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_ 그 사람이 전부였다고 (p.54)
사라진 벚꽃잎을 그리워했다. 지날 걸 알면서도. 새로이 마주할 또 다른 개화기를 알면서도. 그저, 잡지 못한 그 꽃잎이 전부일 것 같아서. 혹여, 이듬해 그 나무를 베어버릴 것 같아서. 그때의 네가 가장 아름다운 벚꽃일 것 같아서. 난 장난감 못 산 아이처럼 스스로 화가 나 욱하는 마음으로 내게 개화기는 없다고. 지나간 날들만 남았다고. 밑동만 남은 나무에 걸터앉은 자세를 취하고는, 사라진 벚꽃잎을 그리워했다.
푸른 봄 _ 밤이 깊도록 눈은 맑아지고 (p.90)
잠들지 못하는 어린 청춘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있나 보다. 당연한 사랑은 어느새 가벼워졌고, 얻지 못할 사랑이 비로소 가장 귀한 열매가 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청춘의 속도는 그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벅찼다. 푸른 우리는 순수하고 가벼우며, 철없다가도 뜨거웠다. 불완전한 청춘은 세상 앞에서 흔들리고 넘어졌다. 흙 묻은 무릎을 털고 숨을 고르고 있노라면 거센 바람이 불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불완전한 언어로 가득 채웠던 삶이 한 편의 고백이 되어 젊은 날을 채웠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가 사회에 갓 나왔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번듯한 척을 해야 했고, 겁 따위는 어린이의 전유물인 척해야 했다.
우리는, 푸른 봄이다. 무서울 거 없이 달려야 하지만 부서지며 달릴 필요는 없다. 새로움 앞에서 많은 것을 견디고 인내해야 하지만, 모든 것을 참고 감당할 필요는 없다. 모든 과정은 아픔을 동반할 테지만, 그 아픔에 깊게 베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푸른 봄이다. 청춘은 그렇다. 이제 곧 만개할 우리의 봄은 그저 그렇게 존재하면 된다. 편하게 눈을 감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푸른 봄을 닮은 우리는 그렇게 무르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