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잡지 〈샘터〉에서 건져 올린
맑은 샘물 같은 문장들을 읽고, 쓰고, 음미하다!”
56년간 잡지에 실린 글 중에서 명문장을 엄선해
한 권으로 담은 ‘샘터 압축판 ’
2026년 1월호를 기점으로 휴간에 들어간 국내 최장수 문화교양지 〈샘터〉.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쉼표를 찍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솔한 삶의 모습과 가치들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있다.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은 반세기 넘게 우리 곁을 지켜왔던 〈샘터〉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손으로 따라 쓰고, 마음 깊이 새기는 필사집이다. 1970년 4월에 창간하여 매달 발간된 671권의 잡지 속 수만 개의 글 중에서 고르고 고른 문장들을 한 권으로 엮었다. 가히 56년의 세월을 담은 ‘샘터 압축판’이라고 할 만하다.
스마트폰, AI 등을 통해 온갖 정보들을 빠르게 접하고 그만큼 기억에서 쉽게 소멸되는 요즘 시대에 오랜 시간 사랑받은 유서 깊은 종이잡지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책이어서 더욱 의미 있다. 〈샘터〉의 오랜 필자인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를 통해 “수많은 잡지를 일일이 찾는 수고를 하지않고도 좋은 말들을 다양하게 함께 모아두어 보석상 하나를 통째로 선물 받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공들여 고른 100개의 문장은 인간관계, 행복, 삶, 사랑, 자연 등 다섯 개의 키워드로 나누어 실렸다. 정다운 벗을 사귀는 기쁨을 알고, 내 안에서 행복을 찾고, 슬기롭게 삶을 가꾸고, 서로사랑하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지혜의 문장들이 세월을 관통해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따라 쓰고 음미하는 시간이 〈샘터〉 애독자들에게는 휴간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샘터〉를 처음 접하는 젊은 독자들에게는 ‘인생 문장’을 마주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에세이집, 일기 역할까지 하는
필사집 그 이상의 책
월간 〈샘터〉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답게 소박하지만 단단한 삶의 이야기들을품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반갑게 인사를 건넬 것 같은 이웃들의 절절한 고백과 사는 얘기는 누구에게나 공감을 자아낸다. 덕분에 〈샘터〉는 타인의 이야기를 엿보는 창이 아니라 나 자신의삶을 비추는 거울로 반세기 넘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56년 샘터 잊지 못할 명문장》을 통해서도 현재의 자신을 비춰 볼 수 있도록 문장마다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을 보탰다. 예를 들어 친절의 중요성을 전하는 문장에는 요즘 어떤 친절을 베풀며 살고 있는지 묻고, 좋아 보이는 일보다 신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글귀에는 현재 진정으로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묻는 식이다. 필사로만 그치지 않고 그 의미가 독자의 마음 깊이자리 잡아 삶을 점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했다.
문장을 발췌한 전문(全文)을 함께 수록해 읽을거리도 풍성하다. 원문(原文)의 감동을 고스란히전하기 위해 총 스무 편의 수필을 발췌문과 같이 실어 에세이집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수행중 사색을 기록한 법정 스님의 ‘산방한담’, 자전적인 이야기를 35년간 연재한 최인호 작가의연작소설 ‘가족’, 영문학자인 장영희 교수가 우리말 에세이를 처음 썼던 ‘새벽 창가에서’ 등〈샘터〉의 유명 연재 코너가 다시금 독자들을 찾아간다. 각각의 글 속에 담긴 진솔한 삶의 가치들은 세월을 흘러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전해져 온다. 짧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히는 요즘 미디어 콘텐츠들과 달리, 오랜 세월 명맥을 이으며 독자들과 함께 호흡했던 수필의정수를 느끼는 시간이기도 한다.
법정, 최인호, 정채봉, 장영희, 안성기 등의 명사부터
회사원, 주부 등 평범한 이웃까지
〈샘터〉는 ‘3.3.3 원칙’을 내세우며 그동안 지면의 30%는 전문 작가에게, 30%는 글솜씨를 지닌일반인에게, 나머지 30%는 글과는 거리가 있지만 귀감이 되는 사람들의 삶을 기자가 전하는 방식으로 채웠다.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원칙이었다. 실제로 유명 작가의 글과 이름 없는 노인의 인생 이야기가 동등한 무게로 다루어졌다. 필력이나 기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삶의 진실성이었기 때문이다. 《56년 샘터잊지 못할 명문장》에도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최인호 소설가, 피천득 시인 같은 당대 문장가들뿐만 아니라 회사원, 주부, 군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이야기가 고루 담겼다.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겠지.” 훌륭한 인격자가 바로 훌륭한배우의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말이었다.
-안성기(배우) 〈훌륭한 연기는 기술보다인격이 앞선다〉 샘터 1997년 10월호
뛰어난 연기력뿐만이 아니라 훌륭한 인격까지 겸비했던 ‘국민배우’ 안성기를 비롯해 양희은, 장사익, 전유성 등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온 유명인의 다짐들이 앞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독자에게 마음 깊이 와닿는다.
단칸방 역시 괴로운 반면에 좋은 점도 지니고 있긴 하다. 좁은 공간에서 식구들의 표정을 가깝게 너무 잘 읽다 보니 저절로 솟는 정은 서로를 보듬고 아껴주는 사랑으로 똘똘 뭉쳐졌으니 말이다.
- 안춘자(주부) 〈기도〉 샘터 1987년 1월호
우리 곁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 또한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비록 단칸방 신세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식구의 얼굴을 가깝게 볼 수 있어 정이 샘솟는다는 40여 년 전한 주부의 태도에서 가진 것이 적어도 행복할 줄 아는 미덕을 배운다.
〈샘터〉는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마당이자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그 속에서 뽑은 문장들이 오늘을 살아가는우리들의 마음을 여전히 맑은 샘물처럼 정화하기를 바란다.