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 주식을 샀지?”, “내가 왜 그 사람의 말을 믿었을까?”,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 손님이 없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이런 생각들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투자도, 정치도, 조직도, 소비도. 장르는 다르지만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우리의 뇌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그래서 특정한 패턴의 오류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낸다. 이 오류들은 무작위가 아니다. 예측 가능하다.
이 책은 바로 그 패턴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다. 행동경제학은 우리가 왜 서로를 미워하고, 헛소리에 속아 텅 비게 된 지갑을 보며 후회하며, 때로는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는지 그 이면을 파헤치는 학문이다. 인간의 선택과 행동 뒤에 숨겨진 패턴은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 뇌과학, 인류학, 사회학, 통계학 등 다양한 학문적 렌즈로 들여다볼 때 비로소 본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행동경제학은 교과서가 아니라 렌즈로 작동한다. 뉴스를 볼 때, 투자를 결정할 때,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혹은 내가 왜 이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고 싶을 때 꺼내 쓸 수 있는 도구다.
― 「프롤로그 | 비이성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한 합리성의 나침반」 중에서
후광 효과, 생존자 편향, 소급 편향 등은 꼭 리딩방이 아니어도 일반적으로 증권사에서 자신들의 성과를 발표할 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에 가깝다. 왜냐하면 증권사는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숫자를 가지고 적절하게 이용할 뿐이지 대놓고 사기를 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딩방은 다르다. 리딩방은 대부분 사기 집단인 경우가 많으므로 우선 일차적으로 사기에 당하지 말자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
행동경제학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경고한다. 우리는 합리적인 척하지만, 실은 권위에 약하고(후광 효과), 보고 싶은 것만 보며(확증 편향, 생존자 편향), 과거를 미화하는(소급 편향) 존재라고 말이다. 리딩방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숙고 시스템를 켜서 의심하고 검증하는 것뿐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 「제1부 | 투자의 심리학: 탐욕과 공포 사이, 내 돈을 지키는 법」 중에서
트럼프라는 인물을 상대할 때 필요한 것은 그가 미치광이가 아니라 철저한 전략가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이면에는 자신의 이익과 지지층의 결집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우리는 게임 이론의 단순한 논리를 넘어, 불확실성과 확률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적 세계관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과 심리를 파고드는 행동경제학적 협상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섬세한 심리 읽기와 정교한 감정 설계, 그리고 명확한 가치 교환 구조가 성공의 열쇠다. 앞으로의 협상에서도 이런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 「제2부 | 세상의 비이성: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고 속는가」 중에서
이론을 면접장으로 가져와보자. 상황을 자세하게 그려보면 면접 대상자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인상, 태도, 음성 그리고 일부 내용 등에 의해 면접관은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바로 결정해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사실은 이에 못지않게 나갈 때 주는 인상과 태도, 말 한마디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첫인상에 의해(초두 효과) 그리고 문을 닫고 나가는 마지막 모습에 의해(최신 효과) 면접 대상자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고 만다.
여기에 더해 일부분에서 받은 인상으로 다른 부분 혹은 전체를 판단하는 부적절한 일반화인 ‘후광 효과’까지 작용되면 판단은 더욱 흐려진다. 예를 들어 면접 대상자가 한 질문에 대답을 잘하지 못했다고 해서 전반적인 업무 능력이 낮을 것이라고 평가하거나, 반대로 외모가 단정하고 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 「제3부 | 리더와 조직의 함정: 똑똑한 리더가 왜 멍청한 결정을 할까」 중에서
음원 사이트 구독 취소를 안 했더니 월 1만 원 이상의 금액이 무려 15년 동안 빠져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료 혜택이나 할인 혜택 때문에 가입했을 텐데 정상가로 전환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그냥 두고 있었던 것이다. 매달 카드 명세서를 볼 때마다 ‘아, 취소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사이트에 접속해 해지 버튼을 찾는 과정이 귀찮아 ‘다음 달에 하지 뭐’라고 미루게 됐다. 이게 나만의 이야기일까? 온라인 서비스 기업 중 월 단위 과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대부분 인간의 이러한 심리, 즉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는 말 그대로 현재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편향으로 변화를 시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변화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이나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이를 ‘귀차니즘’이라고 부른다.
― 「제4부 | 소비와 마케팅의 유혹: 내 지갑은 왜 매번 털리는가」 중에서
행동경제학자들은 AI가 더욱 발달하고 많이 사용되는 시점에서 인간이 AI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주목한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감에 휩싸이고, 간혹 불안감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존재다. 인간 관계에서마저 AI가 점점 파고드는 세상이 오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첫째, 인간이 AI를 신격화하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편향이다. AI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는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 관여한다는 것, 그리고 AI가 학습하는 정보는 이미 인간의 편향이 묻어 있는 데이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인간 고유의 고뇌를 포기하는 것이다. AI는 답을 주지만, 그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 「제5부 | 미래의 생존법: 기술과 환경, 그리고 나를 지키는 심리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