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눈에 보이는 일들과 보이지 않는 상상이 함께 만들어 낸 현실을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공식처럼 써 보면, ‘실재+상상=현실’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 말은 눈에 보이는 코앞의 일만 현실이 아니란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상상을 하고 어떤 대안을 갖고 사는 가에 따라 현실은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얘깁니다. (8쪽)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입니다. 『어린 왕자』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책이란 점입니다. ‘인생의 지혜’를 알려 주는 철학책이죠. 인생철학책이라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컨대, 『어린 왕자』는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 주는 책입니다(17쪽)
소유양식의 삶이란 뭔가를 많이 모으고 쌓으면서 인생을 다 보내는 삶입니다. 돈, 권력, 인기 따위에 목숨을 거는 삶인 셈이지요. 반면, 존재양식의 삶이란 살아 있는 존재 그 자체, 그리고 그 존재가 다른 존재와 맺는 관계를 중시하는 삶입니다. 친구 사귀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소유양식의 삶은,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봅니다. 그래서 늘 친구가 과연 몇 명인지, 그 친구가 돈이 얼마나 많고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또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요. 반면, 존재양식의 삶은 친구 하나를 사귀더라도 얼마나 공감하고 소통을 잘하는지, 과연 서로 영혼의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어려울 때 진심 어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런 점들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어린 왕자』 역시 왕자와 장미, 조종사 사이의 관계를 통해 소유양식의 삶에서 존재양식의 삶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잘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43~44쪽)
상인들이 파는 상품을 돈 주고 간단히 사는 경우엔 친구 관계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요. 이것이 친구 관계와 상품 관계의 차이점입니다. 친구 관계는 돈이 없어도 잘 돌아가지만, 상품 관계는 돈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아요. 친구 관계는 인정이 넘치는 공동체를 추구하고, 상품 관계는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개별성을 추구하죠. (58쪽)
흔히 이상향을 유토피아(utopia)라 하지요. 영어로는 노웨어(no-where)인데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곳’이 곧 이상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발상을 전환해, no where를 now-here로 쓰고 보면, ‘지금-여기’가 곧 이상향이 됩니다. 세상 모든 만남은 언젠가 다시 이별로 이어지기에 ‘지금-여기’의 시간을 충만하게 즐긴다면 가장 행복할 것입니다. 이것이 어린 왕자의 만남과 이별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깨우침 아닐까요? (73쪽)
일례로, 장미가 “호랑이들이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면 네 개의 가시로 물리칠 수 있어요”라며 약간 허풍을 떨었을 때, 어린 왕자가 “내 별엔 호랑이가 없는데요? 그리고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아요”라며 망신을 주기보다는 “아, 그렇군요. 가시가 네 개나 있으니 든든하시겠어요”라고 장미의 마음을 알아주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또, 장미가 “바람이 정말 싫은데 바람막이는 없나요?”라고 했을 때, 어린 왕자가 마음속으로 ‘정말 까다롭군’ 하며 투덜대기보다 “아, 바람을 싫어하는군요. 한 번 찾아볼게요”라고 했다면 서로 좋지 않았을까요?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