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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문어, 시간을 거슬러 도착한 말들

지성 공동체의 새로운 에토스를 위하여


  • ISBN-13
    979-11-90254-46-5 (03100)
  • 출판사 / 임프린트
    에디토리얼 / 에디토리얼
  • 정가
    10,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2-23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윌리엄 제임스
  • 번역
    김수현
  • 메인주제어
    교양철학
  • 추가주제어
    대학교육, 고등전문교육 , 과학철학
  • 키워드
    #교양철학 #대학교육, 고등전문교육 #과학철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5 * 180 mm, 80 Page

책소개

“우리 사회에서도 개인성은 어떤 칭호 부여 제도에 의해

인장되고 허가되고 인증받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될 것인가?”

해마다1.5만 명 이상의 박사학위 취득자를 배출하는 오늘날 한국의 고등교육은 

한 사람이 가진 재능을 사회 안에서 꽃 피게 하고 그것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가

 

 

『박사 문어, 시간을 거슬러 도착한 말들: 지성 공동체의 새로운 에토스를 위하여』는 윌리엄 제임스가 1903년 하버드 대학교의 문예지 『하버드 먼슬리(Harvard Monthly)』에 기고한 에세이 「박사 문어(The Ph.D. Octopus)」와 이 글에 대한 해제를 묶어 펴낸 책이다. 「박사 문어」는 제임스의 지도로 하버드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의 자매 기관에 영문학 교수로 임용된 한 소설가가 실제 겪은 일을 서술한다. 당시 이미 형식에 치우쳐 있던 고등학위제도가 각급 대학의 수요에 부응해 학위를 남발하는 현상을 질타하고 대안에 대한 충고를 담고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별적 보상을 당연시하는 세태가 학벌주의를 악화시키고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사회권(교육을 받을 권리 등)의 실현을 저해하는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우리가 학문의 목적과 배움의 본질에서 한참 멀어져버린 나머지 화려한 껍데기에 맹목적 가치를 두게 된 것은 아닌지를 환기시키는 텍스트이다.

 

 

이자벨 스탱게르스는 왜 윌리엄 제임스를 소환할까

『박사 문어』는 작년 6월 에디토리얼 출판사가 펴낸 벨기에 과학철학자 이자벨 스탱게르스의 『다른 과학은 가능하다, ‘느린 과학’ 선언』(이하 『느린 과학』) [1]의 자매도서라고 소개할 수 있다. 『느린 과학』의 프랑스어 초판에는 윌리엄 제임스의 「박사 문어」와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 철학)을 연구하는 소장학자의 해제가 수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스탱게르스는 본문 안에서도 제임스의 이름과 그의 실용주의의 골간을 이루는 개념들을 여러 곳에서 비중 있게 활용한다. (참고로, 한국어판에는 「박사 문어」 대신 루드비크 플렉의 ‘사고집단’과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의 비교를 통해 과학을 느리게 하는 과제를 숙고하는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은 『느린 과학』을 읽으면서 왜 유럽의 학자인 스탱게르스가 포스트모던 철학자나 분석철학자가 아니라 백수십 년 전 실용주의 철학자를 인용하는지 궁금했던 독자들에게 적실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두 철학자의 ‘진정한 선택’과 ‘공명’

2025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6.3%로, 17년째 OECD 1위를 기록했고, 2024년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국외는 제외)만 해도 1만7천 명을 훌쩍 넘어섰다( e-나라지표 통계). 명백한 공급 과잉을 보여주는 수치 앞에서 “대학원은 여전히 다소 생소하고, 고등 학위는 드문 편”이라는 제임스의 표현을 읽으면 이 글이 낡았다는 생각이 앞설 수도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 대학원과 고등 학위는 흔하디흔한 것이 되었고, 박사학위가 앙상한 이름을 장식하는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들어설 자리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전반은 물론 고등 교육 개혁의 필요성은 생성형 AI의 급속한 보급 후 드높아지고 있다.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이 어떻게 병들었는지를 알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여 우리가 그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한때 우리가 그렇게나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들의 깊은 취약성”(『느린 과학』, 187쪽)을 드러냄으로써 난맥상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가 직면한 종류의 미래가 윌리엄 제임스가 진정한 선택지(genuine option)라고 말한 것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하고 싶다. 즉 그것이 제기하는 도전에 동의하거나 거부하는 것 외에는 설 곳이 없기 때문에 결국 피할 수 없는 선택지라는 것이다.” 이것은 『느린 과학』에서 스탱게르스가 제임스를 가장 먼저 언급하는 구절이다. ‘진정한 선택(지)’에 대한 원작자 제임스의 설명을 이유선 교수의 해제를 통해 살펴보자.

 

“우리는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다양한 선택지에 직면하는데 어떤 선택은 우리가 쉽게 피해 갈 수 있는 반면 어떤 선택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즉, 그 선택지는 살아 있거나 죽은 것, 강요되었거나 회피 가능한 것, 중대하거나 사소한 것일 수 있는데, 살아 있고, 강요된 것이며, 중대한 선택일 경우 제임스는 그것을 ‘진정한 선택’이라고 불렀다. 진정한 선택이란 우리의 삶에서 반드시 답해야 하는 종류의 선택이며, 탐구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해제, 『박사 문어』, 34쪽)

 

스탱게르스는 2000년대 초 지식경제의 도래 후 학계가 파괴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학계가 그런 운명에 처하는 것을 마땅하다고 인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파괴되는 것이 학계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무수히 많은 다른 파괴들로 인해 미래를 다루는 자원들이 체계적으로 근절되고, 절망과 냉소에서 벗어나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체계적으로 차단되는 상황”. 이것은 우리, 특히 학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도전’을 거부하는 방식이 돼버린 야만적 상황에서 그는 어떤 결기에 이른 듯 이렇게 쓰고 있다. “각종 권위들이 우리로 하여금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하는, ‘어렵지만 유감스럽게도 불가피한’ 조치들”에 계속 굴복하며 “생존을 위해 바로 따라야 하는 끊임없는 요구에 부응하느라 너무 바빴다는 슬픈 이야기로 답할 것인가?” 진정한 선택의 순간이다.

 

제임스는 20년간 하버드의 시스템 운영을 관찰하며 결함과 부조리함을 목도한다. 고등 학위제는 독창적인 연구를 장려하려는 바람직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진리를 향한 열망에 부수적 보상을 제공하여 그 열망을 더욱 고취할 수 있고, 학문적 야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도전을 장려하는 구실을 한다. 이런 긍정적 취지와 동인이 있음에도 “필요와 동기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대규모로 제도화하는 것은 항상 형식주의로 치닫고, 배제와 부패를 저지르는 예상치 못한 힘의 전횡을 낳는 경향”을 보였다. 그는 문제적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으며(13쪽), 그것은 제도의 결함에 기인하므로 제도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여겼다. 실용주의자로서 제임스는 더 나아간다. 대중 역시 제도적 결함을 축소하는 일의 중요성을 예리하게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운명의 좌우할 사안이란 점을 상기시켰다. 이것이 제임스의 진정한 선택이라 설명할 수 있다.

 

 

지금 대학은 다원적 세계에 ‘가치’를 더하는 배움의 장으로 기능하는가

이 책의 「해제」를 쓴 이유선 교수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신실용주의 철학자다.[2] ‘해제’의 주요 내용은 「박사 문어」의 지층에서 저류하는 제임스의 철학적 관점에 대한 해설, 스탱게르스가 제임스의 실용주의의 어떤 내용을 되살려 계승하고 있는지를 다룸으로써 『느린 과학』에서 제임스와의 많은 접점을  눈여겨본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것이다.

 

『느린 과학』은 크게 보아 1~4장은 ‘빠른 과학’, 5~6장은 ‘느린 과학’에 관한 논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탱게르스는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주된 청자를 과학계와 과학자로 설정하고 논지를 펼치는데, 5장에 이르러 ‘느린 과학’이라는 실천적 대명제를 두고 윌리엄 제임스의 철학을 경유하기 시작한다. 이유선 교수는 ‘현금가치’ ‘근본적 경험주의’ ‘다원우주’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를 해설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적극 수용하는 입장에 기초하여 태동한 실용주의의 세계관에서는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일하게 서술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고정된 우주는 없다.” 이와 같은 다원우주라는 세계관 안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는’ 근본적 경험론(35쪽 참고)이라는 인식론이 성립한다. 인간의 다양한 경험이 경합한다고 해서 모든 지식의 가치가 대등하고 진리가 상대주의적이라는 관념으로 흐르지 않는다. 제임스는 진리가 객관적 사물에 대응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실천을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실제적인 효과의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것을 함축하는 용어가 ‘현금가치’이다. 

 

제임스의 철학은 이원론과 초월론을 극복하고 실천의 효과를 중시하는, 주류 서양철학에서 보면, 이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 세기 넘게 지난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면 동시대적이면서 그 핵심 개념들이 일부 철학자에 의해 변용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스탱게르스가 자신이 몸담은 분석철학이나 포스트모던철학을 그다지 인용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교육과 학문은 공동체의 미래와 직결된다. 우리는 스탱게르스의 밝은 눈을 통해 야만의 얼굴을 한 미래가 도래한 시대에는 공동체의 “삶에 좋은 것, 유용한 것”을 “더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게 하는 배움이 필요하다고 선구자적으로 주장했던 제임스와 만나게 된다.

 


 

[1] 이자벨 스탱게르스의 단독 저서 중 처음으로 국내 번역된 『다른 과학은 가능하다, ‘느린 과학’ 선언』은 전문 서평지 『서울리뷰오브북스』와 서평 전문 뉴스레터 『책과참치』의 서평을 받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 제6회 과학창의정책포럼의 주제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2] 신실용주의는 존 듀이 사망 후 사실상 학맥이 끊어진 실용주의를 되살려낸 것으로 평가받는 리처드 로티를 그 기점을 삼는다. 이유선 교수보다 한 세대 앞서는 한국의 1세대 실용주의 철학자로는 정해창 명예교수가 있다. 정해창 교수의 실용주의 강연 동영상이 남아 있으니 참고하길 권한다. 〈윌리엄 제임스, 미국과 실용주의〉, 네이버 열린연단, 2017년 6월.

목차

박사 문어

 

해제: 이자벨 스탱게르스와 윌리엄 제임스의 ‘공명’

 

원문: The Ph.D. Octopus

본문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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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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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윌리엄 제임스
찰스 S. 퍼스, 존 듀이와 함께 미국의 자생적 철학인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을 창시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이다. 아버지의 교육관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여러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후 임상의사가 되지는 않았고 대학에서 생리학을 가르쳤으며, 이후 심리학으로 연구 관심을 확장하여 실험심리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제임스는 미국 최초로 대학에서 심리학 과목을 개설해 가르쳤고, 1890년에 출간된 『심리학의 원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행동주의가 유행한 20세기 초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재발견되었다. 제임스의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 저서로는 『프래그머티즘: 오래된 사유 방식을 위한 새로운 이름』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다원주의자의 우주』가 있다. 『프래그머티즘』 서문에서 “프래그머티즘과 내가 최근 제시한 ‘근본적 경험론’라는 교리 사이에는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후자는 독자적인 입지를 지닌다. 누군가 이를 전적으로 거부하더라도 여전히 실용주의자일 수 있다.”라고 서술한 『근본적 경험론에 관한 시론』(1912)은 심장질환 악화로 타계한 후 출판되었다.
해설 : 이유선
서울대학교 학부대학 강의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리처드 로티의 지도를 받아 박사 후 과정을 이수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공공성과 민주주의의 가능성」 「실용주의 철학에 대한 이론적 고찰」 「자유와 사회적 실험」 외 다수가 있고, 저서로는 『리처드 로티』 『사회철학』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실용주의』 『듀이&로티: 미국의 철학적 유산 프래그머티즘』 『행복이 정말 인생의 목표일까』 『리처드, 로티: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 등과 다수의 공저가 있으며, 역서로는 『철학의 재구성』 『정의에 대한 6가지 철학적 논쟁』 『철학자 가다머 현대의학을 말하다』 『해석학과 과학』 『과학과 가치』 등이 있으며,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공공성과 그 문제들』 『퍼스의 기호학』 등을 공역했다. (이 책의 해제를 썼다.)
번역 : 김수현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생체 재료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공계 전공자로 학문을 배우는 동안 부족했던 인문사회과학 분야 지식에 관심을 갖고 독립적으로 공부를 하던 중 대학의 학위 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윌리엄 제임스의 글을 만나 번역을 통한 대중 글쓰기를 시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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