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사후 분석 결과는 이랬다. 데이터는 틀리지 않았다, AI 모델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알고리즘에도 오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의 판단은 현실과 어긋났다. AI가 멍청해진 것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이 순간, AI 모델을 의심한다. “모델이 아직 덜 학습된 것 같다.” “데이터를 더 쌓아야 한다.” 그래서 또다시 투자한다. 더 많은 데이터, 더 복잡한 모델, 더 큰 플랫폼.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AI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질문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AI는 숫자를 보지만, 맥락은 보지 못한다. (p.4)
엑셀은 '관계'를 모른다. 엑셀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VLOOKUP'이라고 말한다. VLOOKUP은 범위의 첫번째 열(맨 좌측)을 기준으로 값을 찾아 다른 열의 값을 반환하는 엑셀의 대표적인 함수이다. 이 말 자체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엑셀에서 관계란 “이 값을 저 값에서 찾아온다.” 수준이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관계는 다르다. 고객 방문 → 주문 → 재구매 → 추천, 장비 고장 → 공정 지연 → 납기 실패→ 위약금, 인력 이탈 → 품질 저하 → 클레임 증가. 이것은 단순한 조회가 아니라 연결된 이야기다. 엑셀은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엑셀은 줄과 줄을 잇지 못하고, 그저 칸과 칸을 맞출 뿐이다. (p.36)
결국 이 모든 실험의 끝에서 점주의 질문은 완전히 뒤바뀐다. 과거에는 “도대체 왜 매출이 줄었지?”라며 지나간 결과에 매달렸다면, 이제는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까?”
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인건비와 공간, 시간이라는 뚜렷한 제약조건 안에서 매출과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최적화 문제'로 진입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단순한 계산기를 넘어선 '판단 AI'가 등장한다. 점주가 설계한 온톨로지는 이제 식당의 모든 맥락을 이해하고, 점주에게 가장 현명한 의사결정의 길을 안내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p.121)
온톨로지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의 공통된 재무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매출이 폭발하지 않아도, 마진이 급등하지 않아도, 다음 사항들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바뀐다. 바로 손실의 예측 가능성, 비용의 통제 가능성, 자본의 회전 효율,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곡선 등이다. 이 변화는 분기 실적보다 늦게 나타나지만, 한 번 나타나면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우위, 즉 해자가 된다. 온톨로지 시스템은 기업의 숫자를 바꾸기 전에, 숫자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바꾼다. 그래서 이 기술의 진짜 가치는 재무제표의 '항목'이 아니라 재무제표의 '패턴'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이 패턴을 읽을 수 있는 투자자만이 온톨로지를 권력으로 가진 기업을 먼저 발견한다. 다음 시대의 'B형 기업(온톨로지 기업)'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222-223)
CEO의 역할은 '답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다. CEO는 범위 안에서 책임질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AI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시스템은 제약을 보여주고, CEO는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때 비로소 의사결정은 자동화되지 않지만, 지능화된다. AI는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의 판단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정답을 주지 않고 범위를 정해준다. 선택의 결과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범위를 정의하는 언어가 바로 온톨로지다. AI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답이 될 수 있는 세계를 그려줄 뿐이다. 그 세계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p.312)
현실의 자율 에이전트 AI는 영화보다 더 빠르게 오고 있다. 이제 에이전틱 AI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다른 AI와 협업하며, 업무를 나누고, 실제 행동(주문, 승인, 제어)을 수행한다.
여기에 피지컬 AI까지 결합되면, 공장, 물류, 에너지, 국방, 도시 운영 모두가 AI의 판단 위에 놓이게 된다. 이때 온톨로지가 없다면, 우리는 매트릭스의 에이전트와 스카이넷을 동시에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미래의 AI 경쟁은 모델 경쟁이 아니다. 미래의 경쟁력은 더 큰 모델, 더 빠른 GPU,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다. 누가 더 잘 정의된 세계관을 AI에게 심었는가다. 온톨로지를 가진 AI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할 수 있고, 어떤 규칙을 어겼는지 추적 가능하며, 잘못되었을 때 수정할 수 있다 반면 온톨로지가 없는 자율 AI는 빠르지만, 불투명하고, 책임질 수 없다. (p.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