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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없는 불안


  • ISBN-13
    979-11-94413-94-3 (03840)
  • 출판사 / 임프린트
    서해문집 / 서해문집
  • 정가
    1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4-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서맨사 하비
  • 번역
    송예슬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서맨사 하비 #부커상 #궤도 #불면 #에세이, 문학에세이 #페미니즘 #해외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4 * 188 mm, 232 Page

책소개

부커상 《궤도》 작가 서맨사 하비 에세이. 2024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수상한 서맨사 하비의 유일한 에세이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발표 당시 “가장 지적이면서 가장 위태로운 작품”, “사람을 홀리는 책”, “아름다운 정신에 대한 찬란한 초상” 등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매우 도발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다.

 

서맨사 하비는 아주 오랫동안 불면증으로, 매일 밤 긴긴 시간 계속되는 밤의 여행을 떠나야 했다. 이 불면증은 심하면 마흔 시간에서 쉰 시간까지 지속되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의 불면증을, 불면을 일으키는 생각과 감정의 유물들을 찾아 자기 존재를 파고드는 ‘자아 발굴’의 과정으로 다루고 있다. 마치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처럼, 잠 없는 삶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형태 없는’ 시간들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인간 정신의 본질을 탐구하는, ‘은유로서의 불면’의 긴 여정을 아주 서정적이고 정교하게 그려낸다.

 

작가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고통과 고뇌에 대한 기록이자 사회․심리․소설 장르를 넘나드는 이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형식의 책에서, 하비는 기억과 글쓰기, 상실, 언어, 시간 그리고 생의 강렬한 의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날뛰는 위대한 정신을 붙잡으려 애쓰는 일이 이런 느낌일까. 차갑게 정신을 깨우다가도 이내 위로를 건네며, 어두운 바닥 위에도 빛을 드리운다. 또한 작품 속에서 액자소설 형태로 간간이 이어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작가 자신의 깊은 내면과 조응하면서, 한 편의 따뜻하고 가슴 아픈 소설을 읽은 듯한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서맨사 하비가 스스로 집요하게 포착해내는 ‘글쓰기의 무의식’에 관한 고백이 아닐까. 글쓰기는 꿈꾸기와 같다, 라고 하비는 말한다. 글쓰기는 곧 무의식이며, 의식에 한 발을 담근 채 꾸는 자각몽이란다. “글쓰기가 내 삶을 구원했다. … 글을 쓸 때 나는 제정신이며 신경이 안정된다. … 행복해진다. 글을 쓸 때 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가장 치열한 자기 보고이기도 하다. 사랑이나 전쟁만큼이나 ‘불면’ 역시 문학의 훌륭한 주제가 될 수 있으며, 이 책은 그 정점에 있다. 

 

목차

목차없음

본문인용

밤 열두 시. 침대에 눕는다. 머리를 베개에 눕힌다. 침대 밖으로 나와 미신에 매달리는 마음으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를 둘둘 말아 한쪽으로 치운다. 불면의 밤을 무찌르려고 무수히 수행하는 사소한 루틴 중 하나다. … 잠드는 일은 자연스러운 행위에서 이탈해 주술의 영역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_10쪽

 

사촌 폴에게, 장난으로 쓰는 편지가 아니야. 죽고 나서 며칠, 몇 주, 몇 달 후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구글이 말해준 정보를 전하려고 편지를 써. 운명 때문에 네가 낙심하지 않도록. … 인생이란 게 참 경이롭지 않니. 내내 그 안에 난폭한 죽음을 품고 있다는 게. 그 박테리아는 네가 죽어서 나타난 게 아니라 줄곧 몸속에 있으면서 언제나 너를 먹고 싶어 했어. 또 세포들은 네 부패를 도울 효소를 늘 자기 안에 갖고 있었어. 생존하려는 네 열정이 그 모든 걸 막은 거야. 네 안에서 그렇게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니? 한 번이라도 눈치챈 적 있어? _28~30쪽

 

소녀에게는 개가 있었다. 개가 ‘있었다’. 개는 커다랬고 홀릴 만큼 다정했다. 검은색과 갈색이 섞인 긴 털, 날쌘 몸짓, 육식동물답게 큼직한 이빨, 다정함 빼면 시체인 성격까지. 치고받는 대환장 이혼 소동 속에 그 개가 있었다. … 개는 아빠와 사는 게 아니었다. 아빠가 개 양육권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옛집 바로 근처에서 함께 사는 새 아내가 남편의 전처와 관련된 거면 뭐든 질색했기 때문이다. … 아빠는 날마다 옛집에 들러 개에게 밥을 주었고, 거의 날마다 산책도 시켜주었다. 하지만 개는 날마다 최소 스물세 시간을 홀로 지냈다. _67~68쪽

 

새벽 세 시. 길게 이어지는 화물열차가 밤을 낚아챈다. 무언가가 찢겼고(동이 튼다morning has broken는 표현은 얼마나 적확한지), 다시 밤이 되기 전까지는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 잠들지 못해 그걸 감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밤은 기껏해야 한 시간 남짓이다. 새벽 두 시부터 세 시 사이는 하루가 저물고 다음 날이 깨어나기까지 짧은 휴지기다. _79쪽

 

여러 절을 품고 있는 하나의 문장. 러시아 인형처럼 하나의 절이 다른 절 속에 묻혀 있다. … 촘스키는 이론상 무한히 길고 회귀적인 문장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 속에 생각을 집어넣는 정신 능력에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 [피라항어는] ‘비가 오면 나는 대피할 것이다’ 같은 구조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피라항어로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비가 온다. 나는 대피한다.’ 피라항족은 생각 속에 생각을 집어넣지 않고, 하나의 문장 속에서 다른 시간이나 장소로 이동하지 않는다. _86~88쪽

 

새벽 네 시. 따스한 순간의 보호막을 뚫고 생각 하나가 나타나 펼쳐지기 시작한다. 생각하지 마, 하고 말한다. 생각하지 마. 머릿속에서 아마도(아닐 수도 있지만) 내 내면의 것일 목소리가 라킨의 문장을 들이민다. 여기 존재하는 것들로 이뤄진 백만 장 꽃잎의 꽃. 여기 존재하는 것들로 이뤄진 백만 장 꽃잎의 꽃. 마치 잠에 빠지는 주문인 것처럼, 깨트려서는 안 되는 약속인 것처럼. 라킨의 시가 펼쳐지며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내가 세상에 내 의지와 인내심과 평화를 바친다면, 세상은 나에게 잠을 허락해야만 한다. 그래야 하지 않나? _121쪽

 

아주 오래전 철학과 학생일 때 알게 된 메타포가 있다. 연극 무대에 오른 여배우가 한쪽 구석에서 번지는 불길을 발견한다. 그녀는 관객들에게 불이 났으니 당장 대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연극 대사의 일부라고 생각해 그녀의 지시를 무시한다. 여배우가 다급해져 안달을 낼수록 관객들은 열정적이고 탁월한 그녀의 연기에 감탄한다. … 지금 여기 의사 앞에 있는 나는 신경과민과 자기 강박에 시달리는 환자일 뿐이다. 한 인간으로서 호소할수록 신경과민과 자기 강박 환자로서 역할이 공고해진다. 의사가 건성으로 들을수록 나는 내 고통을 말하거나 보여주려고 한다. 내 고통을 말하거나 보여줄수록 의사는 나를 신경과민과 자기 강박 환자로 여긴다. 내 역할은 매번 굳어지고 내 인간성보다도 중요해진다. 의사 눈에 나는 갈수록 인간 같지 않아진다. 나는 하나의 유형이다. _160쪽

 

글쓰기가 내 삶을 구원했다. … 글을 쓸 때 나는 제정신이며 신경이 안정된다. 나는 제정신, 제정신이다. 행복해진다. 내가 쓴 글이 형편없더라도 그렇다. 나는 닫혀 있지 않고 모호한 무의식의 무형에서부터 출발한다. 나는 그것을 대략 ‘나’라고 부른다. …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나는 내가 만들어낸 말들 속에서 나를 보기 시작한다. _180~181쪽

 

죽음 때문에 화가 난다. 공장식 축산 때문에 화가 난다. 숫자로 축소된 예멘인 일가족, 전쟁의 무분별한 책략과 남성성을 과시하는 정치 때문에 집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의회에서 나를 대표하는 하원의원 때문에 화가 난다. 역사의 과오가 부주의하게 반복되는 것에 화가 난다. 도널드 트럼프를 세계 지도자로 얻은 그 주에 레너드 코헨을 잃은 것에 화가 난다. 사탄마저 움찔할 거래 아닌가. … 브렉시트라는 대단한 국가 사기 때문에 화가 난다. … 다들 화가 난다고 말한다. 다들 발끈하고 나선다. _208~209쪽

 

서평

쿨하면서도 따뜻하고,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면서도 진정시키는 영적이고 단단한 문장들이 우리 내면에 천천히 내려앉는다. _〈뉴욕타임스〉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처럼, 잠 없는 삶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형태 없는’ 시간들을 탐구하는 서정적이고 정교한 여정. _〈커커스 리뷰〉

 

‘세계는 근본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감각에 고통받는 독자라면, 이 어두운 시기를 함께 견뎌줄 지적인 동반자를 얻게 될 것이다. _〈선데이타임스〉

 

삶의 두려움과 광기와 그것들의 유혹에 관한 매혹적인 책. 날뛰는 위대한 정신을 붙잡으려 애쓰는 일이 이런 느낌일까.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마치 미지의 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다. 차갑게 정신을 깨우다가도 이내 위로를 건네며, 어두운 바닥 위에도 빛의 흔적이 스친다. 책장을 덮는 순간 어느덧 세계가 달라져 있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_〈뉴스테이츠먼〉

 

이토록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이토록 야성적인 책이라니! 글쓰기에 관한 최고의 책이자 애도에 관한 최고의 책이다. _맥스 포터(영국 작가, 왕립문학협회 회원, 2025 인터내셔널 부커상 심사위원장)

 

우리의 잠에 시와 울림을 가져다주는 책. 감각의 결핍을 다룬 책이 어떻게 이토록 관능적이고 충만할 수 있을까? 가장 철학적인 순간에도 가장 단단한 실체를 지닌다. _테사 해들리(영국 작가, 왕립문학협회 회원)

 

아름다운 정신에 대한 찬란한 초상. 눈부시고 전율적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감각 속에서도 지적인 안도감을 준다. _제이미 콰트로(미국 작가)

 

언어, 상실, 시간에 대한 깊은 명상.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구성해가는지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아프고, 아름답다. _네이선 파일러(영국 작가)

 

저자는 사랑이나 전쟁만큼이나 ‘불면’ 역시 문학의 훌륭한 주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이 책은 그 정점에 있다. _〈텔레그래프〉

 

주제와 기억 사이를 비틀거리듯 이동하는 방식은, 독자들 역시 잠에 굶주린 저자의 뇌 속에서 함께 헤매는 듯한 감각을 준다. 실존의 어두운 숲을 함께 걷고, 모든 시냅스의 불꽃을 함께 느낀다. 아찔하고 경이로운 여정이자, 동시에 최면에 가까운 경험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책은 결국 찬란하고, 쾌활하며, 삶이라는 눈부신 선물에 대한 기쁨의 축제다. _〈데일리메일〉

 

사람을 홀리는 책이다. 애도와 고통, 기억과 가족, 밤하늘과 해질녘 호수, 그리고 꿈이란 무엇인지, 살아남는다는 건 무엇인지—말하자면 삶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최면에 가까운 힘과 시적 엄밀함으로 글을 쓴다. _〈메일 온 선데이〉

 

경이로운 책이다. ‘작가로 존재하는 일’에 대해 이토록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은 없었다. _〈스코틀랜드 온 선데이〉

 

시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직관적이다.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에 관한 아름답고 가슴 아픈 문장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삶의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도 여기 존재하는 ‘백만 장 꽃잎의 꽃’을 찬미한다. _〈타임스〉

 

이 산문은 너무도 우아하고 너무도 빛나서, 책장마다 실제로 반짝이는 것만 같다. 불안, 공포, 슬픔, 분노 같은 균열된 감정들의 정수를 정교하게 포착해낸, 깊이 음미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_세라 워터스(영국 작가, 왕립문학협회 회원)

 

이 아름답고 아름다운 글쓰기와 그 안에 담긴 격렬하고 대담한 요청에 전율을 느낀다. 이 책은 그 어떤 생이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히 살아내라고 요구한다. _키넌 존스(영국 작가, 왕립문학협회 회원)

 

웃기고 슬프고 냉소적이면서도 잠과 그 부재의 신비를 끊임없이 파고들며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그 전체가 마치 불면의 자아를 괴롭히는 깨어 있는 꿈처럼, 작가 내면의 고유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때로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문장들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_앤드루 밀러(영국 작가)

 

거대하고 변덕스럽고 파괴적이며 모든 것의 본질을 붙잡으려는 시도를 너무도 강렬하게 밀어붙여, 독자는 휩쓸리지 않을 수 없다. _데이지 존슨(영국 작가)

 

저자소개

저자 : 서맨사 하비
서맨사 하비 (Samantha Harvey)
1975년 영국 켄트주에서 태어나 요크대학교와 셰필드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소설 《황야》(2009), 《모든 것은 노래다》(2012), 《도둑에게》(2014), 《서풍》(2018), 《궤도》(2023)를 썼다. 첫 소설 《황야》로 베티 트라스크상을 수상했고, 이후 가디언 신인작가상, 여성소설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 월터 스콧상 등 다수의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4년 《궤도》가 “완전히 독창적인 보석 같은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수상했다. 또한 같은 해에 호손덴상과 인워즈 문학상을 받았으며, 오웰상(픽션 부문), 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기후소설상 최종 후보로도 선정됐다. 현재 영국 서머싯주의 배스 지역에 거주하며 배스스파대학교에서 창작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번역 : 송예슬
대학에서 영문학과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의미 있는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궤도》 《장벽 너머》 《우주의 먼지로부터》 《매니악》 《엇박자의 마디》 등이 있다.
고전에 사진과 그림이 없다고?
그랬습니다. 2000년 무렵, 고전들은 한결같이 원문이 들어가고, 주가 들어가는, 말 그대로 고전이었습니다. 그때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고전을 만들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그림과 사진, 지도가 들어가는 최초의 고전 번역서를 출간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오래된 책방〉 시리즈입니다. 서해문집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헌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의 보존과 미래를 위해 출판사의 역량을 투입하는 출판사. 서해문집은 그런 출판사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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