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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목욕


  • ISBN-13
    978-89-6090-980-9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마음산책 / 마음산책
  • 정가
    16,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3-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지연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5 mm, 232 Page

책소개

꿈과 현실의 경계를 유영하는 열네 편의 이야기

김지연 첫 짧은 소설 『꿈 목욕』 출간

 

2018년 「작정기」로 문단에 등장한 이후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소설가 김지연의 첫 짧은 소설 『꿈 목욕』이 출간되었다. 그는 익숙한 삶의 장면 속에서 감지되는 낯선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문학동네신인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을 비롯해 젊은작가상,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현대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에 연이어 수상자로 호명되고 있는 것은 김지연이 동시대 중요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이다.

김지연은 『꿈 목욕』에서 꿈과 현실, 기억과 현재를 오가는 열네 편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작품 속에서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라기보다 일상에서 문득 감지되는 기억의 흔들림이나 감정을 잇는 매개로 작동한다. 작가는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포착하고, 보통의 세계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순간들을 드러낸다. 여기에 선을 겹겹이 쌓아 올려 완성한 김지혜의 그림이 꿈과 현실의 감각을 아우르며, 작품 속 장면들을 인상적으로 환기하는 동시에 글의 여운을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꿈 목욕』은 이전 작품들과 문학적 궤를 같이하면서 폭넓은 서사와 형식이 더해져, 소설가 김지연의 다채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문제의식이 집약된 이번 짧은 소설은 독자에게 새로운 서사적 깊이와 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두 손을 모아 물을 퍼내 찬찬히 들여다보자 폭포에서 쏟아져 내린 것은 물만이 아니었다. 내가 밤마다 꾼 꿈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폭포 아래로 헤엄쳐 가서 쏟아지는 꿈들을 온몸으로 받았다. 꿈들에 흠뻑 적셔져 정신을 못 차렸다. 그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내가 길을 한참이나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실로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꿈 목욕」에서

 

 

“내가 잊고 잃었던 시간들,

가보지 못한 시간들도 마구마구 뒤섞여 있었다”

 

또 다른 현실로 존재하는 꿈,

죽음을 통해 되비추는 삶

 

김지연은 실제 꾼 꿈을 모티프로 한 표제작 「꿈 목욕」을 시작으로 꿈과 현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이야기들을 펼쳐놓는다. 작품들 속에서는 길을 잃은 골목에서 꿈이 스며든 폭포를 맞고(「꿈 목욕」), 휴식차 방문한 호텔에서 반복되는 하루에 갇히며(「맴맴」), 인간이 점차 악어로 변해가는(「나무 아래 악어」) 기이한 사건들이 태연하게 일어난다. 한편 외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막내이모의 출신이 입방아에 오르거나(「모나카」), 죽고 난 뒤 과거의 연인을 따라 산책하며(「산책하는 귀신들」), 빚 문제 때문에 타인의 사인을 멋대로 단정하는(「사인」) 장면들도 이어진다.

등장인물들은 현실에 머물면서 어느 순간 꿈으로 이동했다 되돌아오고, 환상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현실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꿈과 현실, 삶과 죽음이 뒤섞이는 세계에서 그들은 현재의 자신과 관계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꿈 목욕』에서 꿈은 비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음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마주 보고 있지만 서로에게 닿지 않는

관계의 미묘한 간극

 

이번 짧은 소설에서는 특히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섬세해졌다. 인물들은 서로 마주 보고 있지만 각기 다른 감정의 속도와 기억의 온도를 유지하고, 그 미묘한 어긋남이 관계의 리듬을 형성한다. 작가는 「지금의 날씨」에서 친구들이 SNS 계정주를 자신으로 오해하자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불가해한 인물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그래? 너였으면 좋았을걸.

마음껏 부정하고 난 다음에 돌아온 대답이 조금 의외여서 그 말은 계속 한솔의 뇌리에 남았다. 한솔은 어째서일까 곰곰 생각하다가 그 말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점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이 있다니. _「지금의 날씨」에서

 

나아가 반복되는 꿈을 매개로 현실의 관계를 재감각하는 인물들도 그려진다. 그들은 오랜만의 재회에 반가워하는 친구와 거리를 두려 하거나(「모래가 되는 꿈」), 고향을 떠나 서울에 정착했으나 현실의 벽 앞에 망연함을 느낀다(「꿈에서 꿈으로」). 여기서 꿈은 관계의 미묘한 틈과 심리적 긴장을 암시하고, 작가는 이를 통해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층위를 그려낸다. 독자는 『꿈 목욕』을 편편이 읽어나가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이 점차 확장됨을 실감할 것이다.

 

 

■ 작가(김지연)의 말

 

요즘 나는 자주 기지개를 켠다.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보면 어느샌가 등이 공벌레처럼 둥그렇게 말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의식적으로 몸을 펴려고 알람까지 맞춰두었다. 눈을 감고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아주 잠깐 잊은 채로 그저 몸을 멀리 늘어뜨리려는 동작에만 집중한다. 가슴을 펼치며 팔을 쫙 뻗는 것뿐이지만 점점 좁아지려는 것만 같던 속마음이 차츰 넓어지는 듯한 개운한 기분이 좋다. 이번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그렇게 틈틈이 기지개를 켜면서 쓰고 다듬었다.

목차

작가의 말 

 

꿈 목욕

맴맴

모나카

산책하는 귀신들

모래가 되는 꿈

밤비

울음의 형식

사인

의자의 활용

도둑

출생

꿈에서 꿈으로

지금의 날씨

나무 아래 악어

본문인용

-

서평

■ 책 속에서

 

35쪽 「맴맴」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다섯째 날 아침이었다. 역시나 아침 산책길에 나선 개를 구경하다가 그저 비슷한 패턴으로 산책하는 수준의 동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는 어제의 그 개였다. 남자는 어제의 그 남자였고. 관리인이 내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 것도 내가 어떤 하루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다!

 

67쪽 「산책하는 귀신들」

“내가 없으면 어쩔 뻔했어?”

수경은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니까. 네가 있어 정말 다행이야.”

 

112쪽 「울음의 형식」

“선생님은 지금 회복이 필요한 상태십니다. 정신상태가 아주 그냥 너덜너덜해요. 그게 아니었으면 이런 상호에 홀려서 들어왔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 정신상태면 당연히 몸도 영향을 받고요. 몸과 정신이 따로따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정신도 몸에 담겨 있습니다. 정신이 흔들리면 몸이 그걸 지탱하느라 속수무책이 되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면 정신도 멍텅구리가 되고 맙니다.”

 

130쪽 「사인」

“근데, 나는 그런 거 없어. 죽을 이유 같은 건 없어.”

단호히 말하는 복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미진은 생각했다. 인생은 장밋빛이 아니구나. 비단길도 꽃길도 아니고 가시밭길이구나. 마냥 행복하지도 않구나. 인생은 그런 것. 그러나 죽을 이유 같은 것은 없고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163쪽 「출생」

아내는 내 간곡한 호소에 사과를 씹는 일을 멈추더니 한참 웃었다. 치과에 갈지 말지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배꼽이 두 개인 일은 그만 잊고 말았다. 배꼽이 두 개인 것은 아무래도 이를 가는 일에 비하면 한가한 소리에 불과했다.

 

200쪽 「나무 아래 악어」

우리는 모두 악어가 되어간다.

 

인류 최후의 책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인류가 더 이상 전통적 방식의 책을 만들지 않게 된 건 누구도 책을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이상 책을 만들 나무가 남아 있지 않아서였다.

저자소개

저자 : 김지연
꿈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남의 꿈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은 무섭고 슬픈 꿈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드물게 찾아오는 신나는 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산다.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 『조금 망한 사랑』, 중편소설 『태초의 냄새』 등을 썼고 현대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그림작가(삽화) : 김지혜
기억 속 희미해진 풍경들의 인상을 그린다. 자율적 선택의 여부와 상관없이 일상과 여행지 등 모든 곳에서 마주한 풍경을 일러스트, 수묵 등의 매체로 그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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