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신 겁니다."
누군가는 1950년생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칠공주의 맏이라 부르며, 또 누군가는 아내와 어머니로만 기억하던 한 여성이 있습니다. 평생을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며, 뻘밭 같은 세상에서 발이 푹푹 빠지면서도 가족이라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지고 온 사람입니다.
이 시집은 그 모진 세월을 견디고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꺼내놓은, 가장 정직하고 뜨거운 인생의 기록입니다.
작가님은 어린 날 어둠 속에서 홀로 울어야 했던 기억을 외면하지 않고 시로 다독이며, 이제는 “혼자라서 한적해서 좋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먼저 떠난 남자의 가슴 깊이 숨겨져 있던 참사랑을 발견하며 눈물짓다가도, 금호강에 뿌려진 은빛 햇살과 장독대에 내리는 보슬비에서 생명의 기쁨을 찾아냅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삶의 굴곡을 다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맑고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내 몸은 내가 일으켜야 한다”는 강인한 자립의 의지와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긍정의 메시지는, 각자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위로와 용기를 건넵니다.
이 책을 펴는 순간, 당신은 인생이라는 험한 길 위에서 잠시 쉴 수 있는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평생을 다듬어온 작가의 삶이 보석처럼 빛나는 이 134편의 시가, 고단한 당신의 하루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