸코의 마지막 10년-권력에서 통치성으로」는 1975년부터 1984년까지 후기 푸코의 이론적·실천적 전환과 활동을 추적하고 살펴본다. 푸코는 이 시기에 권력에서 통치성으로 문제설정을 전환하는데, 통치성 개념에서는 통치의 작용과 반작용 속에서 주체의 위치가 명확해진다.
제2부 「주체의 행위와 윤리적 지평-슬라보예 지젝, 알랭 바디우, 조르조 아감벤」은 지젝, 바디우, 아감벤과 같은 이론가들의 문화이론을 비교하면서 그들이 바라보는 주체와 행위, 그리고 그것이 열어놓은 윤리적 지평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오늘날 문화이론에서 주체의 문제가 얼마나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제3부 「문화이론과 탈재현의 정치학」은 이미지가 인간의 사고를 통제하는 시뮬라시옹과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주체적 변혁의 계기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를 살펴본다. 이론적으로 현실/이미지 간의 구분에 근거하는 재현의 논리를 비판하고 시뮬라크르의 탈재현적 가능성을 주장하는 보드리야르, 데리다, 들뢰즈의 이론들은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우리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최근 변화들, 특히 팬데믹 상황이나 도시공간의 변화를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 이론을 비롯한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한다.
제4부 「신자유주의와 인문학, 그리고 문화연구」는 ‘모든 것을 시장과 경쟁의 논리 속으로’ 몰아넣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인문학과 문화연구는 어떻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논한다.
지난 30년 동안 ‘이론의 시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우리의 학문장에서 이론은 강력한 흐름을 형성해왔다. 다양한 이론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에 관한 논의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글들은 그렇게 유입된 다양한 문화이론을 신속하게 읽고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문화이론들을 우리의 현실 사회를 사고하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