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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카르보


  • ISBN-13
    979-11-88949-89-2 (03900)
  • 출판사 / 임프린트
    틈새책방 / 틈새책방
  • 정가
    4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3-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신익수
  • 번역
    -
  • 메인주제어
    역사
  • 추가주제어
    환경 , 화학 , 열역학 및 열 , 생물학, 생명과학 , 에너지기술 및 공학 , 국제관계 , 인구, 인구통계학 , 사회학: 일, 근로 , 환경과학, 공학, 기술
  • 키워드
    #역사 #환경 #화학 #열역학 및 열 #생물학, 생명과학 #에너지기술 및 공학 #국제관계 #인구, 인구통계학 #사회학: 일, 근로 #환경과학, 공학, 기술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15 mm, 788 Page

책소개

·대한민국 석학들이 주목한 대작, 과학 인문서 《호모 카르보》 출간

·탄소를 먹고 자란 문명의 미래, 인류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이산화탄소가 기후 위기뿐 아니라 인류의 새로운 질병원이 되고 있음을 밝혀낸 통찰

·신재생 에너지와 환경 산업에 관한 최신 정보와 경제성 진단까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과학자가 10년의 집념으로 쓴 탄소 문명 진단서

 

호모 사피엔스의 문명은 과연 지속 가능한가? 

기후 위기가 눈앞의 재앙으로 다가온 시대, 인류 문명의 본질과 미래를 정면으로 묻는 과학 인문서 《호모 카르보》가 출간됐다. 이 책은 인류 문명의 실체를 ‘탄소 문명’으로 규정하고, 그 구조와 한계를 분석한다. 저자는 ‘호모 카르보(Homo Carbo)’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통해 인류를 탄소에 중독된 문명으로 정의한다.

 

산업 혁명 이후 인류의 눈부신 발전은 지구가 3억 년 동안 질서 있게 저장해 둔 탄소를 대기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가능했다. 그 결과 인류는 문명이라는 고도의 질서를 세웠지만, 동시에 지구 시스템에는 거대한 무질서를 남겼다. 이 무질서의 축적은 곧 인류가 지구에 진 빚이며, 이미 이 가불한 영수증은 발행됐다. 이제 인류에게 남은 길은 무엇인가. 

 

800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 속에서 탄소 문명의 족적을 추적한 저자는 숭실대학교 화학과 신익수 교수다.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초빙 부교수로도 활동 중인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분석화학과 전기화학을 전공한 뒤, 《Science Advances》 등 국제 학술지에 100여 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한 주목받는 과학자다. 2023년 한국전기화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학자이자, 패혈증 진단 기술 벤처를 창업해 연구의 사회적 가치를 직접 증명해 낸 현장 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재는 문명의 차세대 동력인 이차전지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이어 온 과학자가 문명에 대한 책을 쓴 이유는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열역학적 모순이 가리키는 비가역적인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한 주장이나 예측이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적 논증을 통해 탄소 문명의 구조적 한계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무엇보다 《호모 카르보》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도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집필됐다. 저자는 복잡한 기후 과학과 열역학, 에너지 시스템을 어려운 수식 대신 사례와 비유, 역사적 이야기로 풀어내며 독자들이 인류 문명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학술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설명 방식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호모 카르보》는 크게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첫 번째 파트는 인류 문명이 마주한 현재의 현실, 곧 이미 받아든 ‘파산 선고’를 다룬다. 2024년 5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6.9ppm을 돌파했다. 산업 혁명 이전 약 280ppm 수준이었던 농도가 불과 한 세기 만에 1.5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저자는 화학자의 시선으로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분석하며 인류가 직면한 비가역적 현실을 데이터로 설명한다.

 

두 번째 파트는 3억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다룬 장대한 탄소 문명사가 전개된다. 인류는 스스로를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로 정의했지만, 인류가 자랑하는 문명은 실제로는 땅속에 3억 년 동안 저장된 탄소 에너지를 꺼내 사용하며 성장해 온 ‘호모 카르보’, 탄소 인간의 문명이었다는 것이다. 산업 혁명 이후 인류가 만들어 낸 찬란한 문명의 질서가 지구 전체에는 얼마나 거대한 무질서를 초래했는지, 저자는 열역학 제2법칙의 관점에서 그 인과관계를 추적한다.

 

세 번째 파트는 탄소 문명이 초래한 생물학적 위기를 다룬다. 대기 중 탄소 농도의 상승은 단순히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최신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러한 변화가 인체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와 대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노화 과정을 가속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최근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빠르게 늙고 병들어 가는 현상, 이른바 ‘가속 노화’ 현상에 대한 최신 연구를 소개하며 그 과학적 배경을 분석한다.

 

마치 추리 소설처럼 흥미롭게 전개되는 저자의 논증은, 이산화탄소 증가를 기후 변화나 환경 문제로만 받아들이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여겨 온 독자들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과 인간의 몸이 모두 에너지 불균형 속에서 ‘탄소 중독’이라는 공통된 병리 상태에 놓여 있다는 통찰은 이 책이 제시하는 가장 독창적인 문제 제기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인류가 마주한 현실과 아직 남아 있는 선택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조건과 에너지 구조를 분석하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탄소 포집 기술과 에너지 전환에 관한 최신 연구, 산업 동향, 경제성 분석까지 함께 소개해, 독자들이 현재의 상황과 산업계의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탄소 포집이나 신재생 에너지 같은 기술적 해결책이 만들어 내는 낙관이 얼마나 취약한지 냉정하게 짚으면서도, 인류에게 여전히 선택 가능한 경로가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한국의 에너지 믹스와 지정학적 조건을 바탕으로 우리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호모 카르보》는 세계적 수준의 한국 과학자가 10년간의 집념으로 완성한 문명 진단서다

이 책의 목적은 독자를 설득하거나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데 있지 않다. 인류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과정에서 탄소라는 달콤한 자원을 건드렸고, 그 결과 탄소에 의존하는 문명을 만들어 왔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다.

 

저자의 의도는 이미 나타난 현실을 보여 주고 인류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데 있다. 지금까지 탄소 문제는 주로 기후 위기의 관점에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문제를 문명과 인간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해 해석한다. 인류 문명이 탄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에너지·의료·생명과학 분야 석학들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모 카르보》는 ‘탄소 인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류 문명의 실체를 새롭게 조명하고, 기후를 넘어 문화·정치·경제까지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설명으로 쓰인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서 있는 문명의 좌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과학 인문서다.

목차

 

프롤로그 | 빨간 약을 삼킨 화학자

 

1장. 공기를 수집하는 남자 

2장. 전대미문의 속도 

3장. 49.6도의 충격 

4장. 얼음 속에 갇힌 80만 년의 증언 

5장. 3억 년 전 탄소 저금통 

6장. 불을 든 유인원 

7장. 칸의 말발굽: 1억 명 죽음의 기후적 결과 

8장. 아메리카의 침묵: 5,000만 명이 사라진 후 

9장. 소빙하기와 해적의 시대 

10장. 와트가 연 판도라의 상자 

11장. 생명을 구한 공정의 대가

12장. 대가속의 시대 

13장. 메탄 vs 이산화탄소 

14장. 이산화탄소 분자의 양자 화학 

15장. 지구 복사 균형의 붕괴 

16장. 비가역적 탄소: 닫혀 버린 귀환의 문 

17장. 인류 멸망의 질병원 이산화탄소 

18장. 426.9ppm: 문명의 마지막 분기점 

19장. 기술은 인류를 구원하지 못한다 

20장.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극 

21장. 녹색 가면의 역설 

22장. 각국의 선택과 한국의 길 

 

에필로그 | 426.9ppm, 호모 카르보가 선택한 패배

참고 문헌

본문인용

어쩌면 우리에게는 더 정직한 이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우리는 탄소 화합물을 먹고, 탄소로 지어진 도시에서 자고, 탄소를 태운 에너지로 숨 쉰다. 우리 몸뚱이도 탄소지만, 우리가 만든 문명 자체가 거대한 탄소 덩어리다. 그래서 나는 우리를 ‘호모 카르보(Homo Carbo)’, 즉 ‘탄소 인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_프롤로그

 

2024년 현재의 423ppm은 1958년 313ppm보다 110ppm이나 높다. 이 추가된 온실가스들이 매일 지구에 가두는 에너지는 무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 폭탄 40만 개가 터지는 위력과 맞먹는다. 다시 말해, 지구는 40만 개의 히로시마 원자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에너지의 순증가를 ‘매일’ 온몸으로 받아 내며 뜨거워지고 있는 셈이다!

_2장. 전대미문의 속도

 

습구 온도 35캜를 넘어서는 지역들이 속출한다면? 페르시아만, 인더스강 유역, 화북평야 지역에만 6억 5,000만여 명이 산다. 이들은 이제 에어컨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극한 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전력망이 무너지면? 대규모 기후 학살이 시작될 수 있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농업 생산성이 급감하면? 식량 위기가 찾아온다. 수억 명이 이주를 시도하면? 국경이 닫히고 국가 간 갈등이 격화된다. 문명의 토대 자체가 위협받는 것이다.

_3장. 49.6도의 충격

 

홀로세의 예외적인 안정성은 인류에게 농업을 선물했고, 그 토대 위에서 도시 문명과 문자, 과학 기술의 진보라는 모든 성취가 가능했다. 우리가 ‘인류 문명’이라 부르는 모든 보물은 홀로세가 허락한 기후적 요람 속에서 태어난 것들이다.

_4장. 얼음 속에 갇힌 80만 년의 증언

 

현재 추세로는 2300년경이면 이산화탄소가 석탄기 수준인 1,500ppm까지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극지방의 모든 얼음이 녹고, 해수면은 70미터 이상 상승하며, 적도 지방은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불모지로 변할 것이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인류 문명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_5장. 3억 년 전 탄소 저금통

 

불은 인류에게 따뜻함을 주었고, 어둠을 밝혔고, 음식을 익혔다. 하지만 동시에 그 불은 숲을 불태웠고, 광석을 녹였고, 하늘을 연기로 채웠다. 프로메테우스가 훔친 불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구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권능이었다. 인류는 이 힘을 사용해 지구의 이산화탄소 순환에 서서히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화 속 독수리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듯, 이제 우리는 불과 문명이 불러온 역설적인 결과와 마주하고 있다.

_6장. 불을 든 유인원

 

결국 내년에도 또 다른 6억 명이 사라져서 새로운 땅을 내놓아야 한다. 즉, 매년 6억 명씩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우리가 살던 땅이 해마다 거대한 규모로 무인 지대가 되면 겨우 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끔찍한 상상이다. 이것이 우리가 태우고 있는 화석 연료의 무게다.

_7장. 칸의 말발굽: 1억 명 죽음의 기후적 결과

 

비발디는 단순히 추상적인 ‘겨울’을 작곡한 게 아니었다. 그가 직접 경험한 추위를 음표로 옮긴 것이다.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 추위에 몸을 떠는 모습, 그리고 얼어붙은 땅을 걷는 발걸음들. 모든 것이 음악 속에 들어 있다. 1740년 베네치아 석호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얼음 위를 걸어서 본토까지 갔다. 지중해의 도시 베네치아가 얼어붙었다. 비발디는 그런 세상에서 살았고, 그런 세상을 작곡했다.

_8장. 아메리카의 침묵: 5,000만 명이 사라진 후

 

결국 2024년 대기를 떠도는 이산화탄소 분자 중 상당수는 1850년대 영국 맨체스터의 방직 공장 굴뚝에서 나온 것들이다. 1890년대 피츠버그 제철소의 용광로에서 나온 것들도 있다. 1920년대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에서 나온 것들도 여전히 그곳에 있다. 2024년 현재, 욕조에는 인류가 추가한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수도꼭지의 물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_10장. 와트가 연 판도라의 상자

 

당신의 몸을 구성하는 질소 원자들 중 절반 가량은 100년 전까지만 해도 하늘 높이 떠다니던 질소 분자였다. 200기압, 500도의 지옥 같은 반응기를 거쳐 암모니아가 되고, 비료가 되고, 밀에 흡수되고, 당신이 먹은 빵이 되고, 결국 당신의 근육과 DNA가 된 것이다. 우리 신체의 단백질 절반이 자연이 아니라 공장의 산물인 셈이다.

_11장. 생명을 구한 공정의 대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은 37년 안에 바다나 식물에 흡수되지만, 나머지 22%는 사실상 영구히 남는다. 우리가 오늘 내뿜은 탄소의 일부는 우리 세대는 물론, 수천 년 후의 후손들이 숨 쉬는 공기 속에도 여전히 박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_13장. 메탄 vs 이산화탄소

 

이 둘의 에너지 효율성을 비교하면 답은 명확하다. 이산화탄소 배출 1톤을 사전에 ‘예방’하는 완화 조치의 예상 비용은 톤당 20~5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이미 배출된 1톤을 DAC로 ‘제거’하는 비용은 톤당 600~1,000달러에 달한다. 결국 과학의 눈으로 볼 때, 예방이 제거보다 12배에서 50배 더 효율적인 셈이다.

_16장. 비가역적 탄소: 닫혀 버린 귀환의 문

 

만약 현재 추세가 계속 지속된다면, 2010년에 태어난 아이가 40세가 됐을 때 세포 나이는 약 45세(추정 5년 가속)를 가리킬 수 있다. 단지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부모 세대보다 6~7년이나 더 빨리 늙고 병드는 운명을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것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다. 우리 다음 세대의 ‘건강 수명’ 중 가장 빛나야 할 7년이, 대기 중의 열기에 의해 증발해 버린다는 뜻이다.

_17장. 인류 멸망의 질병원 이산화탄소

 

2037년이면 지구 기온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안전지대의 창문이 닫힌다. 이것은 단순한 마감 시한 그 이상이다. 이 시점이 지나는 순간, 우리가 배출하는 모든 탄소는 지구의 회복 탄력성을 영구적으로 파괴하는 빚이 될 것이다. 되돌아올 수 있는 다리가 끊기고, 기후는 통제 불가능한 가속 구간으로 진입한다. 불행히도 이 계산은 물리적 관성과 피드백 루프를 과소평가한 수치였다. 이 글을 탈고하는 2026년 1월, 《네이처》는 2024년 지구 기온이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55도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이론상 2037년에 닫혀야 했을 창문은 실제로는 10년 이상 앞당겨져 이미 닫혀 버린 것이다.

_18장. 426.9ppm: 문명의 마지막 분기점

 

성장, 에너지, 이산화탄소는 한 몸처럼 움직인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구호를 냉정히 살펴보자. 발전은 성장을 의미하고, 성장은 에너지 증가를 요구한다. 반면 지속 가능은 안정을 의미하고, 안정은 에너지 감소를 요구한다. 발전은 엔트로피 증가를 의미하고, 지속 가능은 엔트로피 안정을 의미한다. 둘은 열역학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엔트로피 증가 엔진이다.

_18장. 426.9ppm: 문명의 마지막 분기점

 

자본은 늘 이러한 본질적인 구별을 의도적으로 흐려 왔다. 기업들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하면서도 뒤로는 탄소 배출권 거래로 회계 장부를 조작하고, ‘친환경 제품’을 광고하면서도 전체 생산 과정의 배출량은 은밀히 감춘다. ‘혁신적 기술’이라는 장밋빛 약속 뒤에 숨겨진 상용화의 지난한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바로 이 간극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독버섯처럼 번성한다.

_19장. 기술은 인류를 구원하지 못한다

 

기술은 도구다. 강력하고 필요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기술이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환상, 과학자가 버튼 누르듯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진짜 해법은 명확하고 단순하며, 그래서 가장 어렵다. 덜 만들고, 덜 쓰고, 덜 버리는 것이다. 426.9ppm. 지금 이 순간에도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파국의 지점까지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_19장. 기술은 인류를 구원하지 못한다

 

탄소 크레딧 구매는 클릭 몇 번이면 끝이다. 아마존 숲 보호 프로젝트에서 크레딧 1만 개를 톤당 10달러에 산다. 고작 10만 달러. 공장 재생 에너지 전환에 들어갈 수십억 달러의 1%도 안 되는 돈이다. 기업은 이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는 당당히 “탄소 중립 달성”이라고 선포한다. 투자자들은 박수를 치고, 환경 보호를 의식하는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고통스러운 혁신 대신, 회계적인 뺄셈을 통해 ‘친환경’ 라벨을 획득한 것이다.

_20장.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극

 

호모 사피엔스는 자기기만에 능하다. 우리는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경고하듯, 기술 발전으로 효율이 높아지면 우리는 자원을 아끼는 대신 소비를 더 늘리는 경향이 있다. AI의 성능과 연산 효율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면서, 역설적으로 전력 소비가 폭증한 것이 그 증거다. 결국 전기차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차선책’이자 ‘과도기적 도구’일 뿐,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_21장. 녹색 가면의 역설

 

2026년, 우리 앞에는 426.9ppm이라는 거대한 적이 있다. 이 앞에서 우리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완전한 동맹'을 맺어야 한다. 원자력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필요하고, 재생 에너지는 불안정하지만 확대해야 하며, LNG는 불완전하지만 당분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라 산수의 문제이고,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 법칙의 문제다.

_22장. 각국의 선택과 한국의 길

 

‘녹색 성장’론자들은 이 법칙을 속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깨끗한 에너지원을 쓰면, 오염을 배설하지 않고도 질서를 계속 쌓아 올릴 수 있다”라고 말한다. 미안하지만, 이것은 ‘제2종 영구 기관’을 만들겠다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이것은 물리학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경제학자들의 순진한 희망 사항이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거대한 위증이다. 열역학의 법정에서 ‘공짜 점심’은 결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_에필로그


 

서평

·탄소는 인류의 축복인가, 모두를 멸망시키는 재앙인가

·모두가 외면하는 문명의 미래, 우리에게 남은 ‘희망의 다음 역’은 어디인가

·열역학 제2법칙이 증명하고,  과학자의 양심이 기록한 인류세의 진단서

 

인류 문명은 탄소의 산물이다: ‘호모 카르보’의 탄생

인류는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존재라 정의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찬란한 번영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 기반에는 언제나 하나의 에너지원이 존재한다. 바로 탄소다. 스마트폰, 자동차, 항공기, 도시의 불꽃과 따뜻한 안식처까지. 현대 문명의 거의 모든 기적은 지구가 3억 년 동안 지질 속에 질서 있게 저장해 둔 탄소 에너지를 꺼내 쓰면서 가능해졌다. 저자 신익수 교수는 이 지점에서 인류를 새롭게 정의한다. ‘호모 카르보(Homo Carbo)’. 탄소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유지될 수 없는, 탄소에 중독된 문명의 인간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 가리키는 문명의 한계: 엔트로피의 청구서

우리는 왜 탄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저자는 그 이유를 우주의 절대 법칙인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법칙에서 찾는다. 인류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를 찾아 석탄기 시대부터 지구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에너지를 단 200년 만에 폭발적으로 방출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산화탄소 농도 426.9ppm이라는 숫자다. 2024년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기록된 이 수치는 단순한 기상 지표를 넘어, 인간 활동이 지질과 기후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는 시대, 즉 인류세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제 인류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질 기록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인류가 자연을 정복했다는 훈장이 아니라, 열역학 법칙이 우리에게 발행한 준엄한 영수증이다.

 

지구의 열병은 인간의 몸에도 스며든다: 이산화탄소가 ‘지금의 나’를 병들게 한다

426.9ppm은 단지 기후 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카운트다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는 대기 중 탄소 농도의 상승이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리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지구 시스템의 에너지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인간의 세포 역시 더 큰 열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은 늙고, 더 빨리 병들고 있다. 믿겨지지 않지만 이산화탄소가 결국 인간을 병들게 한다. 저자가 밝혀 낸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기후 위기는 이제 언제 올지 모르는 자연의 재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나’라는 생명체의 신체적 문제가 된다. 

 

해법 역시 열역학 안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길은 무엇인가. 저자는 답 역시 열역학의 원리 안에 있다고 말한다. 이미 방출된 탄소와 이를 증폭시키는 자연의 되먹임 시스템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선택지는 남아 있다. 탄소 배출이 가장 큰 에너지원을 즉각 줄이고, 천연가스 등을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며 제로 배출 체계로 단계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탄소 문명을 하루아침에 멈출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호모 카르보 문명’은 멸망한다. 그러나 파국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열역학은 인간의 의지를 따르지 않지만, 그 법칙을 이해하고 순응해야만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과학자의 양심으로 쓴 탄소 문명 진단서: 에필로그부터 읽어야 할 책

이 책의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에필로그부터 읽어 보기를 권한다. 책 전체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다운 간결하고 평이한 문체로 쓰인 이 에필로그에는, 한 과학자가 바라본 탄소 문명에 대한 개인적인 고백이 담겨 있다.

 

마우나로아의 이산화탄소 곡선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파국을 직감했던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며 자신의 직감을 검증해 왔다. 그 결과 ‘호모 카르보’의 파국을 확인한 저자는 과학자로서의 이성에도 불구하고, 자신 역시 탄소 문명에 중독된 한 인간임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눈 앞의 숫자와 예정된 파국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호모 카르보》는 탄소 배출에 무관심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그저 이미 우리가 도착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그대로 보여 줄 뿐이다. 다만 저자가 보여 준 자연의 청구서에 더 이상의 유예 기간은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진실을 외면하고 공멸할 것인가, 아니면 정면으로 마주하며 생존을 도모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뿐이다. 

저자소개

저자 : 신익수
전기화학의 원리로 미시 세계의 센서부터 거시 세계의 기후 위기까지 탐구하는 과학자이자 혁신가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분석화학 및 전기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숭실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시에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초빙 부교수로서 세계적 석학들과 국제 공동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2023년 한국전기화학회 학술상을 수상했고, 《Science Advances》 등 세계적 저널에 1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 '타액 기반 비침습 혈당 센서'의 원천 기술을 발명했으며, 벤처 창업을 통해 패혈증 진단 기술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도 있다.
현재는 이차전지 R&D 연구와 함께, 열역학 관점에서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탐구하는 저술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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