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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


  • ISBN-13
    979-11-7274-086-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파람북 / 파람북
  • 정가
    17,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3-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문경희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암 #간호사 #투병 #수기 #기독교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00 mm, 260 Page

책소개

죽음의 병동에서 발견한 삶의 기적들
삶의 끝에서 시작되는 ‘진짜’ 삶의 이야기.
안녕하지 않았던 날들이 내게 가르쳐준,
오늘을 버티는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암병동에서는 매일 누군가가 떠난다. 하지만 그곳에서 저자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배웠다. 27년간 환자 곁을 지켜온 간호사 문경희. 그녀는 수많은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누구보다 삶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의 이름 옆에 ‘뇌종양’이라는 진단명이 붙는다.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는 한순간에 환자가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들이 얼마나 두려웠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얼마나 끝까지 살아내고 있었는지를. 이 책에는 암 병동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네 살 딸을 두고 차마 눈을 감지 못한 젊은 엄마, 산소발생기를 달고 수능 아들을 위해 마지막 밥상을 차린 어머니, 췌장암 진단금 전액으로 남편의 빚을 갚고 떠난 아내, 시한부 선고를 받은 몸으로 기타 교실을 열며 동료 환자들을 위로한 환자. 삶의 끝에 서 있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저자는 뜻밖의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환자들을 살리고 있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사실은 환자들이 자신을 살리고 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삶이 부서진 시간을 통과한 그녀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강연 ‘죽음을 앞둔 딸을 위해 내게 전화를 건 어느 엄마의 부탁’으로 수백만 명의 마음을 울렸다. 이 책은 그 강연에서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간호사의 병상 기록이 아니다. 절망의 한복판에서 서로를 붙잡고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삶이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해가는 기록이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누군가를 살리면, 내가 산다.”
이 책은 삶이 가장 힘들어진 순간에 조용히 손을 내미는 이야기다.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는 숨을 고를 여백을, 무너진 사람에게는 다시 일어날 힘을, 그리고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묻게 만든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그날, 나는 절망에게 안녕을 배웠다 009

 

1장 8월이었고, 겨울이었다

1 충격의 암 병동 신고식 019

2 네 살 딸아이를 두고 차마 감지 못한 눈 023

3 미안해, 유효기간이 있는 말 028

4 고슴도치 환자와 얼음 간호사 032

5 이 땅의 소풍 끝내고, 진짜 집으로 가요 036

6 지금, 여기가 뉴질랜드라구요? 040

7 산소발생기를 달고 차린 마지막 밥상 044

8 나의 상처가 누군가에겐 응급 처방전이 될 때 048

9 나를 웃게 한 ‘뇌종양 진단서’ 052

 

2장 시린 발끝에 피어난 봄

1 지팡이로 다시 서신 ‘소녀 어르신’ 059

2 아내가 젓가락으로 콩을 집었어요! 064

3 마지막 진단금으로 산 남편의 내일 068

4 버려진 밤알에게서 배운 ‘안 버려지는’ 사랑 072

5 썬데이 노래방에서 배운 내려놓음 076

6 내 자식 같은 해피트리, 잘 부탁드려요 081

7 변기 위에서 쓴 간호 참회록 087

8 눈 감는 그 날까지 강의하고 싶어요 091

9 입술 끝에서 맴돈 마지막 인사 095

10 경청, 닫힌 빗장을 여는 가장 따뜻한 손길 099

11 내가 당신을 간호한 게 아니라, 당신이 나를 살렸습니다 103

 

3장 삶의 가장자리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

1 힘 빼세요. 나는 악성 뇌종양 환자였습니다 109

2 슬픔을 기쁨으로 바꾼 뒤죽박죽 콘서트 114

3 여섯 개의 폭탄을 안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118

4 사망 선고를 이긴 일본어 선생님의 승전보 123

5 사랑의 링거 129

6 저도 삭발해 주세요 133

7 딸 결혼식 날, 그 고운 손 꼭 잡아주고 싶어요 137

8 나의 가장 강력한 스펙은 암‘ 환자’입니다 142

9 오늘 하루는 우리에게 영화 같은 날이었어요 147

10 무채색 절망 위에 칠해진 무지갯빛 위로 152

11 언어를 초월한 기적의 노래 155

12 벚꽃 길 위에서 들려준, 어느 시한부 친구의 유산 159

 

4장 노을빛처럼 스며든 사랑

1 마지막 춤은 당신과 함께 167

2 잿더미 위의 소화전 171

3 주황 단풍잎이 건넨 인사 175

4 멈춰보니 비로소 가족이 보였어요 179

5 호스피스 병동에서 새로 꾸는 꿈 184

6 별들이 천사의 아픔을 가져가길 189

7 슬픔 속에서 꽃피운 사랑의 아리아 194

8 우리가 끝까지 버티는 이유 198

9 인사는 정중하게, 삶은 찬란하게 203

10 당신은 너무 귀합니다 208

 

5장 다시 봄, 눈부신 오늘

1 휠체어 위에서 시작된 우리의 천국 217

2 함께 피는 들꽃 223

3 살아 있다니, 이만하길 다행이야 227

4 내 삶에 찾아온 기적의 시간 232

5 검은 물에서 피어난 하얀 꽃 236

6 와우 간호사의 하루 241

7 최고의 유산, 되찾은 목소리 245

8 눈부신 오늘을 살다 249

 

글을 마치며 우리가 함께 건너온 계절 255

본문인용

얼마 후, 그녀의 남편이 두 손 가득 실내화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아내가 간호사님들 신으실 편한 실내화를 선물하라고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울렸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 실내화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일상의 감사가 무뎌질 때마다 나는 다시 그 실내화를 신어본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그녀에게 묻는다.

“그곳에서의 소풍은 어떠세요? 여전히 행복하신가요?”

39. 이 땅의 소풍 끝내고, 진짜 집으로 가요

 

그녀는 산책길에 밤알을 줍는 일을 좋아했다. 어느 날 병실 탁자 위에 못생기고 상처 난 밤알들이 옹기종기 놓여있는 것을 보고 나는 무심코 물었다. “어머, 이 밤알들은 버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예전 같았으면 저도 이런 애들은 가차 없이 버렸을 거예요.” 나는 그녀의 대답에 잠시 멈칫했다. “그런데 제가 아프고 나니까요…. 이 상처 난 밤알이 꼭 저를 닮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조심스럽게 싸서 가져왔어요.

74. 버려진 밤알에게서 배운 ‘안 버려지는’ 사랑

 

그녀는 암세포가 척추까지 전이되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침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환자였다. 그런 그녀 곁을 남편이 묵묵히 손발이 되어 지키고 있었다. 아픈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남편의 모습은 드물고도 귀한 것이었기에, 내가 남편분을 칭찬하자 그녀는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내가 평생 뒷바라지했으니 지금은 남편이 간병해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감정의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메마른 대답이었다.

33. 고슴도치 환자와 얼음 간호사

 

“제가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 첫째를 엄청나게 힘들게

했을 거예요.”

딸의 재능에 대한 욕심이 컸던 그녀는 병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아이들 곁에 한 뼘이라도 더 오래 머물기 위해 그녀는 욕심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엄마가 힘을 빼고 내려놓자, 딸아이가 피아노를 더 즐기기 시작했고 훨씬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그 말이 너무도 정곡을 찔러 나는 한동안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78. 썬데이 노래방에서 배운 내려놓음

 

그날, 그녀는 눈도 겨우 뜬 채 내게 나직이 말했다.

“선생님, 나 오늘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수많은 사람 중에 내가 암에 걸려서 다행이에요. 수많은 병 중에 암이라서 다행이고, 갑자기 사고를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암 중에서도 난소암이라 다행이고, 좋은 시절에 태어나 치료받을 수 있어서, 이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다행이에요. 이곳을 알게 되고 선생님과 훌륭한 의료진을 만난 것도 다행이고요. 무엇보다 내 곁에 딸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녀가 엷게 미소 지었다.

173. 잿더미 위의 소화전

 

노래가 끝났을 때, 우리는 마주 보며 울고 있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선생님을 보면서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선생님은 너무 귀하세요. 꼭,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그것은 위로라기보다 절절한 부탁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화려하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의 당신은 충분히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211. 당신은 너무 귀합니다

 

병원 첫 출근 날, 나는 약속했던 졸업 선물을 건넸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대단하십니다! 졸업 선물로 제가 꼭 한번 안아 드릴게요.”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속삭였다. 그녀가 가진 화려한 이력들보다 빛나는 것은 바로 그녀의 고백이었다. “나의 가장 강력한 스펙은 ‘암 환자’입니다.”

145. 나의 가장 강력한 스펙은 ‘암 환자’입니다

서평

어떤 날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앞으로 꾸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중증 암 환자를 돌보는 요양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던져진 한 마디. 뇌종양 선고였다.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그 한 마디가 간신히 삶을 버티고 있던 그녀를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렀다. 그녀가 모든 고통을 끝낼 마지막 순간을 갈구하던 순간이었다. 

말기 암 환자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딸이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으니, 예전에 병실에서 불러주던 그 노래를 녹음해서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저자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노래를 녹음해 보냈고, 며칠 뒤 문자가 왔다. “선생님 노래를 들으며 딸이 편안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그녀는 가슴에 품었던 사직서를 서랍 속으로 돌려보냈다.

이 책은 어느 간호사의 이야기다. 하지만 의료 에세이는 아니다. 이 책은 어느 병원 환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입원 수기도 아니다. 저자가 줄기차게 고백하는 것은 자신의 헌신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구원이다. 가정불화, 무릎 수술, 화재, 교통사고, 그리고 뇌종양 판정까지. 저자는 스스로를 “다 깨지고 부서진 인생”이라 불렀다. 그 처참한 자리에서 그녀를 끌어올린 사람이 다름 아닌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었다. 

이 역설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돌봄을 베푼다고 믿었던 시간이 사실은 내가 돌봄을 받고 있던 시간이었다.”

 

이 고백은 겸손의 수사가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는 그 역설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되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환자들은 울먹이는 간호사에게 실내화를 선물로 남겼고, 격리 병동까지 기저귀를 가져다줬으며, “힘 빼세요”라는 말 한마디로 굳어진 어깨를 풀어주었다. 죽어가는 이들이 살아 있는 이를 먹여 살리는 광경을 저자는 담담하게, 그러나 경이롭게 기록한다.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하나같이 극한의 자리에 놓인 인물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은 그 극한을 전시하는 대신, 극한 속에서 피어나는 가장 인간적인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네 살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젊은 어머니는 마지막 숨을 다해 눈을 감지 못한다. 저자가 살며시 눈꺼풀을 내려주고 나서야 그 눈은 비로소 감긴다. 산소발생기를 달고 호흡이 가빠지는 몸으로도 의료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번이 마지막 밥상일지 모른다”며 아들의 수능 전날 밥을 지으러 산을 내려간다. 췌장암 진단금 전액을 남편의 빚을 갚는 데 쓰고 떠난 아내는 남편이 교회를 다니는 것을 단 하나의 소원으로 남겼다. 평생 배신과 화병을 안고 살았으면서도 “병이 원망스럽지 않다”고 말하며,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얼굴로 증명했다.

저자는 이 사람들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남긴 것들, 실내화 한 켤레, 드레스 한 벌, 해피트리 한 그루, 손수건 한 장을 통해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힘인 연결의 욕구가 죽음 앞에서도 꺼지지 않음을 보인다.

"그들은 안녕하지 않은 자기 삶을 원망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주저하지 않고 자기 몫으로 받아들이며 아픔 속에서도 꼿꼿하게 살아냈다."

그 꼿꼿함이 저자를 살렸다. 그리고 그 꼿꼿함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독자를 향해서도 조용히 손을 내민다.

 

끝까지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습니다

 

저자는 베테랑 간호사라는 자부심이 어떻게 환자를 향한 오만으로 굳어지는지를 숨김없이 고백한다. 암 병동 첫 출근날 응급 상황에서 석상처럼 굳어버린 채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던 기억, 트집 잡고 거부하는 환자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얼음 인간이 되어가던 순간, 고통받는 환자에게 “조금만 더 참으세요”라고 기계적으로 대답했던 과거.

‘변기 위에서 쓴 간호 참회록’ 챕터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무릎 수술 후 스스로 환자가 된 저자가 극한 고통을 경험하면서, 과거 자신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가벼운 말을 건넸는지를 통깁스를 한 채 변기 위에서 깨닫는 장면은 눈물과 반성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직접 아파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장면이다

암, 시한부, 임종…. 이 책의 소재들은 무척 비극적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독자의 감정까지 절망으로 몰고 가는 건 아니다. 그것은 저자를 포함한, 책에 등장하는 여러 환자들이 암 투병을 ‘끝’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극한 형태’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깊이 사랑하고, 더 솔직하게 감사하고, 더 용감하게 용서했다.

그런 이들에게 가끔은 기적이 찾아오기도 한다. 항암제로 손끝이 갈라지는 몸으로 병원 기타 교실을 열고, 자신의 여섯 개 ‘시한폭탄’이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위암 수술을 세 번 받은 환자가 쉰 넘은 나이에 간호대학에 진학해 4년 뒤 바로 그 병원의 간호사 겸 상담실장으로 돌아온다. 뇌혈관질환으로 와상 환자가 된 아내를 위해 남편은 매일 침대를 창가로 옮기며 “오늘 해가 떴네, 당신 좋아하는 노래 틀어놨어”라고 말한다. 말을 듣지도, 삼키지도 못하던 그 아내가 결국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올리는 날이 온다.

저자가 환자들을 통해 배운 것은 ‘어떻게 죽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오늘을 사는가’다. 자녀에게 오늘 사랑한다고 말할 것, 미안하다는 말을 내일로 미루지 말 것, 꺾인 자리에서도 새순을 틔우는 해피트리를 믿을 것.

 

우리는 결국 사람에게서 다시 살아납니다

 

다른 의료인들의 수기들과는 달리, 저자는 환자의 자리를 직접 통과한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추적 관찰을 받는 사람으로서, 무릎 수술을 받고 통깁스를 한 채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람으로서, 화재와 교통사고를 겪은 사람으로서 저자는 간호사의 시선과 환자의 시선을 동시에 가진다.

덕분에 이 책의 위로에는 치열함이 있다. 죽고 싶었던 사람이 건네는 말이니까. 저자는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우며 내일 아침이 오지 않기를 빌었고, 뇌종양 진단서가 차라리 모든 것을 정당하게 끝낼 명분이 될 것 같아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고 고백한다. 그 고백의 무게가 문장에 실린다.

언론학 석사이자 대한간호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자인 저자의 글은 현장의 생생함과 문학적 절제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 카테터, 산소포화도, 드레싱, 손가락 관장 등 현장의 구체성이 독자를 이야기의 디테일로 빠져들게 만든다. 세바시 강연에서 이미 전달력을 검증받은 저자의 언어가 페이지 위에서도 고스란히 그 힘을 유지한다.

 

투병 중이거나 가족의 투병을 지켜보는 사람에게,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등 돌봄 직군에 있는 이들에 헌정하는 책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선 사람에게 가장 극한의 자리에서 그 질문을 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과잉 없이, 모자람 없이 보여준다.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앞에서 늘 머뭇거리는 우리의 등을 조용히 떠민다.

말기 암 간호사와 뇌종양 환자. 이 책은 내일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실은 오늘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가장 안녕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건네는 따뜻한 악수, 절망이 가르쳐준 한마디 인사다.

 

“안녕.”

저자소개

저자 : 문경희
환자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 간호사. 27년간 간호사로서 병원 현장과 강연 무대에서 활동해 왔다.
암 병동에서 삶의 마지막 여정을 지나고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며 삶의 참된 의미를 다시 배웠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아픔을 돌보는 동시에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삭막한 병실에도 작은 희망의 무대를 만들어 왔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MBC ‘생방송 오늘 아침’, MBC ‘시사매거진’ 등에 출연하며 대중과 소통해 왔다.
세계한국어스피치대회 최우수상(국회의장상)과 대한간호문학상 수필 부문, 친절 간호사상을 수상했으며 세바시 강연 〈죽음을 앞둔 딸을 위해 내게 전화를 건 어느 엄마의 부탁〉을 통해 ‘누군가를 살리려는 사랑이 결국 우리 자신을 다시 살린다’는 메시지를 전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현재 ‘와우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며 글쓰기와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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