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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역사 강의 (20주년 기념 신개정판)

세계체계 분석으로 본 자본주의의 기원과 미래


  • ISBN-13
    979-11-94513-46-9 (9390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그린비출판사 / (주)그린비출판사
  • 정가
    3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2-2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백승욱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학 #자본주의역사 #장기20세기 #세계체계분석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얄타체제해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대학 교재
  • 도서상세정보
    152 * 224 mm, 656 Page

책소개

20세기에 수립된 국제질서, 즉 ‘얄타체제’라 부를 수 있는 국제질서가 해체되고 있다. 이 동요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많은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신자유주의 질서가 지배하게 됐다는 것은 얄타질서를 세운 뉴딜 자유주의가 내적 모순 때문에 내파하기 시작하고 사회주의적 대안도 쇠락한 이후 예전과는 다른 시대가 전개됨을 의미한다. 미국 주도로 수립된 얄타체제는 내적 모순과 한계가 많은 질서임은 분명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서 드러나듯, 이 체제를 해체시키는 갈등과 대립의 현실은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긍정적 시도라기보다는 국제질서를 과거로 퇴행시켜 세계를 제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을 보유한 강대국의 영토 온전성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사회주의 이념은커녕 자유주의 이념조차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복잡 미묘한 국제정세에 직면했을 때 한국사회는 자주 냉정한 분석과 집중적 토론을 거쳐 체계적 대응에 나서기보다 분석에 기반하지 않은 과잉된 의지만으로도 현실을 돌파할 수 있다는 열망에 빠지곤 했고, 이는 곧 좌절로 이어졌다. 이를 ‘분석의 부재와 의지의 과잉’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낡은 ‘승리주의’ 신화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중운동의 상황은 지식인의 무기력함이나 ‘사상사의 부재’라는 한계를 반복해 드러낸다. 세계체계의 장기적 역사를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지구적 조망의 시야를 갖춰보려는 노력은 격동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아내 휘몰아치는 강물에 휩쓸려가지 않으면서 바람직한 미래를 찾아나가려는 공동 노력의 작은 출발점일 것이다.

목차

신개정판 서문 7

머리말 12

 

강의를 시작하며: 세계체계 분석의 관심

1. 세기 전환기 미국 헤게모니의 변화 21

‘세계체계 분석’이라는 명칭 21 │ 우리 시대 세계의 변화 22

2. 세계체계 분석과 한국사회성격 논쟁 24

한국사회성격 논쟁의 제기와 종속이론 24 │ 논쟁의 전환과 한계 26

3. 세계체계 분석과 더불어 부각되는 쟁점들 33

사회주의의 쟁점 33 │ 국가간체계와 민족동일성 36

4. 마르크스와 역사변증법의 문제 41

역사 없는 역사성 41 │ 재생산과 이데올로기 문제 46

5. 세계체계 분석의 계기 49

 

1강 페르낭 브로델과 세계체계 분석의 전사

1. 브로델과 아날학파 55

전체사와 문제사 55 │ 자본주의의 고유한 영역은 있는가? 57 │ 노동력 상품화라는 쟁점 63

2. 브로델의 역사관과 시간의 중첩성: 세계체계의 시간대 67

브로델의 시간개념: 장기지속과 콩종크튀르의 중첩 67 │ 브로델과 ‘모델’: 구조가 지속되는 시간대 76

3. 삼층도식 83

삼층도식: 물질문명, 시장경제, 자본주의 83 │ 삼층도식의 함의 88

4. 브로델의 강점과 약점 91

강점과 약점 91 │ 『자본』과 연결되는 문제들 93

 

2강 칼 폴라니와 세계체계 분석의 전사

1. 폴라니의 두 측면 99

제도주의자로 수용된 폴라니 99 │ 근대자본주의 비판으로서의 폴라니 101

2. 폴라니의 핵심논점 103

19세기 영국 헤게모니하의 질서 103 │ 상이한 사회적 원리들: 호혜성 사회, 재분배 사회, 시장교환 사회 107 │ 시장의 층위들: 국지적 시장, 전국시장, 원거리시장 112 │ 허구적 상품: 노동력, 토지, 화폐 116 │ 사회의 자기보호 123 │ 분기의 발생: 파시즘, 사회주의, 뉴딜 125

3. 폴라니에 대한 평가 127

강점 127 │ 한계 129

 

3강 세계체계 분석의 기획과 구도: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문제제기

1. 세계체계 분석의 기획 135

월러스틴과 세계체계 분석 136 │ 근대 규정의 난점 139

2. 세계체계 분석으로 나아가는 이론적 계기 150

종속이론과의 관련 151 │ 사회주의와 관련된 논쟁 155 │ 월러스틴과 브로델의 영향관계 165 │ 분석단위라는 쟁점 168 │ 자본주의와 관련된 혁명신화 비판 171 │ 집단적 작업의 조직화 183

 

4강 월러스틴의 세계체계 분석

1. 세계경제 189

기축적 분업 190 │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전개과정 192 │ 다수 제도들의 집합으로서 세계경제 196

2. 국가와 국가간체계 208

국가간체계가 제도화된 베스트팔렌조약 209 │ 주권국가 210 │ 국가의 역할 212 │ 세계 헤게모니 215

3. 자유주의와 반체계운동 218

세 가지 이데올로기 218 │ 반체계운동의 전략적 쟁점: 국가 226 │ 반체계운동의 전환 계기로서 68년 230

4. 자본주의 탄생에 대한 논점 241

월러스틴의 자본주의 출현 설명: 정세론 241 │ 월러스틴의 자본주의 출현론에 대한 아리기의 비판 245

5. 월러스틴의 강점과 한계 249

강점 249 │ 문제점 250 │ 월러스틴이 남긴 과제 254

 

5강 지오반니 아리기: 세계체계와 세계 헤게모니

1. 세계체계 분석 내부의 쟁점 형성 261

월러스틴과 아리기의 이론적 차이점 261 │ 계급과 사회구성체 266 │ 아리기의 연구 배경 272

2. 헤게모니 순환분석의 기본개념들 275

체계적 축적순환과 국가간체계 275 │ 자본주의와 영토주의 282 │ 세계 헤게모니 285 │ 축적양식과 생산양식 287 │ 국가독점적 모델과 코스모폴리탄적 모델 290 │ 실물적 팽창과 금융적 팽창, 그리고 벨에포크 291 │ 신호적 위기와 최종적 위기 297 │ 체계의 카오스 300 │ 전진운동과 후진운동 302 

3. 월러스틴과 아리기 이후: 제이슨 무어의 세계생태론 303 월러스틴과 아리기의 ‘종합’으로서의 제이슨 무어의 세계생태론 303 │ 오케이오스: 착취와 전유의 변증법 306 │ 세계생태론과 ‘자본세’ 307

 

6강 『장기 20세기』와 헤게모니 순환의 역사

1. 네 번의 헤게모니 순환 317

제노바 순환에서 시작하는 이유 317 │ 시대별 헤게모니 순환의 특징 318

2. 장기 16세기와 네덜란드 헤게모니 322

네덜란드 헤게모니의 성장요인 322 │ 네덜란드의 쇠퇴와 후발주자들의 추격 328 │ 네덜란드의 강점과 약점 332

3. 영국 헤게모니 334

영국의 우위 334 │ 영국 헤게모니 준비과정의 역사 338 │ 네덜란드에 대한 모방과 탈피 340 │ 인도의 중요성: 영국 헤게모니 부상의 결정적 계기 342 │ 기계제 등장 이후의 변화 346 │ 영국 헤게모니의 쇠퇴와 금융화 348 

4. 미국 헤게모니 355

미국 자본주의의 특징 355 │ 고도금융에 대한 통제, 뉴딜정책 365 │ 미국 헤게모니의 전지구적 확장 369

 

7강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1. 신자유주의 금융화 379

금융화의 만개 379│미국 ‘신경제’의 취약성과 2008년 세계경제 위기 405

2. ‘제국’의 불안정한 토대 426

미국 경상수지 적자 426 │ 제국 논쟁 432

 

8강 동아시아와 세계체계

1. 동아시아의 장기지속과 중첩된 시간대 문제 453

동아시아의 다층적 시간대 453 │ 아리기의 동아시아 장기지속론 458 │ 동아시아의 쟁점 462

2. 냉전과 동아시아의 성장 465

동아시아의 급성장에 대한 설명들 465 │ 동아시아의 특이한 지정학 468 │ 동아시아 내에서 다층적 하청체계의 확장과정 470

3. 동아시아의 재편과 새로운 지역의 편입 475

일본의 전후 부흥과 동아시아 경제 475 │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재편 479 │ 동남아시아의 편입 484 │ 구사회주의권 중국의 편입 487

4.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변화 496

미국과 일본의 축 496 │ 미국과 중국의 축 499 │ 한반도 변수 505

5. 한국과 세계체계 510

냉전과 발전국가의 형성 510 │ 유신체제와 그 탈피로서 1991년의 전환 516 │ 지역사 속에서 한국사 다시 보기 525

 

9강 노동과 노동운동의 역사, 그리고 역사적 마르크스주의

1. 세계체계 분석의 강점과 약점 539

월러스틴의 기여와 한계 539 │ 폴라니적 계기의 중요성 543

2. 아리기의 문제제기: 역사적 마르크스주의의 위기 554

『공산당선언』의 두 가지 테제 554 │ 역사적 마르크스주의의 세 시기 557 │ 역사적 마르크스주의의 위기 559 │ 현시기 노동운동의 특성 562

3. 『노동의 힘』의 제한적 기여 564

논점의 후퇴와 전진 564 │ 질문들 566 │ 자본의 대응으로서 재정립들 568 │ 전쟁과 정치적 계기의 중요성 569

 

강의를 끝맺으며: 세계체계 분석의 함의

1. 미국 헤게모니 쇠퇴의 함의 575

세계경제 차원 575 │ 국가간체계 차원 577 │ 동아시아 차원 581 │ 노동 차원 584 │ 사회운동의 위기 차원 588

2. 세 가지 차원의 고려 591

전지구적 차원 592 │ 지역적 차원: 동아시아 597 │ 국지적 차원 599

 

신개정판 후기·얄타체제 해체 이후 세계와 동아시아의 위기

1. 두 전쟁 이후의 세계 605

2. 북한 핵위기 613

3. 연결된 위기 616

4. 자유주의의 위기,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방식 622 

5. 트럼프 2.0 이후 동요하는 세계의 전망 627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 재개 의도 628 │ 트럼프 2.0의 미국과 세계 632 │ 예상되는 중국의 대응 637

6. 미래를 대비하며 640

 

후주 641

찾아보기 647

본문인용

여기에서 우리는 벌써 세계체계 분석의 몇 가지 중요한 테마의 단초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세계경제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특정 사회의 ‘외부’까지 고려해야 이해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특정 사회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은 국가의 개입을 통해서였고, 이 과정에서 나중에야 생산이 자본주의의 고유한 영역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것 등의 논의가 그것입니다. (62쪽) 

 

예를 들어 자본주의는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 독점자본주의로 단계를 밟는 것이 아니라 늘 순환을 그립니다. 고유한 영역은 유통, 생산, 금융을 계속 반복해서 옮겨다니는 순환을 되풀이하죠. 그것이 자본주의의 진정한 변신성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생산만 특권화해서 자본주의라 부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유통이 훨씬 중요해질 수도 있죠. 생산이 특권화된 자본주의는 어떤 특정시기의 특징일 뿐입니다. 생산에서 이윤이 가장 많이 축적될 때인 것이죠. 생산이 더 이상 고이윤을 낳지 않게 되면 대자본가는 더 이상 생산에 집중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러면 핵심적 분야가 생산에서 금융으로 전환됩니다. (90쪽) 

 

그런데 영국이 세계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시작한 1815년 나폴레옹의 패배 이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 때까지 적어도 백년간 유럽에서는 전면전이 없었고, 어떤 전쟁도 수년간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20세기 말에도 나타나, 1945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헤게모니하에서 적어도 유럽·대서양 공동지배(콘도미니움)에 참여하는 중심 국가들끼리는 전쟁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이후에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지구적 지배,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20세기 초반의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쓰라린 기억이 있기 때문에, 중심부 내부에서는 전쟁의 가능성을 어떻게 감소시키느냐가 중요했죠. 그런 점에서 19세기 영국은 무전(無戰)의 기간을 지속시킨 역량 면에서 지금보다도 더 막강했습니다. 지금 유럽 중심부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전지구적으로 전쟁 위협이 확산되고 상존화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헤게모니하의 평화는 반세기 만에 그쳤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4쪽) 

 

이런 논거에 서서, 월러스틴은 근대세계에 대한 두 가지 신화가 있다고 보는데, 하나가 귀족이 부르주아지와 대립적인 계급이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분화되어왔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신화는 근대화론의 기본적인 입론인데, 실제로는 하나의 체계에서 다른 체계로 교체된 것이지, 아주 작은 단위들이 점점 더 커져서 전체가 되고, 전지구적으로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근대세계체계는 처음부터 전지구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그 전지구적인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라는 것이죠. (173쪽) 

 

그래서 형성된 것이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나 유럽 전체를 독점할 수 없게 상호견제하는(이를 ‘세력균형’이라고 부릅니다) 베스트팔렌체제였습니다. 한쪽 국가가 지나치게 팽창하면 다른 쪽 국가들이 자동적으로 연합해 제약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전쟁을 하더라도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어, 예측 가능한 전쟁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쟁시에는 꼭 선전포고해야 하며, 전쟁을 하더라도 민간 상업네트워크를 파괴해선 안 되고, 전쟁 중에도 자본주의적인 상행위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죠. 이런 전쟁규칙이 깨진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 U보트가 미국 상선을 공격하면서였죠. 그러니까 300년 이상 지속된 원칙이었던 것입니다. (209쪽)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이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세계경제와 국가간체계의 위기가 심화되면, 우리 앞에는 다시 폴라니가 말하는 사회의 자기보호의 ‘부정적 진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정치의 틀이 무너지며, 인종주의적 색채를 띠는 각종 포퓰리즘의 정치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죠. 세계 어느 곳도 이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 세기 전의 과거가 잊어도 되는 과거사일 수만은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더 비판적 경계심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240쪽) 

 

미국 헤게모니가 쇠퇴하면서 이 다자주의 구도 자체가 미국의 부담이 되고 미국이 처음에는 FTA 같은 쌍무적 협상틀로 이 구도를 벗어나려 시도하다가 트럼프 등장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다자주의 구도를 해체하는 시도를 전개하는 것을 보면, 미국 헤게모니가 수립한 세계경제와 국가간체계의 기본틀이 해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22쪽)

 

2000년대 들어오면 외환보유고나 환율 결정 등의 면에서 중국은 이전에 보이지 않던 거대한 금융력을 보이기 시작하고, 이는 미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중국이 금융력을 통해 미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와 엄청나게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면서, 이것이 미국에 대한 금융적 힘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보전을 위해 동아시아에 대한 의존은 더 커질 것이고, 여기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전보다 훨씬 더 커질 텐데, 중국과 미국 관계의 미래가 세계체계의 동학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431쪽)

 

AI와 연계된 사물인터넷 제품의 개발, 전기자동차의 자율주행체계의 형성, 전략우주산업의 새로운 부흥 등 새로운 기술개발의 진척과 새로운 대형 기업들의 형성이 진행되지만, 이것이 과거 우리가 알고 있는 산업 및 고용세계의 특징을 지탱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576~577쪽)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이어 202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쟁이 지속되면서 세계는 우리가 알던 익숙한 시대로부터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질서를 수립한 ‘얄타체제’의 근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해체되다가 그 해체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이라 여겨지는 것이다. (신개정판 후기, 605쪽)

서평

요동치는 세계질서 속

신개정판『자본주의 역사 강의』의 위기 분석에 주목하라!

 

자본주의 역사를 세계체계분석의 시각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준 『자본주의 역사강의』가 출간 20주년 기념 신개정판을 발간했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벌어진 중요한 세계적 사건에 대한 설명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트럼프 2.0 시대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 2008년 세계경제 위기 발발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 신자유주의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

  # 중국에서 시진핑 시대는 어떻게 앞선 시기와 달라지는가?

  # 김정은 시대의 한반도 핵위기 발발의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 역사를 세계체계분석의 시야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위기로서 ‘2008년 경제위기’ 분석

 

2008년 경제위기는 앞선 여러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금융적 팽창의 중심지를 집중타격했다는 점에서 심각했고, 앞선 금융적 위기가 다소 국지적 성격을 지녔던 것에 비해 진정한 의미에서 전지구적인 충격을 가져왔다는 점에서도 심각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관찰되는 심각한 불안정과 대격동은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파급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위기 전까지는 미국이라는 금융적 센터가 버티고 있었기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수많은 반발에도 모든 문제를 해당 국가의 정부에게 떠넘기고 불철저한 신자유주의화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2008년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주의, 금융화, 세계화라는 세 변화가 맞물린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었고, 바로 중심 중의 중심에서 문제가 폭발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지속이 답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온 전환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신자유주의에 대한 의문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로 작동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더 움츠러들고, 더 부정적이고 때로는 반동적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 듯하다. 즉 폴라니가 말한 ‘사회의 자기보호’가 매우 반동적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다.

 

 

세계체계 변동 연구는

한국 역사와 사회 이해에 필수적이다!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세계체계 변동 연구는 필수적이다. 지역적 동역학이나 전지구적 동역학은 한국사회에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독특한 역사적 궤적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의 사회구조나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설명에서 세계체계적 계기가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고, 민족사적 이해방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렇지만 시야를 좀 더 글로벌하게, 그리고 지역적으로 확대해 복잡하게 맞물린 역사변동의 관점에서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노력은 앞으로 중요할 것이다. 이런 방향성은 ‘글로벌 히스토리’ 서술로 전환해가는 세계적 변화와도 맞물릴 수 있다. 관련하여 각 시기별로 탐구할 만한 중요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냉전과 발전국가의 형성

2) 유신체제와 그 탈피로서 1991년의 전환

3) 지역사 속에서 한국사 다시 보기

 

장기 20세기 이후 우리가 관찰하게 되는 것은 장기 20세기 구도의 대동요에 장기 16세기의 큰 그림이 겹쳐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중심성은 동요하고, 이슬람 세계의 독특성이 비유럽적 구도로 커지고 있으며,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동아시아 세계의 독특한 역사 궤적의 동역학은 분석의 과제로 등장했다. 

 

그런 만큼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는 예전보다 더 지역사 속에, 나아가 전지구적 역사의 동학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야말로 북한 핵위기에 대한

지정학-전지구적 분석과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 핵위기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양자 관계의 틀로만 보고, 서로의 행동과 대등이 상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틀에 갇혀 있어서는 객관적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더 넓은 지정학-전지구적 분석과 고려가 필요한 영역이다. 북한발 핵위기는 김정은체제에 들어 새로운 단계로 전환했고, 김정은시대에도 2019년 전과 후로 상이한 특징이 나타난다.

 

2013년의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부터 2017년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까지 북한이 대체로 미국을 겨냥해 전략핵을 개발해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주력이었다고 한다면, 2019년을 계기로 한 전환의 주력 대상은 실전 배치-사용을 전제로 한 전술핵 개발이었다. 북한의 이러한 핵전략 변화가 남한의 집권세력 변화에 따른 수동적 대응이 아니며, 따라서 북한은 더는 남한을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과 직접대화를 통해 한반도 핵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근거를 상실한 것이다.

 

 

과거의 것들이 파괴되는 트럼프 시대

세계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

 

트럼프 2.0 시기는 공권에 대해 사권 우위의 시기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며, ‘공정한 중재자이자 관리자’로서 국가의 신화를 허물고 미국식 자유주의의 두 영역을 시장의 판단에 의한 통일된 메커니즘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드러낸다. 미국의 주력산업이 된 ‘금융’에는 ‘이해당사자’로서 노동의 영역이 없다는 것이 이 공세를 가능하게 한 사회적 배경이지만, 매우 모순적인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이후 미국 사회와 정치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트럼프 2기는 아마도 그다음에 등장할 본격적인 새로운 체제를 위한 밑바탕을 만드는 시기, 과거의 많은 제도들을 파괴하는 것에 주력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트럼프 시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국 정치사의 여러 자원을 어떻게 재동원해 결합하는지를 통해서도 확인될 수 있는데, 다섯 가지 자원이 중요하게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자유로운 개인 우위의 계약의 자유라는 제퍼슨주의(실제로는 소농연합이라는 유토피아주의), 둘째는 강한 연방권력 우선의 해밀턴주의, 셋째는 확장된 프런티어가 부재한 상황에서 ‘루저’들의 불만 폭발의 계기였던 잭슨주의의 백인 포퓰리즘, 넷째는 기독교 복음주의를 바탕으로 한 반연방주의적 ‘주권주의’, 다섯째는 미국 이외의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미국 ‘배후지’로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전제로 ‘해외’에서 발을 빼는 미국식 고립주의인 ‘먼로주의’인데, 이 자원들이 어떻게 결합해 어떤 동원력을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상이한 경로가 나타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백승욱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신대학교 중국지역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페르낭브로델센터 방문학자, 현대중국학회 부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중국의 노동자와 노동 정책』, 『세계화의 경계에 선 중국』, 『중국 문화대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 『생각하는 마르크스』, 『자본주의 역사 강의』,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연결된 위기』 등과 공저로 『세계화와 사회변동』, 『중국, 새로운 패러다임: 18인의 석학에게 묻다』, 『중국 근현대사 강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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