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노선의 소멸은
단순히 철도 노선 하나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공공성의 후퇴를 뜻한다.”
변경의 시선으로 본 삶의 위기와 정치
10여 년 전, ‘앎과 삶의 간극’을 좁혀 보자는 마음으로, 수도권을 떠나 충북 옥천으로 이주한 정치학자 하승우. 서울과 옥천을 오가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던 무궁화호 노선이 점차 사라지는 흐름을 비롯해, 우리 일상에서 발견되는 사회 위기의 징후들을 저자는 예리하게 포착하고 분석하고 있다.
철도는 다양했던 시공간을 단일한 기준으로 표준화하는 대신 경제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분배하겠다는 국가 목표를 상징했다. 잘 닦인 철로를 빠르게 질주하는 열차와 근대적인 기차역은 문명을 상징했다. 그런 점에서 무궁화호의 소멸과 열차의 쇠퇴는 결국, ‘공공재의 보편화’,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내세웠던 근대가 저물고 있음을 뜻한다고 저자는 본다. 독과점의 이득을 보려는 플랫폼 기업들의 득세와 그 플랫폼에 종속되어 제대로 된 임금과 자유, 최소한의 노동조건까지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마치 새로운 봉건주의 시대에 접어드는 듯하다.
우리는 어떻게 공통감각을 회복하고
정치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인가?
근대의 황혼에서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깊은 밤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 밤을 지나 새로운 새벽으로 우리를 인도할 수단이 철도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에 맞는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탐색은, ‘중앙’과 지방의 격차와 불평등, 지방정치와 행정의 무능력과 불합리, 통합의 욕망과 메가시티 논리의 허구성을 거쳐, 기후위기, 각종 재난과 참사, 민주주의와 현실 정치의 한계, 뿌리 깊은 관료주의의 폐해에 이르기까지 치열하게 이어진다.
특히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중앙’과 엘리트의 시선이 아닌 ‘변경의 시야’에서 보고 사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책의 구성, 즉 ‘변경의 정서’, ‘기후위기와 재난’, ‘정치의 자리’, ‘정책 실패의 진짜 주범, 관료주의’라는 네 가지 범주는 저자가 변경의 위치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사유하기 위한 주제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