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최고 전문가 박상진 작가의
가장 문학적이고 사색적인 《신곡》
13세기 중세 유럽에서부터 전 세계 문학, 철학, 종교, 예술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을, 국내 단테 연구의 최고 권위자 박상진 작가의 품격 있는 언어로 만난다. 저자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이탈리아 문학과 르네상스 예술을 가르치고, 연구 일생을 단테에 바치며 누구보다 깊고 밀도 있게 단테의 문학을 탐구했다. 또한 문학 작가로서 인문학과 비교문학의 기반 위에서 단테에 관해 수많은 글을 썼으며, 단테의 고장인 이탈리아에서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20년 제47회 플라이아노 학술상을 수상했다.
《단테 신곡 인문학》은 저자는 누구나 단테가 주는 감동과 위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곡》에 담긴 단테의 성찰을 맑고 사색적인 문장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13세기의 《신곡》을 21세기에 비추어보며, 진실된 인간됨을 상실한 이 시대에서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삶의 태도가 무엇일지 찾아나간다. 저자의 단테에 대한 고밀도의 이해와 시대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맞물려, 가장 문학적이고 사색적인 《신곡》 탐구 에세이가 탄생했다. 이 책은 《신곡》의 방대한 분량과 높은 난도 때문에 원전을 읽지 못했던 독자도, 《신곡》을 읽은 경험을 되새기고 싶은 독자도 《신곡》의 세계로 이끌고 그들에게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기회를 준다.
이 책은 독자가 방대한 분량의 《신곡》에 부담감 없이 발을 들일 수 있도록, 《신곡》의 주요한 지점을 뽑아낸 키워드 16가지를 장마다 제시한다. 용기, 연민, 분노, 정의, 폭력, 사랑 등 각 장의 주제는 독자가 단테를 따라가는 여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저자는 각 주제에 맞는 《신곡》 본문을 인용하고 그 부분에서 단테가 보여준 모습, 그 속에 숨은 문학적, 인문학적, 철학적 의미를 풀어낸다. 단테 전문가인 저자가 《신곡》 원문을 직접 번역하고 명료하고도 깔끔한 설명을 더해, 독자는 그 어느 책보다 생생하고 심도 있게 《신곡》의 가장 깊은 주제와 의미에 다다를 수 있다. 함축적이고 관조적인 저자의 문장은 이 책을 단순한 《신곡》 강의서가 아닌, 《신곡》을 주제로 인간의 삶을 돌아보는 깊이 있는 인문서로 만든다.
또한 저자가 선별한 《신곡》 관련 회화 작품을 다양하게 수록해 독자가 더욱 《신곡》의 세계에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본문에 수록한 그림은 이탈리아의 화가 알베르토 마르티니(1876~1954)가 《신곡》을 주제로 그린 작품으로, 고전의 오랜 생명력과 현대의 새롭고 생생한 감각이 모두 어우러지는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 책은 각 장의 도입부마다 마르티니의 그림을 수록해 독자가 《신곡》의 세계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 마르티니의 그림 외에 《신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고전 그림도 컬러 부록 삽지로 여러 점 수록했다. 독자들이 마르티니의 흑백 그림과는 다른 느낌으로, 《신곡》을 여러 시대의 다양한 각도로 살펴볼 있도록 했다.
진실된 인간됨을 상실한 시대,
지옥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성을 찾아가는
위대한 고전 《신곡》 속 16가지 성찰
많은 이들이 《신곡》을 그저 가톨릭을 기반으로 한 고전 문학, 꼭 읽어야 하지만 방대한 분량에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과제와 같은 책으로 여긴다. 하지만 《신곡》은 단순히 오래된 서사시, 13세기 유럽에 한정되는 옛이야기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다. 《신곡》은 단테가 치열하게 고민한 인문학적 성찰이 높은 밀도로 담긴 작품이자, ‘인간이 살아야 할 진실한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단테는 인간의 본질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정확히 꿰뚫어 본 사람”(9쪽)이었다고 말한다.
단테는 지옥, 연옥, 천국을 두루 돌아보고, 그곳에서 생전에 한때의 이득을 위해 죄를 범한 자들이 죗값을 치르는 모습, 생전의 과업을 후회하는 모습, 반성하기는커녕 염치를 모르고 다른 이를 조롱하는 모습을 모두 목격한다. 이 과정에서 단테는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모든 면을 들여다보고, 천국의 절대적인 진리를 겸허히 맞으면서, 인간이 선택하고 나아가야 할 길과 선택하지 않아야 할 길이 무엇인지 점차 깨닫는다. 그렇게 《신곡》 초입부에서 여행길을 떠나기도 두려워하던 단테는, 진리를 깨달은 용감하고 고결한 인간으로 거듭나며 여행을 마친다. 이처럼 진정한 삶의 태도를 탐구한 단테의 여정은 시대, 장소, 종교를 초월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생생한 감동을 준다.
각 장에는 비겁하게 책무를 외면한 자, 거짓을 진실인 양 속여 이득을 취한 자, 충족을 모르고 탐욕을 멈추지 않은 자, 분열을 일으켜 단란한 사회를 갈라놓은 자 등 온갖 죄인이 지옥과 연옥을 떠돈다. 저자는 단테의 여정과 함께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존엄하고 고결한 인간이 응당 가져야 할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연구 일생을 단테와 함께한 학자답게, 저자는 섬세하고도 명징한 문체로 단테의 말과 행동에 숨은 뜻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이렇게 길어낸 《신곡》의 의미를 밝히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성찰로 확장한다. 혼란 속에서도 참된 삶으로 나아가려는 단테의 여정과, 단테를 따라 진실된 인간의 삶을 찾아내려는 저자의 성찰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준다.
여기에 저자는 《신곡》뿐만 아니라 단테가 생전에 집필한 여러 저서와 세네카, 아리스토텔레스, 보에티우스 등 다양한 고전 문학과 철학도 함께 인용해 《신곡》 바깥까지 확장되는 인문학 탐구를 이어간다. 저자가 오랜 기간 쌓아왔던 고전 문학 지식 배경과 《신곡》의 장엄하고 신비로운 아우라가 어우러져, 인류가 거쳐온 장대한 순례길을 하나로 엮는 촘촘한 기록이 생겨났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이 시대의 문법으로 《신곡》을 다시 읽는 듯한 새로움, 깊이 있는 에세이를 읽으며 받는 진한 여운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인간만의 가치를 상실한 시대에, 단테가 나아가고 저자가 밝히는 길이 불의에 저항하고 고결한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의 길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우리의 발길은 허둥지둥 갈지자를 그리더라도 어딘가를 향한다. 발길은 어디든 향한다는 바로 그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판단이 언제나 옳을 수는 없지만, 그 결과로 비판을 받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채 멈춰 서 있는 것이다. (…) 우리 시대는 실천과 행동을 얼마나 애타게 부르는가.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생각하고 담대히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단테가 《신곡》에 쓴 인간다운 삶이었다. (18쪽)
700년을 초월한 단테의 순례길에서
흔들리지 않는 고결한 삶의 태도를 찾다
《신곡》이 주는 감동은 단순한 권선징악의 메시지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신곡》에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교훈이 담겨 있지만, 일방적으로 교훈만 쏟아내는 책이라면 이토록 오랫동안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신곡》은 사후세계를 여행하는 기록, 다시 말해 진실을 찾아 방황하는 나그네의 기록이다. 실제로 “단테는 자신의 내면에 ‘나그네 정령’이 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33쪽). 단테는 〈지옥〉 1곡에서 먼 여행길을 떠난 후부터 따뜻한 곳에서 한 번도 머물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진리를 접하느라 사후세계를 오랫동안 떠돈 탓에 쇠약해진 몸으로 숨을 거둔다.
《신곡》은 단테가 현세에서 겪었던 거친 삶의 굴곡을 그대로 남아낸 작품이다. 단테는 13세기 피렌체에서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하면서 세속적인 성공의 정점에 올랐으나, 결국 권력과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조국에서 추방당했다. 그렇게 단테는 인생의 중후반을 이탈리아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보냈다. 《신곡》은 단테가 자신이 몸담았던 사회에서 배척받은 후 써내려간, 말 그대로 방랑길 위에서 쓴 책이다. 그래서인지, 삶의 궤도에서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신곡》은 유독 찬란한 희망을 주는 따뜻한 책으로 다가온다. 어떤 험난한 상황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마침내 용감하고도 고결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단테의 여정은, 혼란한 시대의 여파에 흔들리면서도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놓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700년의 세월을 넘어 위로를 주었다. 19세기에 《자본론》을 집필해 세상을 뒤흔든 카를 마르크스 역시 《자본론》 출간을 앞두고 두려움에 흔들리는 마음을 견디고 있었는지, 〈연옥〉 5행 13~15행(“너의 길을 따르라. 사람들은 말하게 두라. / 탑처럼 굳건하여, 바람이 불어쳐도 / 끝자락조차 일체 흔들리지 말라.”)을 《자본론》 초판 서문에 수록하기도 했다.
저자는 《신곡》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자들에게 빛을 비춰주는 등불과 같은 작품이라고 하며, 독자가 “손에 든 등불을 등 뒤로 돌려 다른 이들의 길을 밝혀주면서 앞에 놓인 어둠을 두려움 없이 바라보는 단테”를 바라보며 세상을 헤쳐나갈 용기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8쪽).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을 때, 자신이 흔들리고 작아지는 것만 같을 때 이 책을 펼쳐 보자. 등불을 들고 지옥을 건너는 단테의 발길을 따라가며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사
추방당한 삶 속에서도 자신과 하느님에게 충실했던 한 인간이 전 인류에게 줄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이 바로 단테의 《신곡》이었다.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설을 통해 한 개인이 어떻게 시대의 억압에 대항했는지, 참 행복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김산춘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김산춘 신부의 단테 신곡 강의》 저자
단테의 《신곡》은 오랫동안 나에게 영향을 미쳐온 책이다. 이토록 신비하고 위대한 저작은 그 총체성으로 말하기 때문에, 원전을 읽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단테와 우리 사이에는 700년의 시차가 놓여 있고 사회와 사상의 격차 또한 크다. 단테는 별빛을 따라갔지만 지금은 별빛을 보기조차 어려운 시대다. 단테를 만나려는 현대의 독자에게는 베르길리우스처럼 믿을 만한 길잡이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휘황한 21세기에도 여전히 저 멀리 별빛이 반짝이고 있음을 알려주는 훌륭한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한다. 확신보다는 세심한 포용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도 좋다. 지상의 삶 속에서 우리는 용기, 연민, 분노, 정의, 사랑을 붙들고 무엇을 일구어야 할까. 그림자를 돌아보고 떨림을 견디며 어떤 궤도를 따라가야 할까. 차근차근 읽어 마지막 장들, 운명―사랑―구원에 다다르면 마침내 우리 안에 단테를 비추는 작은 등불이 켜질 것이다. 그 흔들리는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단테를 여러 번 읽은 사람에게도, 이제 단테를 읽으려는 사람에게도, 이 혼란한 세상에서 어디를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될 책이다.
▪ 김하나 작가, 《금빛 종소리》 저자
가장 탁월한 단테 연구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신곡》이 지닌 인문학적 정신을 열여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흥미롭게 펼쳐 보여준다.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통과하는 여정은 한 인간의 내면적 성장을 다룬 서사이자 공동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과 윤리, 권력과 욕망, 정의와 거짓, 사랑과 구원 등의 파노라마를 이렇게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가 또 있을까. 그런 점에서 단테의 《신곡》은 단순히 사후세계를 다룬 중세의 서사시가 아니라,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고전이다. 저자는 “단 하나의 지옥도, 단 하나의 천국도 없다”고 말한다. 다만, 우리는 매 순간 어두운 숲에서 걸어 나와 하늘의 별을 바라보아야 한다. 인간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구원의 순례’를 계속해야만 한다.
▪ 나희덕 시인,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