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에 하는 필기는 단순히 칠판의 글씨를 옮겨 쓰는 행위가 아닙니다. 필기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 내용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입니다. 눈으로 읽거나 듣기만 하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쓰면서 머릿속에서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더해지면 이해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노트 정리는 배운 내용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손으로 직접 쓰는 활동은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자극해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필기해야 타이핑하거나 프린트물을 보는 것보다 기억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수업 시간에 필기를 해야 듣기만 하고 넘어갈 때보다 나중에 복습할 때 기억이 더 잘 납니다. 프린트물을 보는 것과 달리 직접 필기한 노트를 보면 그날 수업 분위기나 상황이 함께 기억이 나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수업 내용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필기를 하면서 선생님의 캐리커처를 노트 한쪽에 함께 그리곤 했습니다. 그날 선생님이 입고 오신 옷까지 상체 정도만 그렸는데, 나중에 노트를 펼치면 그날 선생님의 옷차림은 물론 목소리와 수업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떠올라 생생하게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
- 16쪽 〈로드맵은 익숙한데 쓰는 법을 모르는 요즘 중등〉 중에서
그런데 대부분 중고등학생의 하루를 살펴보면 아침에 일어나 등교하고 여러 과목의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학원에 가거나 수행평가 등의 준비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각종 과제나 시험공부를 합니다. 무척 바빠 보입니다. 대부분 중고등학생의 생활이 비슷합니다. 전략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가장 약한 과목이 무엇인지, 이번 주 수행평가는 어떤 과목이 있는지, 숙제는 없는지 등을 스스로 정리하고 어느 과목에 시간을 어떻게 투자할지 계획해야 합니다. 이때 모든 과목을 매일 완벽하게 공부할 수는 없으니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것부터 집중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거죠.
다음은 간단한 체크리스트입니다. 순서대로 적으면 좋겠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고 거기에 순위를 쓰고 그 순위에 따라 체크하면 됩니다. 예를 들다 보니 체크리스트 항목이 6개인데 4~5개 정도가 적절합니다. 그보다 많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의 수를 줄이는 대신 반드시 체크리스트에 있는 항목은 그날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학습할 때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반복입니다. 인간의 뇌는 한번 배운 내용은 쉽게 잊습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가 지나면 배운 것의 절반 이상을 잊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짧게 자주 반복하면서 복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오늘 밤에 10분 동안 요약해 보고 3일 뒤 다시 한번 정리하고 1주일 뒤 다시 문제를 풀어 보는 식으로 반복하는 겁니다. 이때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멋진 도구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학습 내용이 정리된 노트입니다.
- 27쪽 〈초등 때와는 다른 공부 스케줄 작성법〉 중에서
수행평가 성취도를 높이려면 노트 필기가 중요합니다. 노트 필기를 하는 것은 학습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화하고 구조화해서 나만의 지식 체계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수행평가 과정과 비슷합니다. 수행평가도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수행의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화하고 구조화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활동해야 하거든요.
수행평가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주제는 수업 시간에 다루는 내용 또는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결국 수행평가도 평가이기에 수업 진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수행평가를 잘하려면 수업 시간에 성실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늘 말합니다. 수행평가를 준비할 때 우선 교과서를 펼칩니다. 교과서 속 목차를 보면서 어떤 단원이 학생들의 수행 과정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수행평가는 표현의 과정이므로 말하기나 쓰기의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평가하기에는 쓰기의 형태가 수월하므로 결과물은 쓰기 형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선생님도 저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리라 생각합니다.
수행평가를 잘하려면 교과 과정을 잘 이해해야 하고 그 내용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글을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55쪽 〈수행평가와 노트 필기의 상관관계〉 중에서
교과서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글입니다. 따라서 정보를 중심으로 읽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손에 필기구를 들고 읽어야 합니다. 교과서의 두꺼운 글자로 된 단어에는 동그라미나 네모 등의 표시를, 그 단어를 설명하는 글에는 밑줄 등의 표시를 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교과서에는 중요한 정보가 매우 많습니다. 소설책을 읽듯이 가볍게 읽어서는 절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교과서를 읽기 전, 목차부터 살펴봅니다. 목차는 교과서 전체 내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 구조도입니다. 전체 단원과 소단원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학습 주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먼저 이해하면 교과서 읽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교과서를 읽을 때는 목차를 보고, 단원을 보고, 소단원과 학습 목표 순서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단원과 학습 목표가 교과서 본문에서 어떻게 서술되었는지를 생각하며 읽습니다. 노트를 정리할 때도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 단원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학습 목표와 제목에 다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노트를 정리해야 합니다. 노트를 정리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겠다고 하면 노트 정리를 잘 못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필기한 노트를 보면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바로 파악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소진이는 교과서를 10회 이상 반복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해되지 않던 내용이 5~6번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이후의 내용이 예측까지 가능하다고요. 소진이의 말을 듣고 다른 제자들에게도 10회독을 권했더니 그 전보다 성적이 잘 나왔다며 다들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10회독은 어렵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10회독이 어렵다면 최소한으로 3회독을 추천합니다. 대신에 좀 더 꼼꼼히 읽는 거지요.
- 77~78쪽 〈노트 정리를 위한 첫걸음〉 중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꾸준히 복습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내용을 배워도 그것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소화하느냐는 복습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는 강의를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강의를 들을 때면 빠짐없이 사진을 찍고 노트에 빼곡히 필기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강의를 듣고 나서 시간을 내어 사진이나 노트 필기를 다시 살펴보면 강의 내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지만, 바빠서 다시 살펴보지 못한 경우에는 그렇게 열심히 들었던 강의도 며칠 지나지 않아 기억에서 희미해집니다. 기억에 남는 내용과 사라지는 내용의 차이는 복습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입니다.
복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학습 내용을 머릿속에 정착시키는 과정입니다. 복습하지 않으면 그 내용은 금세 잊어버리지만 복습하면 머릿속에 남아 실력이 됩니다. 복습을 통해 실력이 쌓이면 어느 순간 이를 바탕으로 선행 학습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복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는 것이 기본입니다. 수업에 온전히 집중한 뒤 주요 개념을 필기하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그 필기를 바탕으로 다시 노트를 정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내용을 이해했고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중간 생략)
만일 문제집을 풀었는데 오답이 너무 많다면 아직 그 단원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때는 무작정 문제를 더 풀기보다 교과서로 돌아가 개념부터 차근차근 다시 공부해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20문제를 풀었을 때 5문제 이상 틀리면 계속 문제를 풀 것이 아니라 개념 공부부터 다시 하라고 합니다. 개념이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문제를 풀어도 실력이 쌓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복습은 ‘복습-문제 풀이-오답 정리’라는 세 단계를 통해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 과정을 꾸준히 하면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기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와 습관이야말로 장기적으로 학업에서 성취를 이루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 197~199쪽 〈열공에도 성적이 그대로인 이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